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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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중앙은행의 한자와 나오키 과장. 업무총괄부장 다카라다와의 갈등으로 오사카 서부지점으로 좌천성 인사이동 조치된다.

어느 날 본사로부터 오사카 서부 지점의 주요 고객인 미술 전문 출판사 센바공예사 M&A를 추진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센바공예사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자칼의 사장 다누마 도키야. 한자와는 왜 자칼의 사장 다누마가 작은 출판사에 불과한 센바공예사를 노리는지, 자신과 갈등이 있었던 다카라다가 왜 이 M&A에 발 벗고 나서는지 의문을 품는다.

니시나 조는 현대 미술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일본의 화가로 그의 평생의 주제는 '아를르캥과 피에로'다. 회화라기보다 만화의 캐릭터처럼 가벼운 터치로 그린 그림에 화단이 열광하면서 니시니 조의 대명사가 되었다. (p. 34)

한자와는 센바공예사의 대표 도모유키의 외숙부가 남겨놓은 유품에서 힌트를 얻어 센바공예사 지하 창고 벽에서 '아를르캥과 피에로' 낙서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낙서의 사인은 니시나 조가 도지마상점에서 일할 당시 친한 동료였던 사에키 하루히코의 것이다. '아를르캥과 피에로' 그림은 또 있었다. 한자와는 고인이 된 사에키 하루히코의 형의 집에서 똑같은 그림을 발견한다.

빈정거리는 눈길에 미소를 짓고 있는 아를르캥과 멍한 표정의 피에로, 익살스러운 만화 터치지만, 그와 동시에 니시나 조의 주특기인 그림과 비슷했다. (p. 234)

자칼의 사장 다누마는 니시나 조의 후원자였고 그가 컬렉션 한 그림은 모두 니시나 조의 작품이다.

한자와는 다누마가 '아를르캥과 피에로' 낙서가 발견된 센바공예사를 M&A 하려는 이유, 본사 다카라다가 꾸미는 음모, 니시나 조와 그의 동료이자 '아를르캥과 피에로' 그림의 원작자로 추정되는 사에키 하루히코 사이에 숨겨진 모든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밝혀나간다.


"미술계에서 모방이 완전한 악이냐 하면, 그렇게 몰아 불일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죄 없는 모방이냐, 악의적인 도작이냐... (p. 267)

이 소설을 읽으며 2016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조영남 씨의 대작 사건이 생각났다. 당시 조영남 씨는 ' 관행을 따랐을 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조영남의 유죄, 조영남 씨의 창작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2심에서 '화투'라는 소재가 조영남 씨의 아이디어임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도 2심의 결과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이러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예술의 세계이니. 창작과 함께 스킬의 영역도 포함하는 예술의 세계이니까.


나는 이케이도 준의 작품이 처음이지만, 이미 <변두리 로켓>시리즈, <한자와 나오키>시리즈로 알려진 은행원 출신의 작가였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는 주로 직장인들의 애환과 사회적 이슈를 엮어 다룬듯하다. <한자와 나오키: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도 M&A와 은행이라는 직장 내에서 흔히 있는 갈등을 다뤘다.

'현대 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어도, 세상의 본질은 공생과는 거리가 먼 약육강식이다. 평소에는 윗사람에게 순종하며 규율을 잘 지키는 월급쟁이라도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으면 매장될 수도 있다. 한자와에게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이다. (p. 179)'

직장 내에서 대부분의 갈등은 업무가 많다거나 어려움은 아니다. 인간관계, 특히 상사와의 불편한 관계다. 이로 인해 이직을 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을 통쾌하다. 뻔하지만 부조리한 상사를 상대로 하는 앙갚음은 언제나 진리다. 현실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광경이어서 더 그렇다. 권선징악 스토리의 소설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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