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사이언스 -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서가명강 시리즈 2
홍성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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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창의 융합형 인재. 21세기 교육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이다. 세상은 조각들의 단순 합이 아니다. 조각들은 서로 연결돼 영향을 주고받는다. 아무리 따로 떼어내려 해도 이들을 끊어낼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인간들은 세상을 자신들의 조각으로만 바라봤다. 다른 조각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다른 조각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조각에만 몰두했다. 세상은 이 조각들의 유기적 복합체이므로, 각각의 조각으로만 세상을 살아가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개인이 다른 조각을 알지 못한다면, 그 조각의 힘을 빌릴 수도 없다. 더군다나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오로지 자신의 조각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문제 상황을 일으키기도 한다.



크로스 사이언스라는 제목과 같이 이 책은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 책은 서울대에서 인기 있는 강의를 토대로 쓰인 책이다. 서강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이 어떤 즐거움을 줄지 궁금했다. 또한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에 화두가 되고 있는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어떤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을지도 기대됐다.



과학기술학자의 관심은 시민들에게 과학의 어려운 내용을 얼마나 쉽게 전달하는가에 있지 않다. 그보다 과학기술자는 현대의 과학기술이 우리 삶과 너무나 긴밀하게 연관돼 있고,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다양한 과학 활동, 과학 정책, 과학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런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이 책은 각 장이 마치 다큐멘터리나 지식 채널 e와 같았다. 특정 화두에 대해 과학기술학자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영화나 책에서 나타나는 과학적 지식과 사태는 현실과 괴리된 것들이 아니다. 홍성욱은 문화의 영역에서 나타난 과학이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주고 어떤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정말 많은 책과 영화가 이 책에서 등장한다. 대부분 내가 보지 못한 것이라 깊이 공감은 못했지만,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읽었다.



그중 개화기나 일제강점기 문학에서 나타난 과학기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학기술은 진보하며, 그에 대한 태도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조상들이 높게 평가하고, 기이하게 여겼던 과학 기술은 지금의 우리에겐 평범하고 익숙한 대상이다. 또한 우리에게 현재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미래엔 지극히 평범해질 수 있다. 예컨대, 과거엔 전기, 열차, 전화기조차 비범한 기술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인데 그들은 그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AI와 로봇의 발전을 바라보는 양가적 태도와 비슷하다. 우리는 로봇과 AI가 발전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것들이 인간의 삶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란 걱정과 두려움 역시 지니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가 단순히 과학기술을 과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문학의 힘을 빌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이유다.



이 책을 읽은 후에 과연 내가 융합형 인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과학자의 입장에선 인문학을 접근하기가 쉬워 보인다. 하지만 인문학,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나에겐 과학은 공포의 대상이다.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고, 도전하기도 전에 먼저 겁을 먹고 시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문학은 교양으로 바라보는데, 과학은 교양의 영역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은 교양으로서 접근하기 쉬운데, 과학은 교양보다 좀 더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학 역시 교양이 될 수 있고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책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에서 나타나는 과학적 사건을 접하고, 이를 내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더 공부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과학 역시 교양이 되는 세상, 그래야 융합형 인재들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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