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사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현재의 편안한 삶에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그 당시엔 일상이었다. 근대사를 공부할 때마다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삶으로부터 큰 자극을 받는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가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겐 환경을 탓하는 일은 시간 낭비다. 환경이 열악하다면, 인간은 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은 환경이 조건화한 대로만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다.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지만, 환경 역시 인간의 영향력 안에 있다.
독립운동가들은 주체적 인간으로서 제국주의에 대항한 사람들이다. 대항의 과정에서 그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중 독립운동만 없었다면, 편한 삶을 살았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은 굳이 고생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일본에 흡수되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됐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저항했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대부분 세속적인 이유에서 시작한다. 원대한 이상 없이 오로지 나만의 이익을 위해 삶을 살아간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 역시 나의 개인적 즐거움 때문이다. 아리랑에서 그려진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이러한 나를 반성하게 한다. 나는 나약하게 환경 탓을 자주 한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항상 마음속으로 되뇌지만 나약함과 게으름이 종종 이러한 생각을 저지한다. 이것들의 달콤한 유혹을 견디지 못해 내가 하려던 것들을 하지 않거나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즉, 잘못을 외부 탓으로 돌림으로써 나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더는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닐 웨일즈, 김산의 아리랑은 독립운동가 한 명의 일대기를 통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다. 또한 원작을 만화로 각색해 복잡한 독립운동사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재료는 단순히 역사적 지식이 아니다. 지식의 관점에서 이 책을 바라봐선 안 된다. 이 책은 독립운동의 살아있는 증언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감정보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감사함을 가장 크게 느낀다. 시험을 위해 역사를 배울 땐 그들의 희생이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희생자의 수, 독립자금 등은 차가운 숫자로 가려져 그 심각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리랑이 그려낸 그 당시의 모습은 내가 결코 가볍게 여기고 잊어선 안 될 것들이었다.
일제 강점의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까. 과연 나는 그러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큰 목적을 위해 수많은 유혹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요즘 나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내가 스스로 나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조다. 다른 사람에게 떳떳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먼저 떳떳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내가 무얼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알고 느끼는 것을 넘어 치열하게 실천할 수 있는 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