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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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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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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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의 상징은 '한강'이다.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과 강북이 나뉘며 부의 기준이 달라진다. 한강은 서울의 모든 관광의 근간이기도 하며 생활공간이다. 한강이 없는 서울은 생각할 수 없을만큼 한강이 주는 의의는 크다.

소설집 《한강》은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한강'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집이다. 일곱 명의 작가들은 사실주의 작가이자 르포 작가이기 한 장강명 작가를 필두로 하며 K-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정해인 작가 그리고 조영주 작가와 정명섭 작가 및 번역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폭을 넓히고 있는 박산호 작가 등등 개성 강한 작가들이 함께 했다.


'한강'을 소재로 한 만큼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한강의 어떤 점에 주목하여 글을 써내려갔는가. 그 부분이 이 앤솔러지 소설집을 읽는 재미이다. 가장 인상 깊은 작가들 위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친숙한 이름 장강명 작가의 단편 소설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을 보면 초반부터 장강명 작가의 특기가 나온다.

바로 소설은 소설인데 '사실'인 것처럼 르포처럼, 실화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특기이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 장강명 작가는 작년 은행나무에서 출간한 '한국'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 <소설, 한국을 말하다>에서도 참여했었다. 그의 작품집 [소설 2034] 에서는 기자의 이력을

살려서 K문학의 실체를 사실스럽게 쓴다. 자신의 작품에 '장강명 작가'라는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역시 마찬가지다. 한강의 인어들 이야기, 무엇보다 동화나 판타지스러운 소재이다. 그런데 작가는 소설 초반 이 이야기의 책의 출판사와 원고가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중 몇 편은 다행히 좋은 출판사를 만나 '시간의 언덕, 현수동'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올 예정이다. 그 책의 픽션 성분은 15퍼센트쯤 되는 것 같다. 그 책 원고를 기다리는 동안 북다에서 앤솔러지 '한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이현수와 한강의 인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 글을 읽으면서 헷갈려진다. 이 이야기들이 작가의 후기에 나오는 부분인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분명 소설이다. 작가는 사실인 것처럼 독자를 사실과 창작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한강'에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라고 한다면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가 아닐까?

매일 폭등하는 서울 아파트값에서도 한강뷰 아파트는 어나더레벨 클래스의 부를 상징한다. 그 부의 이미지를 소설에 가장 크게 담은 작가는 K-스릴러의 작가 정해인 작가의 <한강이 보이는 집>이다.

금수저 집안, 대출 하나 끼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를 구매한 김양민의 집. 김양민은 기분이 좋다. 이런 집을 감히 누가 구할 수 있을까. 한참 플렉스를 외치며 돈놀이를 한다. 그런데 술에 취한 다음 날 깨어나보니 아내가 죽어 있다. 식칼에 배에 찔린 채로. 과연 김양민이 아내를 죽였을까?

범인을 추리해가면서 김양민의 부에 대한 면들이 이야기 곳곳에 드러난다.



한강뷰의 집이 가지는 부의 그늘진 면, 그리고 그 부에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다. 너무 사실적인 인간의 욕망, 노골적인 부의 그늘을 보여준다. 그래서 아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그 부에 드러난 그림에 더 몰입해서 읽게 한다.

반면 임지형 작가의 <한강을 달리는 여자>와 박산호 작가의 <달려라, 강태풍>등은 달리기와 반려동물과의 산책하는 한강로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을 위한 달리기에서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한 달리기로 변신하는 <한강을 달리는 여자>, 그리고 반려동물의 의리를 나타내는 박산호 작가의 작품 그리고 귀신을 소재로 한 한강뷰가 보이는 차무진 작가의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는 진한 휴머니티를 선사하며 강한 감동을 남긴다.

앤솔러지 소설집 《한강》은 하나의 소재에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이야기들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많은 소설 중 베스트를 꼽는다면 정해인 작가의 <한강이 보이는 집>이 가장 공감이 가며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었다. 한강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소설집 《한강》 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부디 안 좋은 추억보다 좋은 이야기들이 더 많이 쌓이는 한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 한강을 어떤 이야기로 만드는가. 어떤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가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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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 기후 붕괴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케이트 마블 지음, 송섬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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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의 위기 앞에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말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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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 - 기후 붕괴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케이트 마블 지음, 송섬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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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로부터 책만 증정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화가 난다. 

