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만나는 시간 - 오래된 책에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다
앨런 제이콥스 지음, 김성환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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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보고 처음 떠오른 글귀, 김영하 작가의 책 <읽다>에서 밝힌 고전에 대한 정의다.

'고전이란 처음 읽으면서도 '다시' 읽는다고 '변명'을 하게 되는 책이지만, 처음 읽는데도 어쩐지 '다시'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라는 것이다. - 읽다 (김영하, 문학동네) p. 11'


오래전에 낯선 시대의 이상한 언어로 쓰여 잘 이해도 안 되는 고전, 그 고전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책, 그래서 고전보다 더 읽기 힘들었던 책 <고전을 만나는 시간>이다.

우선 앨런 제이콥스는 우리가 고전을 통해 과거와 소통해야 하는 이유를 '인격의 밀도 personal density'를 높이는 데서 찾는다. 사회적 가속화와 정보의 과부하로 현재를 살기에도 힘이 부쳐 지금 이외에 것에 생각할 여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의 고민에 답을 찾기 위해서도 고전을 읽어야 한다.

고전은 읽는다는 건 '다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고전에서 만나는 이들의 환경은 지금의 우리와 다르고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그 다름에서 우리가 현재 고민하는 문제의 답을 찾게 된다.

고전을 통해 과거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태도보다는 그때의 시대적 상황에서 자유와 정의의 방향으로 나간 그들의 삶과 이상에 지지를 보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고전이라는 도구로 우리는 과거로부터 칼비노의 말처럼 교훈을 얻기도 한다.
'"당신만의 고전 작가 란 당신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그와의 관계에서 당신 자신을 정의하거나. 심지어는 그와 논쟁을 벌이도록 당신을 자극해 주는 그런 작가들을 말한다." 한마디로 이 말은, 어떤 책이 당신 스스로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은 물론, 믿고 싶지도 않은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면, 그 책이 당신에게는 고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말이다. (p. 119)'

리스와 르 권이 선배 작가들의 작품 <아이네이스>와 <제인 에어>를 향해 베풀었던 너그러움 (generous)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는 고전에서 '이상적 순간'과 인간성의 '진짜 알맹이'까지 함께 추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외에도 고전 독서는 '타닥거림 crackling'이라는 교감이 선사하는 진정한 가치를 주고, 과거와의 연속성을 인정함으로써 인격의 밀도를 높이게 해 준다. 이러한 인격의 밀도 증대는 약속하는 능력을 증대시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연결한다.


김영하 작가의 <읽다>에서 앨런 제이콥스 주장과 부합하는 또 하나의 문장을 인용하면,

'왜냐하면 고전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당대의 진부함과 싸워야만 했다.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 읽다 (김영하, 문학동네) p.15'

​지금 우리가 여전히 찾게 되는 고전이 살아남은 이유는 당대의 진부함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을, 고전을 열렬히 사랑함으로 우리의 관심의 피를 제공하여 오늘을 사는 지혜와 강건함을 획득, 미래와 의미 있는 약속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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