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생각하는, 시 비슷한 것들을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게 그저 즐겁다. 그 즐거움이 마음속에서 넘쳐흘러 생활을 어쩐지 재미있게 만들어주니까. 이를테면 은색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뜨거운 물속의 흰 달걀을 보고 있으면, 나는 문득 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물코처럼 엇갈린 벚나무 길의 나뭇가지 끝이 옅은 보랏빛으로 스며드는 해질녘 거리를 걸을 때도.
내가 하루 중 대부분을 보내는 방 안에는 유리로 된 물건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아니제트, 빈 포도주병. 파르스름한 윈콜라병도 있다. 윈콜라병의 색깔은 콜롬보나 페낭 근처의 바다색과 매우 닮았다. 또 보티첼리 그림의 바다색과도 닮았다. 그 병을 보고 있으면 푸르고 투명한 바다나 선원들이 힘차게 노를 젓는 범선, 이탈리아 화랑에서 본 보티첼리의 바다가 떠오른다. 유리라는 물건이 지닌 투명함. 또 반투명한 초록, 버건디, 아지랑이 색 등이 내 마음에 든다. 유리가 지닌 연약함. 서늘함. 그리고 적당한 무게. 얇은 컵이 맞닿는 소리도 좋다.
병 속에서 울리는 라무네 사이다 구슬. 초록, 하늘색, 버건디, 우윳빛 등의 공깃돌. 유리구슬을 이은 얼음 가게의 포렴. 두꺼운 받침이 달린 컵.
커피포트 주둥이에서 빛나며 샘솟는, 컵 가득 담긴 아침 호텔의 커피. 럼주에 물을 살짝 탄 그로그의 갈색, 홍차의 진빨강 반짝임. 옅은 갈색으로 굽힌 머핀 등에 매혹당하면서도 그 영화들 속 레슬리 캐론의 춤, 사랑스러움, 프레드 아스테어의 소탈한 춤. 또는 히치콕 감독의 걸작 영화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을 품고 있는 가벼운 재미를 나는 즐긴다.
자두나 딸기, 복숭아 잼을 만들거나 빵과 달걀과 우유에 바닐라를 넣은 따끈한 과자, 얼음사탕을 뜨거울 때 녹인 차가운 홍차 등은 자주 즐긴다. 매년 7월에는 솔덤 자두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뒤 체에 걸러서 적포도주에 섞은 음료를 만든다. 위스키만 마시는 술고래 아들도 감탄하며 칭찬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리큐어다.
소설을 읽다가도 근사한 요리가 나오면 기억에 남는다. 셜록 홈즈의 차가운 도요새 요리. 리큐어를 넣은 커피. 파일로 밴스S. S. 밴 다인의 소설에 등장하는 귀족적 취향의 탐정의 농어와 달걀로 만든 따뜻한 요리.
버터를 넉넉히 넣고 생표고버섯을 볶아서 파슬리를 뿌린 보르도풍 버섯 요리. 프렌치소스를 뿌린 양상추에 얇게 썬 토마토와 양파를 장식한 로마풍 샐러드도 자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 씻을 더운물" 하고 어머니나 마리 본인이 말씀하시면 하녀가 가져다준다. 하녀가 뒤에 서서 머리를 빗기고 고무줄로 묶어서 리본을 달아주는 사이에 다시 한 번 시험 복습을 하거나 프랑스어 레슨을 복습한다.
파리에서는 일요일이 되면 코미디 프랑세즈로 여배우가 여러 명 와서 시를 낭독했다. 중학생들에게 올바르고 아름다운 프랑스어 발음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젊고 예쁜 여배우가 교대로 등장하며 아름답고 순수한 파리지앵의 발음으로 시를 낭독한다. 위층 관람석이나 무대 바로 아래쪽 자리는 어머니가 데려온 하얀 옷깃의 중학생으로 가득 차있다.
나는 야마다가로 들어오자마자 오요시 님을 숭배하게 되어서, 오요시 님이 보라색 바탕에 조릿대 잎사귀 무늬가 홀치기염색된 긴 주반을 짓고 있으면 그것과 같은 옷감으로 내 주야오비겉과 안을 다른 천으로 만든 전통 여자 허리띠도 지어달라고 하곤 했다.