저들의 냉소주의가, 거짓말이, 탐욕이 노엽다. 

기후 위기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멍청한 것도 아니면서 모르는 척 내뱉는 허위 사실들 때문에, 심지어 그 똑같은 헛소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 볼 때마다 분노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침몰하는 배를 타는 기분이 어떨까 생각한다. 우선 나를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책에 관해서 말하는 걸 좋아하는 나를 생각한다. 관심사를 바꿔야 하나? 아니면 다른 무엇을 해야 하나? 관심 갖는 사람들은 점점 적어지는데 이 일을 해야 할까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곤 한다. 


기후과학자 케이트 마블의 저서 『나는 미쳐가고 있는 기후과학자입니다』에서는 제목부터 그 기운이 느껴진다. 일부의 사람들만 기후위기와 환경을 걱정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무감각한 현실. 그 사이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기후과학자의 애타는 심정이 그려진다. 과학적 사실은 이미 발표되었다. 이제 위기다. 그래도 그 사실들은 사람들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케이트 마블은 다른 걸 꺼낸다. 인간의 감정을 결합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꺼낸다. 인간이 이 위기 행성에서 겪는 감정들에 호소한다. 자신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는 정치인들을 향해. 너는 너대로 갈 길을 가라며 바꾸지 않는 기업가들로 인해. 무관심한 대중들을 향해 분노가 타오름을 숨기지 않는다. 


이 책의 원제는 <Huamn Nature : Nine Ways to Feel About Our Changing Plane> 이다


즉 우리가 변해가는 행성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가? 


9가지 감정에 대해서 먼저 지구와 우주의 기원에 대해 감탄하는 '경이'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이 수많은 행성 중에서 '지구'라는 '골디락스' 지대에 살 수 있는 경이로움. 하지만 그 경이로움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경이로움을 해치고 기후 위기를 일으킨 현실에 대한 '분노'로 간다. 분노와 함께 죄책감과 두려움. 그리고 몰락해가는 시대에 대한 애도, 놀라움 그리고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경이, 분노, 죄책감등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감정의 단계들은 어떤 부분들일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까지 '경이'라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계절이 아직까지는 존재하고 아직 살아있다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분노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분노해야 우리는 화를 내며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분노하지 않으니 그 어떤 단계로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할까? 


나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나는 기후과학자 케이트 마블처럼은 아니지만 나 역시 분노와 죄책감을 오간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가뭄과 같은 재앙 속에서의 원인을 '우리'라고 콕 짚어 말하는 저자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의 행태가 등에 칼 꽂아놓고 '자연사겠네요' 주장하는 맥베스 부인처럼 사악한 힘이라고 말하길 주저앉지 않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나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죄책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범인도 잘못했습니다라고 하지만 그걸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대답을 찾기 위해서 올바른 질문이 필요하듯. 기후붕괴에 직면한 지금도 올바른 질문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얼마나 더 나쁜 상황이 벌어질지,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임계점이 있는지 질문하고 시놉시스를 만들면서 답을 유추해간다. 그 상황은 또 다른 좌절과 애도를 불러오지만 올바른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결코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지구 위기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답을 찾기에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끝내 찾아야 할 감정은 희망과 사랑이다. 


죄책감만으로, 애도만으로 이 지구 위기를 구할 수 없다. 사랑과 희망만이 앞으로 나갈 길을 제시해준다.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그것을 진심으로 느껴야 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한다. 

그럴 것이다. 

지구를 위하기 위해서 느껴야 할 올바른 감정. 그건 바로 사랑이라는 걸 케이트 마블은 말해준다. 

지금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나무와 풀들을, 동물들을 더 사랑할 때 우리는 이 위기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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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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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에 꼭 기대하는 문학상 작품집이 있다. 바로 '김승옥문학상'이다.

    10년 이상의 중견작가, 작가명을 가린 작품만으로 심사하는 블라인드 심사로 유명한 이 문학상은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매년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올해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대상의 영예는 최은미 작가의 『김춘영』을 비롯해 황정은 작가, 강화길 작가, 김인숙 작가, 배수아 작가, 최진영 작가 등 이미 알만한 굵직한 작품들을 써낸 작가들이 수상의 명예를 올랐다.


