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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아프리카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6월
평점 :
낡은 수첩과 몇 권의 스케치북으로 기억되는...
'두 달여간의 아프리카 여행은 그곳의 광활함을 보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시간이었다. (...) 대부분의 그림들은 크로키하듯 빠르게 스케치한 후, 밤이 되어서야 돌아온 숙소에서 그날 본 대상들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오랜만에 잡아 보는 수채화 붓을 놀려 색을 입힌 것들이다. - "아프리카를 그립니다" (p. 4, 5)'
사진보다 긴 호흡으로... 그림으로 담고 써 내려간
드로잉 아티스트 김충원 작가의 아프리카 스케치 에세이다.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한 탄자니아의 북부 '하쿠나 마타타'가 울려 퍼지는 세렝게티 평원을 중심으로 마주한 순간들을 담았다.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는 나라 탄자니아. 동물이나 꽃이 다채롭게 반복되는 디자인의 그림 '팅가팅가'의 나라 탄자니아에는 800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며, 우리나라에 탄자니아인이 150여 명이나 있다.
탄자니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압둘라자크 구르나. 탄자니아(잔지바르 술탄 굴) 출신으로 202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다. 비평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상업적으로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이 없었는데 올 5월 문학동네에서 <낙원>, < 바닷가에서>, <그 후의 삶>을 출간 한꺼번에 출간했다.
세렝게티에서 빅 5 동물, 코끼리, 사자, 물소, 코뿔소, 표범을 만나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전해진다. 이들 모두가 <스케치 아프리카>에서 살아 숨 쉬는듯한 스케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멋진 뿔을 가진 수컷 쿠두, 식성이 서로 달라서 먹이를 놓고 싸우는 일이 없는 초식동물들, 집 짓는 기술자 위버, 한번 자세를 잡으면 움직이지 않는 최적의 스케치 모델 바위너구리, 사바나의 청소부들 대머리 독수리, 아프리카대머리황새, 자칼, 하이에나, 가장 슬퍼 보이는 동물 딕딕, 비현실적인 부리를 가진 괴상한 외모의 슈빌, 세상에서 가장 겁대가리 없는 벌꿀오소리...
아프리카의 대자연의 품 안에서 자연을 닮은 채 묵묵히 그곳을 지키며 서로 섞여 공존하는 아프리카의 동물들과 함께 그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따뜻한 눈길까지 화폭에 풀어 놓았다.
기다리기보다는 손님을 찾아다니는 이발사, 파리가 잔뜩 빠진 술독에서 흙먼지를 툭툭 턴 대접으로 술을 떠서 유쾌하게 권하는 짐바브웨에서 만난 무당, 꾸밈없고 순수한 아프리카의 자연을 닮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 여전히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가는 마사이족 사람들...
우리보다 더디다고 무시하는 그들의 삶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대자연과 더불어 오래 사는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것일지도... 오래된 것들에게서 미래의 해답을 찾아야 할지도...
'여행은 헤어질 날짜를 정해 놓고 시작하는 연애와 같다. (p. 188)'
헤어질 날짜를 정해 놓은 여행이 아닌 지구와 영원히 연애하듯 여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