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 먹고 마시는 유럽 유랑기
문정훈 지음, 장준우 사진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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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얼 떠올릴까? 파리?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

하지만 생각해보자. 파리와 에펠탑 같은 관광명소만으로 프랑스를 알 수 있을까?

온 세계의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한 몇몇개의 상징물만으로 우리는 프랑스의 삶과 문화를 느낄 수 있을까?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의 저자 문정훈 교수는 진짜 프랑스를 즐기기 위해 시골을 간다.

'프랑스인의 밥상'을 알기 위해 파리가 아닌 시골의 유랑이 시작된다.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의 컨셉은 매우 독특하다. '먹고 마시는 유럽 유랑기'라는 부제에 맞춰

서울대 농대 교수이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인 문정훈 교수가 집필을 맡고 셰프 겸 푸드라이터인 장준운 셰프가

사진을 찍었다. 먹고 마시기 위한 유랑기에 이만한 조합이 있을까?

흔히 프랑스를 '미식의 나라' 또는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는 프랑스의 밥상이 펼쳐지는 곳을 향해 부르고뉴와 프로방스의 시골로 향한다.

프랑스.

단순히 파리와 에펠탑만 알던 내게 저자가 소개하는 프랑스의 밥상은 세 가지다.

와인,

브레스 닭,

치즈와 프로방스의 허브

특히 와인 매니아인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셰프이자 사진작가인 정준우 셰프의 탐미러운 사진이 와인에 '와'자도 모르는 나를 와인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포도농장에 얽힌 역사와 각 지역에 따른 와인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내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의 차이점이었다. 한 나라에 와인의 등급이 한 가지가 아닌 두 지방의 기준에 따라

보르도 지방의 등급과 부르고뉴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고 한다.

보르고 지방은 '1855 그랑 크뤼 클라세'로 와인의 등급은 와이너리의 와인 가격 기준 방식으로 1등급 와이너리가 생산하면 무조건 1등급이고 2등급 와이너리라가 생산하면 무조건 2등급 와인이 된다.

반면 부르고뉴 와인 등급은 와이너리가 아닌 포도밭에 따라 부여된다. 양조기술이 아닌 1등급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만이 1등급 와인으로 판정받을 수 있다. 와이너리에 따라 부여되는 보르도의 경우 와인산업이 활성화되는 반면 포도밭에 따라 부여되는 부르고뉴는 양조 기술보다 땅에 따라 부여되니 와인 산업의 발달이 다소 주춤하다고 한다.

부르고뉴의 현실을 한국의 쌀 농사와 비교하며 저자는 보르도처럼 한국에도 뭔가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대한 셰프 조르주 블랑'의 영지인 '보나 마을' 또한 흥미롭다. 초베테랑 셰프로 보나 마을의 대부분의 식당과 호텔을 경영하는 것도 유명하지만 그가 브레스 토종닭협회장으로 토종닭 품종의 소비 확산에 누구보다 앞장 서고 있다는 점이다. 조르주 블랑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토종닭 산업이 활발하지 못했으며 농부들 또한 힘들었을 것이다. 명성만큼 등급도 까다로워 엄격한 품질 관리를 받는 브레스 토종닭이 수많은 요리로 완성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기 까지는 든든한 지원이 필요함을 알게 해 준다.

이 '조르주 블랑'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피땀흘려 수고한 농부들은 수익이 적고 시장과 연결하는 중개업자만 돈을 버는 시스템. 이 시스템 속에 한국의 농업은 발전하기가 어렵다.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으면 결국 좌초되기 마련이다.

누구나 들어보았을 프로방스. 꽃과 허브의 천국인 프로방스로 유명한 명소 중 발랑솔 마을과 발랑솔 고원은 죽기 전 꼭 한 번 가 보고 싶도록 유혹한다. 라벤더밭과 해바라기밭의 사진만으로도 향기가 풍겨오는 듯하다.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는 저자 문정훈 교수의 지식과 함께 저자의 위트가 책 곳곳에 넘쳐흐른다.