    먼저 대상을 차지한 최은미 작가의 『김춘영』을 기대를 가지고 보게 된다. 화운령에서 있었던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프로젝트. 소설 속 면담자인 박정윤은 김춘영씨와의 몇 차례 인터뷰 후 마지막 인터뷰만을 남겨두고 있다마지막 인터뷰때 김춘영씨와의 깊은 인터뷰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연구팀에 전화를 거는데 동료 연구가는 그에게 말한다.

    박선생, 우리가 쓰는 건 라이프 스토리가 아니고

    라이프 히스토리야.


    김춘영씨의 생애에서 화운령의 역사적인 장면을 포착하라는 말. 개인적인 김춘영씨의 라이프 스토리가 아닌 역사의 굴곡이 보이는 라이프 히스토리를 찾아야 한다는 연구팀의 압박. 하지만 김춘영은 역사의 현장이 아닌 이 마을에서 술을 팔며 살았던 평범한 여인이었을 뿐이었다.

    소설을 보면서 생각한다. 라이프 히스토리와 라이프 스토리는 상극인 것일까?

    우리는 라이프 스토리들이 모여서 라이프 히스토리가 된다는 걸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크고 굵직한 생애만이 인정을 받고 영웅대접을 받는 시대에 개개인의 사소하지만 평범한 나날들은 왜 작게 취급하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 자신도 힘들게 현장을 살아왔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화려하고 멋진 이미지에 기가 죽고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최윤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투사 없이, 역사 현장이라는 접점이 없어도 온전히 한 개인의 생에 언어를 입히는 것.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 답은 개인이 라이프 히스토리만을 갈구하지 않고 라이프 스토리를 중시하게 될 때, 평범한 삶이 소중함을 받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지 않을까라고 답하고 싶다. 그 답은 연구팀이 아닌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라이프 히스토리가 아닌 라이프 스토리들이 존중받는 시대. 그 답의 실마리를 나는 최진영 작가의 <돌아오는 밤>에서 찾는다. 챗지피티, 검색, 핸드폰으로 연결되는 매체 기술에 대한 설명은 내가 평론가가 아니므로 제쳐둔다. 내가 최진영 작가의 글에 주목하는 부분은 친구 이향기가 죽고 그의 동생을 만나고 돌아오던 길, 지하철은 끊기고 핸드폰은 방전되고 다리는 다쳐서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영국에서 오는 길이라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어두운 밤길을 걷는데 그가 만난 건 도움의 손길이 아닌 강도 3인조였다. 돈도 빼앗기고 신분증도 빼앗는 그들은 말한다. 네 신분을 알고 있으니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그 순간 끝장이라고. 폭력과 협박 속에 간신히 도망쳐온 그녀는 빈 상가 건물에서 112에 신고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힘들어하던 그녀에게 항상 든든한 의지였던 친구 이향기가 남긴 편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다시 시작해.

    비록 폭력과 협박을 받은 후 다시 시작하라는 향기의 유언과 같은 편지가 더욱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기죽지 말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용기. 우리가 끝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건 권리라며 상황이 어렵더라도 그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친구 향기의 말은 어떤 삶 속에서도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를 제시해준다.

    그 밖에도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무관심으로 멍청해서 생겨나는 평범한 악의 모습들을 그린 황정은 작가의 <문제없는, 하루>는 정말 우리의 하루가 문제없는 하루가 맞는지를 정면으로 물어봐주어 역시 황정은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외국어와 해석이라는 사실로 삶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 김혜진 작가의 <빈티지 엽서> 또한 좋았다. 배수아 작가의 글에서는 심사위원의 말대로 나는 종종 길을 잃었고 다시 길을 찾기 위해 다시 읽어야 할 듯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올해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가을을 통과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설집이었다.

    이 가을을, 그리고 내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소중하게 만들어주도록 작은 길을 터 준 느낌이라고 할까.

    소설을 읽으며 나의 라이프 스토리를 더 사랑하고자 용기를 내게 만들어준 이 소설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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