-
-
배짱 좋은 여성들 - 용기와 극복에 관한 가슴 떨리는 이야기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첼시 클린턴 지음, 최인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7월
평점 :
"오늘날 우리 투쟁의 목표는 여성 아인슈타인을 조교수로 임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멍청한 여자들이 멍청한 남자들과 똑같은 속도로 승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선출된 지도자들' 편에서 첫 번째로 다룬 인물, 남들은 그녀를 '거칠고 시끄러운 여자, 프로 권투선수, 남성 혐오자, 싸움꾼 벨라'라고 불렀지만, 자신을 '매우 진지한 여자'라고 소개하는 벨라 앱저그가 한 말이다.
여성들도 여느 남성들처럼 그림을 그렸고, 글도 쓰고, 무엇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등 많은 업적을 이뤄왔다. 하지만 남성들이 기준을 만들고 판단해온 탓에 그녀들의 성과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했다.
<배짱 좋은 여성들>은 힐러리 클린턴과 딸 첼시 클린턴이 역사의 난처한 환경에서 굴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고, 의문을 던지고, 목표를 이루어 변화를 일으킨 여성들의 삶을 번갈아가며 들려주는 책이다.
교육계, 환경분야, 탐험, 발명, 치료 분야, 스포츠, 사회운동, 작가로, 정치 지도자로, 개척자로, 여성인권 운동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배짱 좋은 여성들의 가슴 떨리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 흑인 여성 육상 선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TV 화면에 비친 100미터 달리기 출발 자세를 취한 그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컬러풀한 긴 손톱, 짙은 화장, 선수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낯설었다. 100미터, 200미터 달리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질투하며 그녀의 능력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의 능력을 폄하해야 했다. 급기야 스테로이드를 복용했을 것이라며 흑인 여성의 능력을 부정하며 증명하려 했다. 약물 검사 결과는 깨끗했고 증명이 된 건 남성들의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나약하고 치졸한 자존심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여성들은 '여성의 위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지키고자 폭력이나 협박을 당해왔다. 위협에 맞설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때론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아야 했고 사생활이 까발려지기고 했다.
그래도 지금은 모든 여성의 권익이 신장됐고 균등한 기회를 누리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인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착시에 불과하다.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운동이 19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시작됐고, 1971년이 되어서야 스위스에서 여성의 투표권을 허용했다. 불과 50년 전에.
출산 관련 위험과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여성의 옷차림이나 외모를 통제하려는 시도, 여성 노동자의 임금 불평등, 성폭력 등은 여전하다. 여성들의 권리와 기회 그리고 완전한 참여를 보장하려는 노력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뿐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대화가 시작되기를, 혹은 이미 시작된 대화를 이어 가기를 바란다. 절대로 이 책이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이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여러분의 호기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길 응원해 주고 싶다.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p. 11)'
아직 멀었다. 그런 이유로 힐러리, 첼시 모녀의 주장처럼, 계속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잊히는 여성들이 없도록 이야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 나의 아내, 나의 딸들의 인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