와인을 모르는 나와 같은 독자라도 와인 매니아인 저자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매니아가 되는 순간 패가망신 한다는 그 유명한 와인을 꼭 한 번 마셔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한다. 미식을 아는 저자와 사진작가 셰프는 그렇게 미각의 세계로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안내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코로나가 끝나면 파리의 에펠탑을 가자고 약속했다. 더 늦기 전에 여러 곳을 다니고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을 바꿨다. 에펠탑도 좋지만 저자가 소개한 프랑스의 시골로 가야겠다. 특히 조르부 즐랑이 있는 '보나 마을'과 프로방스의 해바라기밭에 가서 사진을 꼭 찍어야겠다. 코로나야 빨리 끝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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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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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득선득한 산 자의 감각이란 김금희 작가의 추천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저자의 기억들이 책 속에 생생하게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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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성년의 나날들,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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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를 맞았다. 한국 문학계의 축복이라고 일컫는 박완서 작가의 문학은 10주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다양한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이 10주기를 맞아 새단장을 하고 독자들 앞에 새롭게 찾아왔다. 그 중 작가가 가장 사랑했던 자전적 소설 3부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새로운 리커버로 재출간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 1부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작가의 유년기를 그린 소설이며 2부작인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전쟁부터 결혼까지 겪는 격동기를 그린 세월이다. 6.25전쟁 발발 후 피난을 가지 못해 텅 빈 서울에 숨죽이며 살아남아야 했던 그 숨 막히는 긴장의 세월이 책 속에 찬란하게 펼쳐진다.

전쟁 중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지금이다. 앞날은 꿈꿀 수 없다. 매 순간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전쟁중에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작가의 전작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에서 작가는 침묵의 서울에 홀로 남은 극한의 공포를 묘사한 장면이 있다. 인민군과 국군의 틈새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 공포를 저자는 경험을 되살리며 생생하게 현장을 묘사해 나간다.



의용군으로 전쟁터에 나간 오빠는 총상을 입고 돌아오고 가족의 실질적인 가장은 올케와 작가가 된다. 무기력하며 공포에 사로잡힌 오빠, 그 오빠를 지키고 있는 엄마에게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라면 빈 집 도둑질까지 감행하는 처참한 현실은 전쟁이 인간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 지 생각하게 한다.

식구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올케와 작가이건만 엄마는 오직 오빠만 바라보며 며느리와 딸의 희생을 모른체한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면발도 없이 국물만 들이키며 도둑질까지 하는 그들의 희생을 묵인하는 엄마의 모습은 작품 내내 애증의 모녀 관계로 남게 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모녀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애증관계.. 그 모녀 관계가 작품 속에 공감이 된다. 마치 황정은 작가의 <연년세세> 속의 이순자와 큰 딸 한영진의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을 연상하게 한다.



끝내 오빠가 죽고 작가는 가장이 되어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 힘든 가장의 길을 함께 짊어지는 것 또한 올케였다. 힘든 격동의 세대에 그 길을 감당해 내는 건 바로 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후에 작가의 첫 작품 <나목>의 모티브가 되는 박수근 화백과의 실제 만난 부분 또한 흥미롭다. 비록 가정이 있는 초상화 화가이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지만 작가는 의젓함을 보았다고 말했다. 어쩌면 전쟁 중 가족 중에 가장의 역할을 했던 사람은 작가와 올케였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저자의 경험이 호감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김금희 작가는 이 작품을 보고 "무섭도록 선득선득한 산 자의 감각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나는 김금희 작가의 이 해설이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온전히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작품 내내 순간을 살아남기 위한 긴장과 초조, 삶에 대한 집착과 공포 등이 작가의 기억 속에 그대로 재현된다. 그 숨 막히는 현장 속에 몰입되는 듯하다. 전쟁이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작가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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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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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그림책 소통가 둥글님이 있다. 나와 같은 쌍둥이 엄마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림책의 매력을 발견하고 동네책방 마쉬를 운영하며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그림책 소통가이다. 둥글님이 강연하는 문화 강좌도 들으면서 처음으로 그림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닌 어른들을 위한 치유 책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림책을 깊게 읽으며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내 역량의 부족이어서일까. 여전히 그림책은 어려웠다. 더 깊은 독서로 이어지지 못했다. 더 나아가는 독서로 나아가고 싶은 갈망이 있던 때,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만났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아홉 명의 회원들이 함께 그림책을 통해 찾은 삶과 공존의 이야기다. 자신들의 독서 경험을 통해 그림책이 어떻게 삶의 해답이 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준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첫 장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이가 클 때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장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김지민님이 꿈을 말하며 소개하는 첫 번째 그림책은 바로 《발레리나 토끼》이다.