오요시 님이 여름에 가느다란 세로줄 무늬 유카타에 나들이용으로 맞춘 듯한 물살과 갈대 무늬, 또는 물에서 자잘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무늬 등의 사紗로 만든 기모노 허리띠를 낮게 매고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도 좋았지만, 겨울에 요네자와 명주로 만든 기모노에 그와 비슷한 하오리를 걸친 모습도 좋았다. 어깨가 부드럽게 처져 있어서 자태가 좋았던지라 하오리에 얇게 풀솜을 넣어도, 하오리 아래에 풀솜옷을 받쳐 입어도 멋졌다. 자태가 좋다는 건 이득이어서 그 위로 시아버지와 함께 맞춘 소맷부리가 네모난 외투를 입어도 전혀 둔해 보이지 않았다.
또 세련되었지만 기품 있는 생김새여서 틀어 올린 머리를 장식하는 끈에 산호가 아니라 작은 진주를 쓰는 것도 어울렸다. 오요시 님이 평소에도 진주 머리장식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나카무라 아저씨라는 시아버지의 먼 친척이 어떤 연줄을 통해 손에 넣었는지 알이 작긴 했지만 진짜 진주와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진주(품질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를 쟁반에 넘치게 담아서 모두에게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한 적이 있어서다. 그래서 오요시 님은 머리장식도 두 개 만들고 호리병 모양 진주를 나란히 세 개 놓고 은으로 잎사귀 모양을 만들어 붙인 기모노 허리띠 장식 등도 만들었던 것이다.
오요시 님의 요리 가운데 내가 보고 흉내 냈던 것은 유자 무절임과 니나마스채소, 어패류, 유부 등의 재료를 가열해 식초 등으로 조미한 요리, 그리고 굴초절임이었다. 유자무절임은 단맛이 적은 삼배초식초에 간장과 설탕 또는 미림을 섞은 혼합초를 그릇에 가득 채우고, 거기에 아주 얇게 썬 무와 둥글게 썬 유자를 담가서 잠시 재워둔다. 굴초절임은 굴을 식초에 절인 음식으로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오요시 님은 거기다 잘게 깍둑썰기한 생강을 뿌리는데 그런 사소한 정성으로 모양도 맛도 세련되어졌다. 무 간 것을 버무린 해삼초절임도 맛있었다. 니나마스는 어슷썰기 한 무를 삶아서 부드러워지면 세 포로 뜬 정어리를 넣고 맑은 장국처럼 간을 한 뒤 식초를 조금 넣는다.
오요시 님이 만든 것 가운데 또 하나 근사한 요리가 있다. 봄이 되면 만들었던 죽순초밥이다. 먼저 도미를 얇게 회 뜨고 그 껍질을 따로 뒀다가 식초 속에서 비벼 씻듯 잘 문지른다. 그 살짝 탁해진 식초로 초밥용 밥을 짓고 네모난 초밥틀에 초밥용 밥을 담은 뒤 도미를 넣고, 다시 밥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달지 않게 담백하게 조린 죽순과 나무순을 올려서 꼭꼭 누른다. 삼각형 죽순과 푸릇푸릇한 나무순이 산뜻해서 매우 담백한 초밥이다. 시아버지의 고향인 히로시마의 음식일지도 모른다.
오요시 님의 유일한 ‘연애담’은 그가 어린 게이샤였던 무렵 하코네의 산 위에서 피서를 즐기던 이치카와 사단지(단?, 기쿠菊, 사左라고 불렸던 초대 사단지가부키에서 메이지 시대 도쿄 극단의 3대 명배우인 9대 이치카와 단주로, 5대 오노에 기쿠고로, 초대 이치카와 사단지를 아울러 일컫는 말)를 만나러 가마를 타고 산을 올랐다는 이야기다. 오요시 님은 신바시의 ‘요시미마스’라는 기생집 게이샤였고, 기적에 올라 있을 때의 이름은 고모모라고 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시 비슷한 것들을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게 그저 즐겁다. 그 즐거움이 마음속에서 넘쳐흘러 생활을 어쩐지 재미있게 만들어주니까. 이를테면 은색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뜨거운 물속의 흰 달걀을 보고 있으면, 나는 문득 노래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물코처럼 엇갈린 벚나무 길의 나뭇가지 끝이 옅은 보랏빛으로 스며드는 해질녘 거리를 걸을 때도.
