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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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보다 더 북쪽 더 추운 곳 그린란드에는 유쾌한 철학자들이 산다. 그들은 괴짜 사냥꾼들이다. 문명 세계에 사는 우리를 '아랫것들'이라 부르는 이들의 위트와 허풍은 한마디로 쩐다. 문명인들의 눈에는 한없이 어리석고 누추한 환경에서 사는 그들이지만, 그들 눈에는 문명인, 아랫것들의 삶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왜들 그러고 사는지... 이런 게 행복한 삶이라고 따끔하게 일깨워준다.


요른 릴은 북극의 매력에 빠져 16년을 그곳에서 지냈고, 북극 이야기는 그만의 넘치는 위트에 허풍을 더한 글로 탄생해 (슬며시 입가에 띠는 웃음이 아니고) 낄낄거리며 웃게 된다.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하면...

(차가운 처녀)
매스 매슨의 상상 속에서 탄생한 황홀하고 매력 넘치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차가운 처녀 '엠마'는 북극의 사랑에 굶주린 사냥꾼들이 서로 차지하려는 연인이 된다. 며칠을 엠마 생각에 밤을 지새운 빌리암은 엠마의 애인이 되기 위해 매스 매슨에게 스티븐슨 30구경 엽총과 실탄 스무 갑을 지불한다. 한 달이 지난 후 엠마에게 싫증이 난 빌리암은 비요르켄의 등에 새겨진 '불을 뿜는 용' 문신을 대가로 받고 엠마를 비요르켄에게 넘긴다. 비요르켄은 북쪽으로 가서 멋진 쌍안경을 받고 엠마의 애인 자리를 로이비크에 넘길 작정이다. <북극허풍담 2, 그 후 엠마는 어떻게 되었나?>에서 엠마의 후일담이 궁금하다.


고립과 고독을 잊고자 친구와 즐거운 수다를 떨기 위해 며칠을 썰매를 타고 간다. 눈보라, 혹독한 추위, 긴긴밤이 일상인 세계다. 우리에겐 생각만 해도 끔찍한 곳이지만 북극 사냥꾼들은 이 거친 환경을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하루하루를 바꾸어 나간다.

아이러니는 우리가 꺼려 하는 세계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끼며 낄낄거린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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