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 - 같이 읽기의 즐거움, 함께 읽기의 따뜻함 ㅣ 에디션L 5
이진미 지음 / 궁리 / 2022년 1월
평점 :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에서는 열 명의 작가와 그 작품 속의 주인공의 삶을 이진미 작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함께 하니 소설이 수월하게 읽히는 한편, 소설 문학 강의를 듣는 느낌도 든다.
'자기만의 방을 찾아 나선 수전,
독립적인 엘리자베스,
삶의 제대로 된 뼈대를 세우려는 브리오니,
창조적 작가 메리 셀리가 창조한 프랑켄슈타인,
댈러웨이 부인의 존재의 순간들,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스캇,
줄거리가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오브프레드,
다름의 표지를 달고서 묵묵히 인생길을 걸어가는 혜스터,
애디를 매장하려 먼 길을 떠나는 번드런 가족,
그리고 자신의 살아온 인생에 후회는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스티븐스. (p. 205)'
시간과 공간이 다른 허구의 삶이지만, 주인공들을 만나 어떻게 그들을 들여다보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의 근육을 어떻게 하면 단단하게 만드는지, 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진미 작가는 소설을 이렇게 읽고 대한다. 우선 소설과 유사한 경험의 에피소드를 떠올리고, 작가 성장 배경, 이에 따라 형성된 작가의 철학과 그의 어떤 철학이 이번 작품에 녹아들었는지를... 그리고 소설을 통해 사회에,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이제까지 소설을 막연하게 대한 나로서는 이러한 포인트를 염두에 둘 만했다. 오르한 파묵은 '소설은 두 번째 삶'이라고 했다는데, 두 번째 삶인 소설에 최소한 이 정도 진지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영하 산문 <읽다>에서 '거기 소설이 있으니까' 읽는다고 김영하는 말한다. 소설을 읽으면 뭔가를 얻는데 그 뭔가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내가 경험한 미로와 타인 경험한 미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 기회가 되어 서로 인생의 길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만나서 각자 어떻게 책을 읽었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나눈다면 읽기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함께 읽기입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한 번은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p. 209)'
어쩌면 내가 소설을 읽으며 경험한 길이 김영하 작가나 이진미 작가와 다른 길이겠지만 어쩌면 미로에서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만나면 그들이 걸어온 미로 이야기 듣게 되는 즐거움이 더해지리라.
독서에 나름 책 해석 실력이란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한층 실력을 높여주는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