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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
이재형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7월
평점 :
빛의 도시 파리!
<꾸뻬 씨의 사랑 여행>등 150권이 넘는 작품을 번역한 파리지앵 이재형과 떠나는 예술의 도시 파리 여행기. 프랑스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의 파리에 대한 지식, 예술 작품들과 그 작품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글 솜씨에 파리에 빠져들고 만다.
'나는 왜 이렇게 파리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파리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잡아끄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예술의 힘'이다. 나는 예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믿는다. 종교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이 시대에 예술은 우리가 절망하여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주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안아주고 감싸준다. (p. 6)'
이야기의 조각들이 흩어진 그 조각들을 따라 이재형과 함께 파리의 지리적 공간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이 여행이 파리의 문화적 공간을 걷는 황홀한 여정이 됨을 알게 된다. 그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찍은 사진은 파리의 생생함을 더해준다.
'파리를 완벽히 마음으로 소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전히 예술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이다. - 하연수, 배우 (p. 381)' 하연수 배우의 말을 계속 빌리자면 '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예술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이자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쳐 간 파리가 지닌 예술의 힘에 대한 찬가이다. (p. 381)'
이렇게 할 말이 풍성한 도시가 있을까?
인상주의를 피워낸 파리의 가장 높은 곳 몽마르트르. 인상파 화가들의 미학적 원칙은 '자연"을 그리는 것이었고 몽마르트는 초원, 숲, 풍차 방앗간, 라일락꽃 정원과 같은 자연을 갖추고 이들을 유혹했다.
파리를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주변의 것들 모두가 예술작품인 도시 파리다. 아케이드의 건축양식, 기마르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지하철역 입구, 장 뒤뷔페의 <형상들이 있는 탑>을 비롯한 조형 예술품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까지... 파리는 자연과 여성적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아르누보를 유럽 전역으로 퍼트린 작은 예술 개념에 혁명을 일으킨 도시다.
빛이 색채가 되고 빛만이 주인공인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 이곳에서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밀레, 드가, 카이유보트, 쿠르베, 모네, 마네,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이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 <함무라비 법전> 등 3만 6천 점가량의 역사 속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루브르 미술관. 너무 유명한 나머지 힘든 여행 끝에 루브르에 자리 잡은 <모나리자>의 미스터리, 모든 남자들을 그녀의 매력으로 사로잡아 애타게 했지만 오로지 낭만주의 시인인 르네 드 샤토브리앙 단 한 명 만을 사랑한 <레카미에 부인>의 낭만과 로맨스는 파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빛과 대기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을 화폭에 담은 모네의 <수련> 연작과 컬렉션 중 가장 화려한 '장 발테르-폴 귀욤 컬렉션’을, 로댕 미술관에서는 로댕의 작품과 함께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그리고 로댕의 오래된 동거녀 로즈 뵈레, 이 세 사람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중년〉을 만날 수 있다.
파리의 예술가들은 묘지에 묻혀서까지 우리들에게 손짓해 그들을 사연을 들려주려 한다.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예술의 영원함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으면, 파리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나 혹은 파리를 여러 번 가보았더라도... 파리의 수많은 사연과 예술품의 속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고 싶다는 같은 이유가 생길 터이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 <나는 왜 파리를 사랑하는가>의 이야기를 따라 파리를 다녀오면, 이재형이 느끼고 말했듯 파리를 사랑하게 된 이유와 파리가 나를 잡아끄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