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변호사가 되어보니 말입니다 - 어느 생계형 변호사의 일상 기록 일하는 사람 6
오광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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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 시리즈', 기상예보관, 피디, 환경감시선 항해사, 관광개발연구원, 사운드 디자이너에 이은 여섯 번째, 어느 생계형 변호사의 일상 이야기다. 이들은 무슨 일을 할까? 누구나 궁금해할법한 직업들이다.

'사실 대개의 변호사들은 그냥 변호사 자격을 가진 회사원 또는 자영업자다. (p. 7)'

10여 년 전, 보통 총무팀의 일이었던 법무 업무가 별도의 팀으로 조직되며 변호사가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변호사가 회사에 있으니 법적인 문제는 그가 모두 해결하리라 기대가 컸었다.

웬걸? 컴플레인이나 명도 소송이 있어 법적인 자문을 구하면, 답변은 원칙적인 누구나 그 정도는 할만한 이야기만 했다. 실망이 컸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은 보면 상사에게 결재 올리고 뭐 그냥 이 책의 저자인 오 변호사의 말처럼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변호사의 일이라는 것은 그냥 사무직 회사원과 별 차이가 없는 것도 같다. 주로 앉아서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 회사에서 시켜서 봉사 활동한 것을 어디에서 자랑하기 민망한 것처럼, (...) 보수를 받고 한 일을 거론하면서 공익 변호사 흉내를 내고 싶지는 않다. 그러고 보면 '직업'으로서의 변호사는 참 특별할 것이 없기는 하다. (p. 65, 66)'


'욕을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려면 가해자 변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실관계는 수사를 하는 검사와 방어를 하는 변호사 사이의 공방에서 더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해자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주어서 더 이상 다른 소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사실관계를 확실히 하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깔끔히 내릴 수 있게 된다. (p. 52)'

왜 나쁜 사람도 변호인이 필요한지, 저자의 합리적인 글에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됐다.


'줄임말이 아니라 일상적인 어휘인데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상황처럼 '선의'라고 하면 '어떠한 사실을 모른다'라는 뜻이고, '악의'라고 하면 '어떠한 사실을 안다’라는 뜻이다. 착하고 나쁜 것과는 관계가 없다. (p. 77, 78)'

법조인이 사용하는 언어, 도무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들을 왜 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들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장벽인가? 아님 그들 나름의 내세울 만한 권위인가?


'나는 저 의뢰인이 지문이 닳아 무인 발급기로는 민원서류를 못 떼는 것도 알고 이사 갈 곳이 어디인지, (...) 어쩌면 적어도 맡긴 사건에 대해서는 가족보다 가까워지는 사이, 그게 바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p. 159, 160)'

자기들만 알아듣는 말을 하는 평범한 자영업자인 변호사! 우리는 이들을 찾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룰을 모르고 그 룰 안에서 무엇이 정의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항의할 줄도 모르니 나 대신 항의하며 편들어줄 이들을 가족보다 더 의지할 수밖에... 판사의 판결문이 납득되지 않으면 더 억울한 법이다. 때론 아쉬움이 남지만 이들이 친절하게 이해시켜 준다면 덜 억울하지 않을까?

'변호사는 참 좋은 직업이지만 눈물을 흘리는 의뢰인에게 냉정하게 사실 관계를 따져 묻고, 그런 의뢰인에게 법이 그러하니 패소할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 참 잔인한 직업이기도 하다. (p. 191)'

정치적인 야망과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변호사들 말고, 의뢰인의 감정적인 오해와 억울함을 이성적으로 법적으로 풀어주는 변호사들.... 이들이 필요하고 그들은 존경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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