내가 하루 중 대부분을 보내는 방 안에는 유리로 된 물건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아니제트, 빈 포도주병. 파르스름한 윈콜라병도 있다. 윈콜라병의 색깔은 콜롬보나 페낭 근처의 바다색과 매우 닮았다. 또 보티첼리 그림의 바다색과도 닮았다. 그 병을 보고 있으면 푸르고 투명한 바다나 선원들이 힘차게 노를 젓는 범선, 이탈리아 화랑에서 본 보티첼리의 바다가 떠오른다. 유리라는 물건이 지닌 투명함. 또 반투명한 초록, 버건디, 아지랑이 색 등이 내 마음에 든다. 유리가 지닌 연약함. 서늘함. 그리고 적당한 무게. 얇은 컵이 맞닿는 소리도 좋다.
병 속에서 울리는 라무네 사이다 구슬. 초록, 하늘색, 버건디, 우윳빛 등의 공깃돌. 유리구슬을 이은 얼음 가게의 포렴. 두꺼운 받침이 달린 컵.
커피포트 주둥이에서 빛나며 샘솟는, 컵 가득 담긴 아침 호텔의 커피. 럼주에 물을 살짝 탄 그로그의 갈색, 홍차의 진빨강 반짝임. 옅은 갈색으로 굽힌 머핀 등에 매혹당하면서도 그 영화들 속 레슬리 캐론의 춤, 사랑스러움, 프레드 아스테어의 소탈한 춤. 또는 히치콕 감독의 걸작 영화에서 느껴지는 섬뜩함을 품고 있는 가벼운 재미를 나는 즐긴다.
자두나 딸기, 복숭아 잼을 만들거나 빵과 달걀과 우유에 바닐라를 넣은 따끈한 과자, 얼음사탕을 뜨거울 때 녹인 차가운 홍차 등은 자주 즐긴다. 매년 7월에는 솔덤 자두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뒤 체에 걸러서 적포도주에 섞은 음료를 만든다. 위스키만 마시는 술고래 아들도 감탄하며 칭찬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리큐어다.
소설을 읽다가도 근사한 요리가 나오면 기억에 남는다. 셜록 홈즈의 차가운 도요새 요리. 리큐어를 넣은 커피. 파일로 밴스S. S. 밴 다인의 소설에 등장하는 귀족적 취향의 탐정의 농어와 달걀로 만든 따뜻한 요리.
버터를 넉넉히 넣고 생표고버섯을 볶아서 파슬리를 뿌린 보르도풍 버섯 요리. 프렌치소스를 뿌린 양상추에 얇게 썬 토마토와 양파를 장식한 로마풍 샐러드도 자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 씻을 더운물" 하고 어머니나 마리 본인이 말씀하시면 하녀가 가져다준다. 하녀가 뒤에 서서 머리를 빗기고 고무줄로 묶어서 리본을 달아주는 사이에 다시 한 번 시험 복습을 하거나 프랑스어 레슨을 복습한다.
파리에서는 일요일이 되면 코미디 프랑세즈로 여배우가 여러 명 와서 시를 낭독했다. 중학생들에게 올바르고 아름다운 프랑스어 발음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젊고 예쁜 여배우가 교대로 등장하며 아름답고 순수한 파리지앵의 발음으로 시를 낭독한다. 위층 관람석이나 무대 바로 아래쪽 자리는 어머니가 데려온 하얀 옷깃의 중학생으로 가득 차있다.
나는 야마다가로 들어오자마자 오요시 님을 숭배하게 되어서, 오요시 님이 보라색 바탕에 조릿대 잎사귀 무늬가 홀치기염색된 긴 주반을 짓고 있으면 그것과 같은 옷감으로 내 주야오비겉과 안을 다른 천으로 만든 전통 여자 허리띠도 지어달라고 하곤 했다.
