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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 심리학의 눈으로 보는 두 나라 이야기
한민 지음 / 부키 / 2022년 1월
평점 :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널목에 어르신이 보이면 같이 느리게 걸으며 짐도 들어주려 하고, 장난치며 걷는 어린아이가 있으면 여지없이 주의를 주며 걱정한다. 남이 아니고 부모님 같아서, 내 아이 같아서 선을 넘어 오지랖을 떤다. 일본인들에게 이러한 행동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민폐라 여겨 참견하기를 꺼리며 선을 긋는다.
'저는 한국과 일본을,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를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유치하게 한국의 장점과 일본의 단점을 비교하겠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 제가 비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인간의 보편적 욕구에 대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대처 방식입니다. (p. 12)'
토종 문화심리학자 한민이 문화심리학 이론과 나름 자신의 숙성된 학술적 견해를 가지고 두 나라의 문화를 알기 쉽게 비교한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이다. 그는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자신 있게 쓴 책이라고 주장한다.
서양의 개인주의와 상대적으로 집단주의 문화에 속하는 동양의 두 나라의 문화는 왜 이리도 다를까? 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까?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은 보편적인 욕구를 갖지만 그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은 문화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죠. (p. 16)'
'욕구를 충족하는 방식의 다름'이 한민 교수의 대답이고, 이러한 '욕구 충족 방식'을 갖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문화의 차이에 접근하여 설명한다.
한국인은 어울리고 싶은 욕구로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반면, 대인 관계를 불편해 하는 일본인은 혼자 또는 일대일 플레이의 콘솔 게임을 좋아한다.
일본인은 노래를 들으러 공연장에 가기 때문에 질서 지키며 조용히 있지만, 우리는 신나게 놀러 공연장에 간다. 그래서 떼창을 한다.
하회탈은 표정이 크고 다양하지만, 일본 가면극 노오의 탈에는 감정이 거의 담겨있지 않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여과 없이 잘 드러내는 우리네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상대방에게 다른 모습을 내세우는 일본인과의 이러한 차이가 탈에 반영됐다.
상황이 어려워 달리 취할 방법이 없을 때 한국인은 산으로, 일본인은 히키코모리가 되어 방으로 들어간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강해야 한다는 욕구를 가진 일본인은 이를 충족하는 강함의 상징인 칼을 선택했다. 남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욕구를 가진 한국인은 가장 멀리까지 가는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었다.
두 나라의 흥미로운 문화 비교는 계속 이어진다.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개미가 코끼리를 이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개인이 문화의 모든 면을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p. 184)'
한국의 문화는 이렇고 일본의 문화는 이렇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화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시적 기능과 그 문화의 구성원들조차 인식하기 어려운 잠재적 기능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기우제의 현시적 기능은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서'이지만 잠재적 기능은 '불안의 감소와 집단 결속력 강화'입니다. (p. 383)'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의 기능에 주목하라고 한민 교수는 조언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구 충족 과정에서 무의식이 나타나고, 문화는 욕구 충족의 체계여서 문화적 현상 중에는 무의식과 관련된 것이 많다고 문화심리학을 요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