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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 아저씨 - 좌충우돌 자영업 생존기
마정건 지음 / 청년정신 / 2019년 1월
평점 :
혹독한 삶이 가진 것 없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을 부추길 수 있겠구나. 고단한 현실에 내몰리면 없는 자들끼리 마구 두들겨 패겠구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들은 저 먼 곳에서 팔짱 끼고 구경하고 있는데 을끼리 또는 을과 병이 피가 튀는 전쟁을 벌이겠구나.
문방구 아저씨라는 제목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아침마다 군것질이나 준비물을 사기 위해 문방구를 찾던 기억이 난다. 500원이면 불량식품 다섯 개를 살 수 있었다. 그땐 100원, 200원이 정말 크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방구 주인아저씨 아주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이 책에서 사지도 않을 거면서 물건을 주물 거리는 아이가 나였고, 100원, 200원 하는 물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아이 역시 나였다. 책의 저자가 묘사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우린 문방구 주인아저씨 아주머니를 생각한 적이 있던가?
요즘 불경기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사회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언론에서 자영업자들의 고난을 많이 다루고 있다. 내 주변엔 자영업자가 없기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언론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부다. 이 책은 조금이나마 자영업자들의 삶과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문방구 아저씨로 표상되는 저자는 문방구에서 느끼는 고충을 풀어내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의 회사원이었던 그는 현재 5년 차 문방구 아저씨다. 어떤 사정인지 잘 모르겠으나. 문방구를 시작하기란 그나 그의 가족에게 모두 힘든 일이었다. 사회적 인식, 새로운 경험, 자본 등 그가 해치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가 묘사하는 고객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얼굴이다. 어떤 고객은 무한히 긍정적이고 그에게 힘을 준다. 하지만 그를 괴롭히는 몇몇의 고객은 그의 문방구 생활을 고달프게 한다. 갑의 정신이 무장된 사람들. 누군가에게 을인 사람도 또 누군가에겐 갑이 된다. 나 역시 당했기 때문에 그걸 다른 누군가에게 갚아주려 한다. 갑질 당한 것이 어느샌가 자신에게 내재돼 본인 역시 갑질을 행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분명히 자신도 갑질을 당했을 때, 화나고 슬퍼했을 텐데...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다. 학교 근로를 하면서 이러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같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근로를 하고 있을 때 어떤 학생은 그들은 고객, 나는 서비스 제공자로 생각한다. 마치 자신들이 마음껏 나를 대해도 되는 것처럼 무례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아직 사회에 나가지 못해 많은 경험은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갑질이 내면화된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이는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
자영업자를 시작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 같다. 자영업과 관련된 사람이 읽기엔 흥미로운 자기계발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엽을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저자와 공감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나중에 자영업을 꿈꾸기 때문에 자영업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자영업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보다 외부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을 느꼈다. 자영업은 모든 것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다. 책임감이 막중하기에 자신을 풍랑에서 지킬 존재 역시 자영업자 본인이다. 회사라는 테두리가 아니라 자신을 몸소 받치는 것이 자영업이다. 분명 국가의 제도나 정책에 따라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업의 성공은 국가가 아닌 자영업자 본인의 몫이다. 국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쳐도 자영업자가 실패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과연 이 저자는 다른 문방구 아저씨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시간이 축적되며 노련함이 생겼겠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섬세한' 열정을 퍼부었는지 등 책에서 나오지 않은 것들이 궁금하다. 국가의 섬세한 정책에 바라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섬세한 노력을 간과하면 안 되지 않을까?
출파사제공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