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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이웃들 - 우리 주변 동식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6월
평점 :
'일단 모든 동식물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기존의 사고방식은 내려놓아야 한다. (p. 6)'
동식물을 해로운가 또는 이로운가 나누는 건 인간 중심의 관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이 먹는 작물이나 인간이 아름답다 여기는 원예식물이 많다고 세상을 풍요롭다 할 수 일을까? 그런 일은 자연계에서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종의 빈약화를 낳는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풍요로움을 동식물종 분포 스펙트럼의 최대화로 정의한다.
우리 주변에는 무관심하면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양한 동식물들이 존재함을 눈치챈다. 안드레아스 바를라게의 <선량한 이웃들>은 주변 동식물들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실 이들 동식물들의 대부분은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먼저 터전을 잡았다.
'최초로 등장한 곤충 집단은 딱정벌레류로, 시간적으로는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 그러니까 약 2억 6500만 년 전이었다. 꿀을 제공하는 꽃식물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1억 2천만 년쯤 지난 백악기였다. 가장 오래된 꽃식물로 목련을 들 수 있는데 1억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p. 113, 114)'
궁금해서 주변의 동식물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에 답도 들려준다.
새들은 어떻게 그리 오래 노래할 수 있을까? 울림막 두 개를 번갈아 가며 떨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종을 가진 곤충은 나비류로 총 16만 종이나 된다. 지렁이를 반으로 자르면?
'이런 재생력은 지렁이가 무척 많은 줄기세포를 지녔다는 데에 기인한다. 줄기세포란 미분화 세포로, 필요에 따라 근육, 신경 또는 감각 기관 세포 등으로 발달할 수 있는 세포를 가리킨다. (p. 162)'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 주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잘 돌아가는 이웃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많은 동물들이 작은 웅덩이에서 수분을 섭취한다. 여기저기 놓아둔 물통은 새를 비롯한 동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밝고 어두운색이 교차된 띠 모양을 유리에 붙이면 이를 보고 새들은 유리를 피해 간다. 파리는 도무지 쓸모없는 벌레인가? 파리의 성충이 되기 전의 구더기는 죽은 모든 유기체를 분해해 작은 동식물들이 섭취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는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동식물의 여러 습성도 흥미롭다.
무당벌레의 애벌레는 인간에게 귀찮은 존재인 진딧물을 거의 3천 마리나 먹어치우는 식욕을 자랑한다. 겨울을 보낸 일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겨우내 쌓인 배설물을 처리다. 봄철 양봉하는 마을의 일벌 배설물은 골칫거리다. 박새가 둥지를 지을 때 지저분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남들이 알아챌만한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다.
'벌이 다가오면 대개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충분히 안전하다. (...) 벌은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거대한 존재에게서, 별로 얻어먹을 게 없음을 파악하면 제 갈 길로 날아가 버린다. (p. 123)'
수십 년간 정원의 동식물과 함께 해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친절한 설명으로 잘 녹아 있는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 이어지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유의 책은 알아가는 재미에 흥미롭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에게 많은 글감을 주는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