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우유 - 마음이 자주 아팠던 여자가 쓰고, 마음이 자주 아팠던 남자가 그리다
이은정 지음, 이상수 그림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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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때로 아픈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해 준다.
'나이가 든다는 건 내 안에 가득한 송곳 같은 가시들을 조금씩 하나하나 빼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p. 4)'
성장하며 깊이 박혀있던 송곳 같은 가시가 남긴 상처도 아물게 해주는 건 시詩.

'누구는 시라고 부르고 누구는 낙서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p. 5)'
시라고 부르든 낙서라고 부르든 운율이 있고 마음이 담겼다면 시詩.


<너에게>

'이렇게도 못난 내가
널 그리고 쓴다는 건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p. 48)'

흠으로 가득한 내가 시를 쓰는 건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너에게만큼은 시를 써 보내려 한다.


<당신 앞에서 웃는 이유>

'당신 앞에서 맘껏 웃고 있거나
맘껏 떠들고 있다면,
당신이 나를 좋아하거나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
단지 그것뿐! (p. 59).'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고 맘껏 울고 맘껏 웃는 건 당신 앞에서뿐, 그런 당신이 내게 있다는 건 행운이다.


<욕심>

'저기 빛나는 별을 따다
너의 손에 놓아 주면
넌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p. 130)'

어쩌면 그 무엇을 갖다 줘도 내 것이 아닌 건 아닐까? 괜한 나의 욕심인 거지.


<자판기 우유>

'아직도 자판기 속 새하얀 우유에선
엄마 냄새가 난다.
거칠고도 따뜻한 엄마 손길 닮은
엄마 냄새가 난다. (p. 136, 137)'

'어린 시절, 딸 다섯에 막내인 나는 학교 간 언니들이 올 때까지 혼자 방 안에서 놀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울면서 엄마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판기 우유지만, 달달하고 따뜻했던 그 맛, 그 향기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가 금방이라도 내게 환히 웃으며 자판기 우유를 건네줄 것만 같다…. (p. 137)'

이은정 시인의 어머니에게서 전해지는 맛, 향기가 있듯이 나의 어머니에게서 분명 맛과 향이 있었을 텐데... 희미하니... 세월을 탓해야 하나? 일찍 떠나신 어머니를 탓해야 하나.


<첫사랑의 향기>

'그가 일하던 빵집에서는 그의 향기가 났다.
그곳에서는 첫사랑의 향기가 났다.
그리워 질까 봐 외로워 질까 봐 눈물이 날까 봐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p. 140)'

첫사랑의 향기가 배어있는 그곳, 코끝이 찡해질까 봐 가지 못하는 곳.


'이제서야 비로소 나와 화해를 한 것만 같다.
이제서야 조금씩 나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p. 161)'

이은정의 시와 이상수의 그림으로 아프고 외로운 마음을 치유하는 흔적을 남기고
사랑한단 말도 못 해보고... 안아 주지도 못해 따뜻한 가슴을 느껴보지도 못한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에게 바치는 <자판기 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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