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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었습니다만 - 가끔 달달하고 자주 씁쓸했던 8년 8개월의 순간들
진고로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4월
평점 :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 8년 8개월 동안의 공무원 생활기를 네 컷 만화와 글로 담아낸 <공무원이었습니다만>이다.
'업무의 구체적인 시스템과 세세한 고충까지 알지는 못하니 말이다. 결국 전할 수 있는 것은 백육만 분의 일의 이야기뿐이다. 내가 만난 여러 사건과 인물들이 서로 합쳐지고 각색되어 편집된 아주 주관적인 이야기. (p. 6)'
복지부동, 사무적, 고지식, 관성에 젖은.... 아무래도 공무원을 규정할 때 연상되는 단어는 부정적 뉘앙스의 단어들이다. 그렇지 않은 표현도 공무원과 잇대어 놓으면 부정적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들여다보니,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니 많이 다르다. 백육만 명의 고민이 들여다 보인다. 사무적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감정 소모가 심해서였다. 만나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 그 사연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아팠고, 기억으로 남아 힘들어서 사무적이려고 노력하는 그들이었다.
서비스 업종을 경험한 나로서는 버라이어티 한 대면 서비스의 어려움에 특히 공감했다. 감정 노동자의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조금도 짐작하지 못한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기업은 그나마 기댈 곳이 있지만 공무원은 개인의 위기 대처 능력 이외에 의지할 게 없다는 데 놀랐다.
공무원 사회가 우리가 생각하듯 건조하지만은 않았다.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보람을 갖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공무원이 아닌 직장인들처럼.
저자는 연금을 받게 되는 근속 10년을 앞두고 인생을 모험으로 여기는 길을 선택한다.
'공무원을 그만둔 다음 한량으로 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일이 하고 싶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탄식이 '꼭 그만두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변하기 시작한 건 새로운 꿈이 생겨서였다. (p. 283)'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었고, 그 꿈은 안정 속에서 불안보다는 불안 속에서 안정을 택하는 용기를 주었다. 생계의 불안을 감수하더라도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안정을 찾는 길을 선택했다. 확실한 건 없지만 하지 못함의 후회가 더 크리라 확신했기에, 이제까지 자신을 겁쟁이로 만든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을 믿기로 했다. 버티는 삶도 멋지지만 한발 물러나는 삶도 비겁한 건 아니었다.
내 지인의 자녀들 중에도 공무원이 되려 공부하는 청년들이 더러 있다. 공무원이란 직업이 내 삶에 무엇을 가져다 줄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은 당신의 삶을 향상시킨다. 그러한 직업은 당신 성격의 가장 주요한 특성을 발달시키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즉,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한다는 것은 원하는 방식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동시에 그 일이 자기 자신을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폴 D. 티거·바버라 배런, <나에게 꼭 맞는 직업을 찾는 책>, 백영미 옮김, 민음인, 2016. (p. 283)'
젊으니까. 꿈, 도전, 모험 선택이 가능한 나이니까. 죽음을 앞두고 후회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