먼저 김지민님은 주변에 널리 퍼진 육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떠올린다. 특히

"엄마가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니, 그건 욕심이지"라는 말... 이 말을 들어보지 않은 엄마가 있을까?

나 역시 시어머니로부터 숱하게 들어왔다.

"애들 크고 나서 해라."

"애들 크고 나면 여행도 다니고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해."

작년, 글쓰기 교실에 등록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대한 남편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그 때 다녀. 왜 네 욕심으로 1년을 우리보고 양보하라는 거야?"

하지만 적당한 때는 없다. 어리면 어린 대로, 크면 큰 대로 아이들은 끊임없이 돌보아야 하는 존재이다. 적당한 때는 바로 지금이지만 아직도 이 사회는 엄마들을 육아라는 이름으로 옭아맨다. 아이들을 방치하는 게 아닌 함께 성장하겠다는 것임에도 주변에서는 '애들이나 잘 돌 봐라'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양보할 것을 권유한다.

고민하는 저자에게 "언제쯤이면 네가 마음껏 네 길을 걸을 수 있을까?"라는 지인의 질문에 김지민님은 그림책 《발레리나 토끼》에서 토끼가 발레의 꿈을 펼쳐나가는 것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내딛는 장면을 설명한다. 함께 나누고 토론하며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는 과정을 보며 읽는 나의 감정까지 벅차오른다. 단순히 워킹맘으로만 살아오던 내가 책을 읽고 이렇게 서평이란 글을 씀으로 소속감을 얻고 활동하는 게 나를 살리는 것임을 알기에 나는 김지민님의 감정에 이입되어 함께 기쁨을 나누게 된다. 자신의 꿈을 실천해가며 아이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습 속에서 비로소 엄마가 아닌 '김지민'으로서의 삶도 함께 가능함을 알게 된다.

엄마가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는 것은 결코 일탈이 아니었다.


남자보다 여자들은 몸에 관심이 많다. 남성들보다 여성에게 몸에 대한 평가는 더 가혹하다. 자기계발이란 잣대로 끊임없이 평가당하기 십상이며 노화는 죄악시된다. 이제 40대를 훌쩍 넘기다보니 몸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 몸에 대한 그림책 《천하무적 영자 씨》를 소개하는 이야기 또한 집중하여 읽게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건 어느 누구도 아닌 노화라니...

노화를 막기 위해 온갖 안티에이징 수법이 난무하지만 누가 시간을 거역할 수 있을까. 진시황도 막지 못한 늙음과 죽음을 거부하면 할수록 우리는 몸을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저자의 글을 통해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지금의 몸을 사랑해 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누구의 몸도 아닌, 내 몸과 잘 지내기로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에게 딱 맞는 몸을 토닥이며

갖가지 아름다운 몸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섞여

괜히 더 힘찬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100P



책을 읽어갈수록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도 쌓여져간다. 아.. 책 구매한 지 하루 밖에 안 되었는데 큰일났다.

고민하는 내게 <주제별 엄선 추천 그림책 목록 150권>이 수록되어 있어 나의 지름신을 깨우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어찌 안 살 수가 있을까. 그건 내게 고문이다.

저자들의 경험이 담긴 그림책 독서를 통해 나는 또 하나의 독서를 알아간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공감하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 그림책 읽기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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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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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개천에 용이 마르고 4포 시대를 넘어 5포 시대라고 말한다. 취업,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하는 세대라는 이 신조어 속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사회의 불안을 느끼곤 한다. 더 이상 나아질 게 없고 기대할 것조차 없는 세대. 코로나와 함께 상황은 더욱 암울하며 이젠 실날 같은 희망도 없어져 버린 듯하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는 걸까라는 불안함이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책이라니, 더 나아지고 있다는 듯한 책 『추월의 시대』가 출간되었다.

『추월의 시대』는 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하헌기, 한윤형의 여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한국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진보, 보수 논객이 아닌 젊은 연구자들의 눈으로 바라 본 한국의 모습과 대책 등을 제시한다.

사실 정치와 한국 현대사에 문외한인 내게 『추월의 시대』 는 쉽지 않은 책이였다. 특히 386세대를 설명하는 민주화 세력, 넥타이 부대등은 낯설었고 뉴라이트가 극우 역사 단체라고만 알고 있던 내게 '대륙 문화론'과 '해양 문화론'의 비교로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 등은 처음 접하게 된 지식이라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새로웠던 내용들을 주제로 소개하려고 한다.

