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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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이 사람은 아카마쓰에게는 없는 꿈을 지니고 있었으리라. 다에코가 사고를 당했을 때 손잡고 함께 걷던 자그마한 사내아이는 넘어질 때 생긴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큰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그 아이가 빈소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카마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지독한 회한에 시달렸다. (p. 17)'

사고로 목숨을 잃은 유기 다에코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때 호프자동차가 만든 '뷰티풀 드리머'라는 아카마쓰운송 소유의 트레일러가 달리던 중 바퀴가 빠져 이들 가족을 덮쳤다.


호프자동차는 사고의 원인을 '정비불량'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카마쓰운송의 사장 아카마쓰 도쿠로는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고의 진상을 파헤친다. 호프자동차는 적극 방해에 나섰고 아카마쓰는 회사 경영에 가족 문제까지 설상가상으로 악재가 겹친다.


호프자동차의 '정비불량' 주장에는 감추려는 비밀이 있다.

'누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해서 바뀌는 조직은 올바른 조직뿐이다. (p. 132)'

조직의 만연한 구조적 부정에 맞서는 이들이 존재한다. 자신들은 상식적이지만 세상은 비상식적이고, 자신들은 논리적이지만 세상의 논리는 고집일 뿐이라고 여기는 재벌에 맞서는 이들이다. 사고를 재조사하는 호프자동차의 판매부 과장 사와다 유타, 사고 원인에 의문을 품는 도쿄호프은행 본사 영업본부 조사역 이자키 가즈아키가 그들이다.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2000년에 발생한 '미쓰비시 자동차 공업 승용차 리콜 은폐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TV 드라마가 2009년에 방영되었고, 2018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소설이다.

<한자와 나오키>비롯한 이케이도 준의 작품은 주로 대기업의 내에 존재하는 조직적 비리와 같은 사회문제를 다루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미쓰비시 은행에서 한동안 조직 생활을 한 작가여서인지 기업 내부의 분위기 전달이 사뭇 리얼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권선징악, 선이 악을 이긴다. 기업의 부정부패, 그들끼리만 누리는 오만한 권력에 맞서 사회에 고발하고 처벌이 이루어질 때, 속이 후련한 마음과 함께 느끼는 쾌감은 최고다.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고 영영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진행되는 스토리는 결국 막판에 이르러 반전으로 이케이도 준 장르답게 마무리하여 <하늘을 나는 타이어>의 마지막 장을 기분 좋게 덮었다. 800쪽에 달하는 소설은 순식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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