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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사이보그 공학에 대해 말한다. 생물과 무생물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인간의 감각과 기능을 이미 안경, 심장박동기, 의료보장구 그리고 뇌의 자료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보완하고 있기에 현재 우리는 진정한 사이보그가 되기 직전의 경계에 걸쳐있다.
또한 뇌와 컴퓨터가 직접 연결되는 과학적 방법이 성사되고, 뇌가 집단적인 기억은행에 저장되며 그 기억을 검색해 남의 기억을 자신의 것인 양 기억하게 되면, 각 개인의 정체성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하는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귀띔해 준다.
에벌린과 네이선은 복제인간, 클론을 만드는 과학자이자 부부다. 에벌린은 복제인간의 성과로 권위 있는 과학상을 받는다. 그런데 바로 그날 에벌린의 업적을 기리는 축하 연회가 있기 전 외도를 한 남편 네이선으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남편이 바람피운 상대는 에벌린 자신의 클론인 마르틴이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클론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권리라는 게 없다. 그들은 그저 시험제일 뿐이다. 그들은 대역이자 장기 이식을 위한 농장, 혹은 연구 소재일 뿐이다. 잠깐만 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생물의학 폐기물이 된다. 그들은 일회용이다. (p. 77)'
마르틴은 진짜 사람이 아니다. 그저 과학 실험 대상일 뿐이다. 남편 네이선이 에벌린에게 불만을 느껴의 그의 입맛에 맞게 조건화하여 에벌린의 발톱을 빼서 만든 버전, 클론일 뿐이다.
마르틴은 클론에겐 불가능한 임신을 하게 되고, 어느 날 마르틴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다툼 끝에 자신을 죽이려는 네이선을 살해한다. 마르틴은 살인사건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에벌린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같이 시신을 매장하고 에벌린은 네이선을 대신할 네이선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위기를 벗어나는 듯하지만...
진정한 사이보그가 되기 직전에 놓여있는 사피엔스가 미래에 겪게 될지도 모를 다양한 갈등이 등장한다. 그중 일부는...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에벌린은 결혼생활에서 아내의 역할보다는 자신의 일,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여 죽은 아버지를 향해 반항한다. 남편 네이선은 아내에 불만을 느껴 다른 여자를 만나는 선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프로그램한 에벌린의 클론을 만들어 부부로서 지낸다.
에벌린은 남편 네이선을 사랑하는 자신의 클론 마르틴을 질투한다. 네이선을 죽이면서까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 하는 마르틴에 인간적인 연민을 갖기도 한다. 때론 마르틴을 실험 대상인 클론으로서 주종 관계로 대할 뿐 동등한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
복제인간과의 외도, 복제인간이 포함된 삼각관계, 복제인간에 대한 연민, 복제인간을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그저 장기를 공급하는 일회용 인간으로 여겨야 하는지... 이런 주제의 소설은 낯설어서 난감하다. 이런 문제들이 우리들의 논의의 장에 등장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건가? 유발 하라리가 통찰하듯이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피엔스 자신의 클론을 만드는 시대를 넘어 신이 되고야 마는 영원한 삶을 영위하는 미래를 우리에게 선물하게 되는 걸까? 과연 그런 미래는 선물이 될까? 저주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