공저 중의 한 명인 한윤영씨는 먼저 애매해진 진보의 개념을 설명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좌파로 애매하게 몰아가버리는 무리수. 더불어민주당을 '좌파'라고 몰아가며 무리수를 둠으로서 진정 진보세력들이 힘을 잃어버리는 이 현상을 정확하게 지적해낸다. 실상 국민의 힘 정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은 차이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야당 시절에는 잠시 진보쪽으로 기울이는 듯하지만 정권을 잡으면 기득권에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좌익, 우익으로 내몰며 진보의 개념을 애매하게 만든다. 정의당, 민중당과 같은 진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다.

1987년에는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갔다.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세력들이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어느 곳에 속하지 않은 중도파의 모습을 보인다. 언젠가 한 지인으로부터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으로 인해 상실감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애쓰게 노력해도 강남좌파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이유라고 했다. 그 후 많은 청년들이 방향을 잃었고 그들의 상실감을 채워 줄 수 있는 정당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만 되면 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좌절감. 6선, 7선을 해가며 영구 집권하는 정치 세력들 속에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정당의 변화가 아닌 정치 세력이 변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덜컹거릴 수 밖에 없다는 글은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출산과 양육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보다 그로 인한 손해와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오기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삶과 욕망에 대한 문제다.

출산은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일종의 '성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출산에 따르는 불편함을 개인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주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

저출산에 대해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또한 매우 정확하다. 출산 장려금, 한 달에 10만원이라는 아동 보육 지원금이라는 단순한 '보상' 정책은 10년,20년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전혀 공감이 되지 못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때때로 딩크족으로 사는 직장 동료를 바라보면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내 욕구를 억누르며 아이들 위주로 살아야 하는 이 삶이 과연 현명했던 것일까라는 상실감 또한 자주 느낀다. 먼저 해고 순위 1순위라는 워킹맘의 입장, 아이들 일로 개인 생활이 사라지고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아야 하는 보호자의 고통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정부는 단순히 '보상'만으로 해결해왔다. 하지만 잠깐 받는 돈만으로 20년의 양육의 부담과 여러 위험들을 결코 만회하지 못한다. 정말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고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주는 정책이 아니면 '저출산'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첫 직장'은 신분이다. 첫 직장으로 대기업에 입성했으면 다음 직장도 대기업으로 갈 수 있다. 물론 한 직장에서 평생을 버텨도 된다. 대기업에 입사한 이들이 갑자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가는 일은 잦지 않다. 보통 그것은 실패나 도전을 의미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채에서 획득한 신분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자기계발을 하기보다는 기업 안에서 잘 안착하고 안전하게 숨어 산다.

직장인들 사이에 '첫 직장'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첫 직장을 잘 잡으면 그와 비슷한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쉽다. 하지만 첫 직장이 좋지 않으면 이직하는 직장도 비슷한 곳으로 가게 된다. 나는 직원이 10명인 중소기업에 다닌다. 몇년 전, 사장님께서 대학 예비졸업생인 딸을 둔 부장님께 "OO이 졸업하면 우리 회사에 취직하라고 그래"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다.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부장님은 혼잣말로 '첫 직장이 얼마나 중요한대 이 곳으로 오라고 말할 수 있냐'라며 불쾌해하셨다. 첫 직장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힘든 사회. 한 번 발을 내딘 분야에서 신분 상승하기 어려운 사회 그래서 더욱 많은 청년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 공채에 매달린다.

시험이 존재하는 한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시험 방법의 변경이 아닌 '시험'을 줄이고 '첫 직장이 낙인되지 않기 위한' 사회의 정책이 세워지는 것이 먼저이다.

『추월의 시대』는 젊은 30대의 학자들이 쓴 책이여서일까. 기성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바라보아 공감이 많이 된다. 우리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게 외치는 '탁상행정'의 철폐 '현장중심'의 정치를 요구하는 것도 이들의 시선이 시민들의 시선과 다르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니 국민이 원하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리 만무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조금만 방향을 바꾼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헬조선이라고 비판하지 말고, 이제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고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나아간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나와 같은 평범한 국민보다 정치인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이 사회의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알라고 말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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