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aeg 2022.4 - No 75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서평단에 선정된 덕분에 지난달부터 받아보는 월간지 <Chaeg>. 마치 지은경 편집장과 그의 동료 에디터들과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웃음기 가득 머금고 책 이야기로 신나게 수다 떤 기분이랄까? 좋아하는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쓰는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번 75호의 주제는 '우리가 함께라는 것'이다. 우정, 협력, 공존, 연대, 동료, 함께 살아가는 가치에 대한 에디터들의 글, 기고가들의 에세이, 책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분을 잃는 것은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선생님의 죽음은 수많은 도서관들이 사라진 것과도 같다. (p. 33)'

하나의 도서관인 이어령의 삶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배웅하며 시대 지성을 우리는 잃었다. <Chaeg> '삶의 아틀라스' 코너에서 사진작가 김용호는 그의 말과 현란한 손동작을 사진에 담아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달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우정이 어려워진 이유는 너무 많아진 생각과 계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다가가는 것을 상대방이 불편해할까 봐, 친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길까 봐... (p. 55)'

10여 년간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은 조르주 상드와 귀스타브 플로베르, 21년간 편지를 주고받은 스콧 피츠제럴드와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 데이비드 호크니와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의 25년간 이어온 예술적 교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정치인 피델 카스트로의 우정의 견고함을 엿보며 진정한 우정을 마음속에 새겨본다.


'책 속 이야기'에서는 <나는 이스트런던에서 86 ½ 년을 살았다 (마틴 어스본, 클)> , <우정 그림책 (하이케 팔러, 그림 발레리오 비달리, 김서정, 사계절)>, <아이 웨이웨이: 인간 미래 (국립현대미술관 펴냄)>, <고흐와 고갱-고독한 영혼의 화가들 (김광우, 미술문화)>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스트런던에서 평생을 보낸 헐렁한 양복을 입은 작은 체구의 조지프. 사진을 보자마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네온 색 옷을 입고 햇볕을 쬐며 빈둥거리는 젊은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조지프 마코비치를 포착한 마틴은 공모전 상을 받은 욕심으로 접근했지만 좋은 컷을 찾지 못한다. 조지프에 집중해 우정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고 나서야 마틴은 그의 모습에서 "살 수 있는 동안 살라"라는 유쾌하고도 뭉클한 지혜를 얻는다.


'amicitia. 우정을 뜻하는 라틴어. (...) 우정(amicitia)과 사랑(amor) 모두 사랑하다 (amare)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는데, 여기서 '사랑한다'는 뜻은 이해관계를 떠나 선의를 맺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우정 또한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p. 125)'

우정을 생각하면 지체 없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친구. 대학교 1학년에 만나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왔고 그의 아내와도 친하다. 그의 아내는 드문드문 만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우리를 신기해한다. 생각해 보면 함께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군 입대 시기가 달라 대학시절 4년을 온전히 같이하지 못했다. 졸업 후 전화 통화도 가끔, 만남도 1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하다. 그런데 그의 아내 말처럼 신기한 건 공유한 추억이 많지 않고, 취미가 다름에도 만나면 하루 종일 수다가 가능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편하다. 내가 존경하는 둘도 없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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