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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일본 정독 -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이창민 지음 / 더숲 / 2022년 6월
평점 :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반면, 많을 것을 모른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많을 것을 정확하게 안다고 여기지만, 많을 것을 대충 들어 알뿐이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일본을 정확하게 읽는 정독正讀 그리고 자세히 읽는 정독精讀을 위한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p. 11)'
일본 생활 10년, 귀국한 이후 한국 생활 8년을 한 일본학 3세대 경제학자 이창민 교수는 <지금 다시, 일본 정독>에서 일본의 과거를 어떻게 바라볼지, 현대의 일본을 어떻게 이해할지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지를 역사적 사실과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헤쳐 일본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일본 하면 우리는 몇 가지를 떠올리며 그들을 규정한다. 대를 잇는 노포나 기업이 많다든지, 근면하다든지, 일본 기업들은 종신고용을 한다든지,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든지 따위들이 대표적이다.
하나하나 이창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선 오래된 기업이 많다는 생각은 1000년이 넘는 기업이 무려 7개나 되긴 하지만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사례연구를 하다 보니 일본 전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근면성은 그 근거로 저축률과 노동시간을 들 수 있는데 어느 시점부터 확증 편향성을 갖게 된 허구라는 분석이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임금 제도도 일본만의 특수한 제도로 보기 어렵다. 이전에 미국에도 종신 고용과 연공서열이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추격으로 와해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돈을 빌려주겠다는데 돈을 빌리는 사람이 없는 나라다. 대신 정부가 돈을 빌려 지출을 늘렸는데 정부가 빌린 그 돈은 가계가 저축한 돈이다. 그러니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것이 아니고 국민이 부자고 나라가 가난한 나라가 일본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가계 금융 자산의 70%를 가지고 있으니 특히 고령층 국민이 부자인 나라다.
이외에도 2019년 7월 1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 후 1년 뒤 그 결과에 대한 분석, 30년 동안 국내 IT 분야에 대한 소극적인 투자로 디지털화에 실패한 일본, 장인 정신의 성공 경험으로 이에 매몰되어 소비자의 니즈에 둔감해진 일본 기업들이라든지, 다양한 현실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분석해 제시하여 우리에게 판단할 기회를 준다.
제일 민감한 사안인 한일 관계에 대해서 저자는 '국뽕주의자'도 '일뽕주의자'도 모두 다 '바람직한' 한일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계하며,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이란 장기판에 더 이상 말이 아닌 장기를 두는 입장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젊을 세대들에게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한다.
'한일 양국의 젊은이들은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 역사 갈등을 둘러싼 문제들은 그것대로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하겠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상대의 문화 콘텐츠는 얼마든지 좋아할 수 있다. (...) 반일에 대한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선배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다. (p. 321)'
저자의 의견과 주장을 '맞다, 틀리다.'의 관점에서 읽기보다는 일본에 대해 알아간다는 자세로 책을 읽었다. 일본에 대해 많을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됐고 새로운 시각 또한 갖게 됐다. 그리고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