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큐레이터입니다만
장서윤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현직 큐레이터 장서윤의 큐레이터로 살아가는 이야기. 큐레이터라는 직업 세계의 궁금증을 시원시원하고 당당하게 맛깔나는 글 솜씨로 풀어나간 에세이다.

'큐레이터가 20~30대 여성들의 워너비 직업이라는 말은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지금의 나처럼 되는지 보다는 '어떻게 해야 나처럼 안 되는지'를 말하는 게 훨씬 쉬운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p. 12)'

내가 경험해 보니 '큐레이터라는 직업세계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멋지지 않아'라든지 '힘들긴 하지만 자부심을 갖고 견딜만한 품격 있는 직업이야. 무시하지 마'라는 그런 상투적인 직업세계 고발 에세이가 아니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선택의 이유와 자신의 감정들은 솔직하게 풀어냈고, 30대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웃음 짓게 만드는 글,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얻어낸 깨달음, 전공자로서 가지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진한 애정의 시선... 장서윤 큐레이터(장큐)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지만 그의 글에, 그가 살아가는 유쾌하고 흔들리지 않는 삶에 공감하며 부러움과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명함에 꼭 큐레이터라고 적혀 있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이란 늘 바뀐다. 어디선가 나를 필요로 하면 고마운 일이고, 나는 그 일을 하며 즐거울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걸림 없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앞으로도 꼭 큐레이터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p. 237)'

그리고 장큐 특유의 가식 없는 자기표현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해서 안도하며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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