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 4월 16일. 그날 회사에 출근해 가슴 졸이며 TV를 보고 있었다. 허탈하고 가슴이 찢어졌다. 그날 대한민국은 슬픔에 잠겼었다. 큰 아이 또래의 아이들 사고라 더 감정이입됐었다.

'그리고 세월호는 완전히 전복되어(10시 31분), 서서히 물 밑으로 모습을 감춰 버린다. 172명이 구조되고, 304명이 숨을 거뒀다.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 325명 중 250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인솔 교사 14명 가운데 11명이 제자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생존율 36%는 선박 사고 생존율치고 굉장히 낮은 수치다. 참고로 타이태닉호의 생존율이 32%였다(2,224명 탑승, 710명 구조). (p. 214)'

언론은 배가 전복되 물 밑으로 모습을 감췄는데도 '전원 구조'라는 보도했고, 청와대는 VIP에게 보고할 '괜찮은' 영상 타령하기 바빴다. 대통령은 그가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이미지인 올림머리를 하느라 7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 복창 터지는 소리를 해댔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8년이 지났다. 그 슬픔에 잠겼던 우리는 그날을 잊었고, 일부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에게 어떤 사람들은 '언제까지 할 거냐며 이제 그만하라'라고 한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표현이다. <웃음과 망각의 책> (2011 민음사)의 1부 '잃어버린 편지들'에 "인간의 권력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고.”(11쪽)라는 문장으로 등장한다. 정치의 역사를 함축하면 대중에게 착각을 선사하는 권력과, 여기에 현혹되지 않으려는 용기 있는 시민들 사이의 끊임없는 대결 아닐까? (p. 223)'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찾고 드러내는 글을 쓰는 오찬호의 <민낯들>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을 위해 필요한 책이다. 우리가 마주하기 힘들어하는 열두 개 사건, 죽음으로 희생하며 들춰낸 여섯 개의 민낯과 쉽게 망각하곤 하는 여섯 개의 민낯을 보여준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우회로를 찾으려 하는 우리에게 잊지 말라고. 덮지 말라고. 보아야 할 건 꼭 보아야 한다고.


우리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혐오와 편견을 점점 거칠어진다.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건은 마치 '몇 걸음 앞에서 우리를 조롱 (p. 263)'하듯 더 큰 사고가 발생해 묻힌다. 이렇게 사건은 최근 사건에 가려 잊히기를 반복한다.

'희망이 없는 여기를 보자는데, 절망을 외면하는 저기만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불신이 선명한 땅보다 자기 계발, 동기부여, 긍정적 사고, 힐링, 경제적 자유인 등의 슬로건이 나부끼는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하늘을 보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하늘'만'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사회가 어떻게 변할까? (p. 9)'

다음 세대에게 달라진 사회를 물려주려면, 불편하다고 우리가 딛고 서있는 땅을 외면하고 하늘만 보지 말아야 한다. 망각에 맞서 기억하며 투쟁해야 한다. 잊힐 때마다... 기억하기 위해... 다시 들쳐봐야 할 책, 오찬호의 <민낯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