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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천지혜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2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각자만의 고민과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그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하게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은 그 상처에 새 살이 돋아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내내 아픈 상처가 곪도록 안아들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픈 지도 모른 채. 그런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위로와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당신에게 사랑의 말을 던져준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라는 제목만 보고서는 연인에 대한 에세이일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타인' 보다는 '나'에게 사랑의 말을 건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마음을 알고 위로해주는 말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뻔한 위로의 책이겠구나 싶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감성의 말들이겠구나 싶었는데 읽어보면 볼 수록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흔한 문구도 아니었고 굉장히 내면의 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글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성찰적이었다고 할까. 상처를 그대로 바라보고 그 상처를 인정하고 그 상처를 다시 녹일 줄 아는. 글들이 자극적이지 않아 매우 편안했다. 내면의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어쩜 이렇게 내 생각을 그대로 투영해서 썼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그런 부분들을 집어냈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이 책의 조금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면 시의 형식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에세이는 줄글로, 양끝 정렬이 되어 있는 형태인데 이 책은 가운데 정렬을 사용했다. 에세이도 어쩌면 하나의 시가 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글과 함께하는 감성적인 사진들로 인해 감성의 끝을 제대로 달릴 수가 있다. 늦은 오후, 느지막이 깔리는 해처럼 포근하고 부드럽다. 천천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글들이다.
책날개에 '지금 당신이 어떤 사랑을 마주하고 있느냐에 따라 이 문장의 해석이 달라질 것입니다.' 라는 글이 있는데, 맞는 말인 듯 하다. 어떤 글은 연인에게 하는 것 같다가도 나에게 하는 것 같다가도 친구에게, 가족에게 하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 연애적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모든 사랑이 결국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사랑은 그러니 결국, 나의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읽는 독자에 따라서 무수히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니, 함부로 재단하지는 않겠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오히려 짧아서 좋은. 짧은 문장들 속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을 마음이 서러운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
올 봄에는 당신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길 바라며.
마음도 마찬가지지
나를 읽어줄 사람 없이는
나의 마음 씀도 무의미해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읽어준 순간
내가 누군가를 읽어준 순간은
기적과 같은 순간이야
행복의 절반은 상상력에 기대어 있다
나에게 일어날 기쁨들을 상상해 보자
할 수 있는 한 오래 떠올려 구체화하자
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떠올린다면
꼼꼼하고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행복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법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룰 방법을 알게 되거든
상상은 기어코 현실이 된다
사랑만이 나를 호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타인을 사랑하면 나는 더 외롭고 공허해졌다.
(중략)
모든 것들이 지겨워 갈구를 멈추고 나의 근원이 외로움임을 받아들였을 때, 나는 외로움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 방을 하나 내주었다.
지구에 햇살이 닿는 시간 동안
그 햇살이 나에게 닿는 동안
눈을 감고 느끼고 싶다
평범함은 그렇게 특별하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야
내가 꼭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야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거든
우리가 별처럼 빛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나 시기가 별이 아닐 수도 있지. 아니, 어쩌면 내가 별일 수도 있는 거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의 존재가 달라지는 거야. 어떤 별이든 가까이서 보면 빛나지 않는 법이거든. 언제 어느 순간 찬란히 빛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 그러니 너는 별이야. 사실은 빛나고 있어.
<정리>
1. 시 같은 에세이
2. 마음을 위로해주는 부드러운 문장들
3. 우리네의 현실과 삶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추천>
1. 마음이 외로우신 분
2. 책을 통해 위로를 얻고 싶으신 분
3. 나를 사랑하고 싶으신 분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