오요시 님이 여름에 가느다란 세로줄 무늬 유카타에 나들이용으로 맞춘 듯한 물살과 갈대 무늬, 또는 물에서 자잘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무늬 등의 사紗로 만든 기모노 허리띠를 낮게 매고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도 좋았지만, 겨울에 요네자와 명주로 만든 기모노에 그와 비슷한 하오리를 걸친 모습도 좋았다. 어깨가 부드럽게 처져 있어서 자태가 좋았던지라 하오리에 얇게 풀솜을 넣어도, 하오리 아래에 풀솜옷을 받쳐 입어도 멋졌다. 자태가 좋다는 건 이득이어서 그 위로 시아버지와 함께 맞춘 소맷부리가 네모난 외투를 입어도 전혀 둔해 보이지 않았다.
또 세련되었지만 기품 있는 생김새여서 틀어 올린 머리를 장식하는 끈에 산호가 아니라 작은 진주를 쓰는 것도 어울렸다. 오요시 님이 평소에도 진주 머리장식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나카무라 아저씨라는 시아버지의 먼 친척이 어떤 연줄을 통해 손에 넣었는지 알이 작긴 했지만 진짜 진주와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진주(품질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를 쟁반에 넘치게 담아서 모두에게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한 적이 있어서다. 그래서 오요시 님은 머리장식도 두 개 만들고 호리병 모양 진주를 나란히 세 개 놓고 은으로 잎사귀 모양을 만들어 붙인 기모노 허리띠 장식 등도 만들었던 것이다.
오요시 님의 요리 가운데 내가 보고 흉내 냈던 것은 유자 무절임과 니나마스채소, 어패류, 유부 등의 재료를 가열해 식초 등으로 조미한 요리, 그리고 굴초절임이었다. 유자무절임은 단맛이 적은 삼배초식초에 간장과 설탕 또는 미림을 섞은 혼합초를 그릇에 가득 채우고, 거기에 아주 얇게 썬 무와 둥글게 썬 유자를 담가서 잠시 재워둔다. 굴초절임은 굴을 식초에 절인 음식으로 누구든 만들 수 있지만, 오요시 님은 거기다 잘게 깍둑썰기한 생강을 뿌리는데 그런 사소한 정성으로 모양도 맛도 세련되어졌다. 무 간 것을 버무린 해삼초절임도 맛있었다. 니나마스는 어슷썰기 한 무를 삶아서 부드러워지면 세 포로 뜬 정어리를 넣고 맑은 장국처럼 간을 한 뒤 식초를 조금 넣는다.
오요시 님이 만든 것 가운데 또 하나 근사한 요리가 있다. 봄이 되면 만들었던 죽순초밥이다. 먼저 도미를 얇게 회 뜨고 그 껍질을 따로 뒀다가 식초 속에서 비벼 씻듯 잘 문지른다. 그 살짝 탁해진 식초로 초밥용 밥을 짓고 네모난 초밥틀에 초밥용 밥을 담은 뒤 도미를 넣고, 다시 밥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달지 않게 담백하게 조린 죽순과 나무순을 올려서 꼭꼭 누른다. 삼각형 죽순과 푸릇푸릇한 나무순이 산뜻해서 매우 담백한 초밥이다. 시아버지의 고향인 히로시마의 음식일지도 모른다.
오요시 님의 유일한 ‘연애담’은 그가 어린 게이샤였던 무렵 하코네의 산 위에서 피서를 즐기던 이치카와 사단지(단?, 기쿠菊, 사左라고 불렸던 초대 사단지가부키에서 메이지 시대 도쿄 극단의 3대 명배우인 9대 이치카와 단주로, 5대 오노에 기쿠고로, 초대 이치카와 사단지를 아울러 일컫는 말)를 만나러 가마를 타고 산을 올랐다는 이야기다. 오요시 님은 신바시의 ‘요시미마스’라는 기생집 게이샤였고, 기적에 올라 있을 때의 이름은 고모모라고 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미네의 방 앞뜰에 수유나무와 나무딸기가 있었다. 수유열매는 타원형이었고 새빨갛게 익으면 조금 시큼하지만 맛있었다. 하지만 온통 자잘한 씨앗 같은 알갱이가 붙어 있어서 나는 그 열매를 기모노 소맷부리에 문질러 알갱이를 떼어낸 다음 입에 넣었다. 소맷부리가 더러워져서 어머니가 화를 냈다. 또 할머니도 내게 그렇게 수유열매를 잔뜩 따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 방에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수유열매를 가득 담은 찬합 뚜껑을 열어서 먹고 있었다.
