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토, 피치카토 등 다양한 기법을 고안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손은 매우 가늘고 길어 엄지손가락을 손등 위로 구부려 새끼손가락과 맞닿게 할 만큼 유연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들에게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소문나 도전하고 곡으로 꼽히는 라흐마니노프<피아노 협주곡 3번>. 이 곡엔 무려 3만 개의 음표가 나오고 작품 길이가 40분이나 돼서 뛰어난 테크닉이 있어야 연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작곡도 했지만 스스로 완벽하게 연주도 했다고 하는데 그 비결 역시 긴 손가락이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도'를 짚고 새끼손가락으로 다음 옥타브의 '라'까지 뻗을 정도였다. 클래식과 미술에 문외한이어서인지 예술가들의 에피소드엔 항상 솔깃하고 흥미롭다.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에서 작가 김희경은 39인의 예술가들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클래식 그리고 미술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학창 시절 공부를 핑계로 만나 밤새 수다 떨던 친구가 지금도 내 곁에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함께 한 시간이 많아서다. 해도 해도 이야깃거리는 샘솟듯 끝이 없다. 성장과정을 서로 지켜봐서였다. 친구의 연애사도, 친구의 아이들도, 어려운 일도, 기쁜 일도 모두 꿰고 있으니 말이다.이 책을 읽고 나면 예술가 39인의 성장과정, 작품 탄생 배경, 삶의 철학을 알게 되고 파가니니와 라흐마니노프의 손가락이 길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모두 꿰고 있게 될 테니, 클래식 그리고 미술과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