나무딸기는 옅은 오렌지색 알갱이가 비교적 크고 하얗고 뾰족한 꽃술 위에 덧씌워져 있었다. 딸기처럼 시지 않고 그저 달기만 한 맛이어서 그리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는 할머니의 눈을 피해 되도록 잎사귀 그늘에 있는 것을 비틀어 따먹었다. 마치 살짝 올려둔 것처럼 꽃술 위에 붙어 있어서 곧바로 쏙쏙 입에 들어갔다
어린 시절 살았던 센다기초의 집 뒤뜰에는 큰 백목련 나무가 있었다. 봄이 오면 새하얗고 커다란 목련꽃이 하늘을 뒤덮으며 피었다. 그 아래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어두워질 정도로 새하얗고 커다란 꽃으로 가득했고, 맑은 물빛 하늘이 드문드문 유리조각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서양 옷이며 외투, 모자, 신발, 머프, 장갑까지 모두 베를린에서 보낸 것을 받았다. 옅은 갈색의 판지 상자 속에서 아버지가 마술처럼 꺼내곤 했다. 아버지가 위에 포개져 있는 얇은 종이를 팔락팔락 젖히면 내 작은 가슴은 기대와 기쁨으로 두근거렸다.
예전에 혼고 산초메의 아오키도에서 팔던 성냥갑 정도 크기에 영국인지 스페인인지의 풍경이 그려진 감색 상자 속에 은색 종이로 포장된 초콜릿 여섯 개가 든, 맛도 모양도 고급스러운 초콜릿이 있었다. 그것은 내 주식 초콜릿이었다.
가지를 껍질째 숯불에 구워 껍질이 새까맣게 타서 부드러워진 것을 물에 담가 껍질을 벗기는데, 안쪽도 옅은 갈색으로 부분부분 굽혀 있다. 꼭지째 접시에 담아 가다랑어포와 간장을 뿌린다. 호박조림, 월과, 가지된장무침 등도 있다. 겨울에는 흐물흐물하게 삶은 무에 조린 된장을 얹어 먹었다. 또 특이하게도 삶은 감자를 둥글게 썰어 간장을 찍어서 자주 먹었다.
양배추말이, 감자, 당근, 양파를 삶고 소고기를 더해서 푹 익힌 것, 감자, 당근(감자와 당근은 깍둑썰기), 푸르대콩 등을 삶고 생양파를 잘게 다진 것, 단단히 삶은 달걀을 잘게 다져서 섞은 샐러드, 각종 채소에 소고기를 넣은 수프 등이다.
또 저민 고기에 잘게 다진 당근과 양파를 섞어 넣고 볶은 것을 삶아서 체에 거른 감자로 감싸 쌀섬 모양으로 빚은 뒤 튀긴 크로켓도 즐겨 먹었다.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만들어 먹인 요리 가운데에는 밤을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간장과 맛술 약간, 설탕 약간으로 조린 것, 소바가키메밀가루를 뜨거운 물로 빚어 덩어리째 먹는 음식 등도 좋아했다.
프랑스에서는 이것을 러시아 샐러드라는 뜻에서 살라다 뤼스salade russe라고 불렀는데 나도 매우 좋아하는 샐러드다. 넙치 같은 흰살 생선을 식초와 물 반반으로 삶아서 감자, 당근, 삶은 푸르대콩, 다진 생양파와 섞은 뒤 식초와 올리브유(올리브유는 식초의 절반 정도)를 섞은 프렌치드레싱으로 버무린다.
아버지는 내가 열한 살 때 진빨강, 흰색, 올리브색 등의 자잘한 사각형이 모여 삼각형을 이루고, 그 삼각형이 흰색과 빨간색, 검은색과 빨간색, 올리브색과 빨간색 등으로 다양하게 짝을 지어 대여섯 종류의 다른 색 조합을 이루는 재미있는 무늬의 후리소데기모노 가운데 가장 화려한 예복를 골라주셨다.
길이가 7.5센티미터 정도 되는, 녹말을 뿌린 물렁물렁한 조센아메라는 엿을 여동생과 세이요켄 창가에 나란히 앉아 양쪽에서 잡아당겨서 뜯어 먹었던 것을 기억한다
야마다가에 가서 좋았던 것은 설날 아침의 풍습으로(아마 히로시마식이겠지), 도소잡귀를 쫓고 장수를 기원하며 정월에 마시는 술를 다 마시면 곶감을 둥글게 썬 뒤 나와 있는 씨를 뺀 것을 네 곳 움패게 해 꽃잎이 다섯 장인 꽃 모양으로 만들어서 과자 접시에 담아내는데 각자 자신의 접시로 집어와 먹는다.
떡국도 친정에서 외가식으로 만드는 것에는 떡국과 시금치만 들어 있었던 반면 야마다가는 오리고기 떡국이었다. 오리고기, 무, 당근, 토란, 우엉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는 데다, 요리 마지막 무렵에 연어 알을 뿌려서 반쯤 색이 변하면 불을 끈다.
기노시가이치카와 엔노스케의 본명은 기노시 마사히코의 것은 배우의 집안답게 길흉을 따져서 "유명해진다"라고 하면 나물과 유부를 넣고‘유명해진다(名を?げる)’와 ‘나물을 올린다(菜をあげる)’는 발음이 같다 "손님을 들인다"라고 하면 닭을 넣는가부키에서의 ‘손님을 들인다(取り入れる)’와 ‘닭을 넣는다(?入れる)’는 발음이 같다 식이었다고 이야기해줬다.
오코토 님은 기모노 옷매무새가 또 뭐라 말할 수 없이 근사했다. 옷깃 언저리는 느슨하게 풀어놓고 허리띠도 아무렇게나 묶었지만 가슴 근처와 허리는 꽉 조여 있었다. ‘에리엔’에서 어머니와 내가 장식용 옷깃을 고르고 있을 때 들어오면 "아가씨, 이게 좋겠지요"라고 하며 직접 골라 내 옷깃에 대어주곤 했다.
구종goujon, 모래무지버터조림도 근사하다. 껍질에 든 날성게나, 정어리 같은 생선을 버터로 구운 것에 소금에 절인 성게를 곁들인 요리도 대단했다. 또 프뤼니에에서 생굴을 타로 주문한 뒤 "앙코르, 두젠encore douzaine(한 타 더)" 하고 다시 주문해서 후룩후룩 비우는 그 맛이란 두말 할 나위 없다(지중해의 굴이었는데 지금은 어째선지 더 이상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또 그 뒤에는 바지락이 든 필래프와 로마풍 샐러드(양상추 잎을 세로로 잘라서 그 절반을 절단면이 위로 향하도록 접시에 담고, 그 위에 얇게 썬 토마토와 양파를 파슬리와 함께 올린 뒤 프렌치드레싱을 뿌렸다)를 먹었다.
콘수프와 닭고기가 든 그라탱은 굉장히 맛있다. 밥도 고슬고슬하고 채소도 신선하다. 엽차와 맑은 장국도 내주고, 햄에그를 주문하면 그라탱 접시를 통째로 구워서 나오는데,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나로서는 조금 곤란하지만 햄도 질이 좋고 맛있다.
차분한 녹차색과 베이지색의 털실 니삭스를 사줬다. 따뜻한 데다 도큐 백화점의 가나이 미요 씨 가게에서 지은 프랑스 울로 된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오버코트와 함께 신으면 옛날 영국 인형 같아서(내가 서양 인형 같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몹시 좋아하며 올해도 겨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오버코트의 단추는 물소 뿔로 만들었는데 대모 등딱지의 반점 같은 점 색깔의 농담이 셋 다 다르다. 어느 정도 회색빛이 도는 베이지색의 그 오버코트는 입고 긴자를 걸어도 모든 여성이 힐끔힐끔 보시니 굉장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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