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 그들 - ‘그들’을 악마로 몰아 ‘우리’의 표를 쟁취하는 진짜 악마들
이안 브레머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세계주의는 연결을 가능케 함으로써 공포를 유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상과 정보가 즉각적으로 흐르는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속도로 연결해 교육 협력 상거래의 기회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분노의 원인이 늘어나고 있고, 그 분노를 널리 알릴 방법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시위를 찍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테러는 낯선 이름과 얼굴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파편화가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은 이른바 필터 버블을 탄생시켰다. 이는 우리가 자신의 편향성을 뒷받침해주는 견해와 정보를 취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함으로ㅆ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 되는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다. 다양성을 존중한다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다른 편이 된다. 나와 같은 편이 아니면 적이 되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자행한다. 이안 브레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정치에 대해 비판을 한다. '우리'가 아닌 타자들은 '그들'로 대상화될 뿐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세계화와 장벽. 규제와 자율. 성장과 분배. 한의학과 양의학 등. 우리가 이분법의 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이라는 큰 맥락에서 대상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우린 우리가 최선이라 여기는 대상에만 함몰돼 다른 가능성을 전혀 보지 못한다. '우리'의 주도권, 당위성만 합리화하고 '그들'을 깎아내리기에 바쁠 뿐이다.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학교에서 우리는 같이 있으면 편한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닌다. 성인이 돼서는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반겨줄 것 같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세상에 대한 뉴스와 정보는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내비칠 것으로 예상되는 텔레비전 채널, 라디오 방송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입수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에서 해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은 필터 버블이다.

우린 사회 전체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불이익이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린 종종 '우리'앞에 놓인 이득에만 눈이 멀어 이 사실을 잊는다. 이분법은 세상을 효율적으로 보기 위한 틀에 불과하다. '전체'를 쪼갠다고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린 그 틀에 현혹돼 전체를 잊는 일을 반복한다. 우리와 그들이 반드시 적이 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옳다고 그들이 틀린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우리와 그들은 화합하고 모두 옳을 수 있다. 필터 버블에 현혹돼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 일을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현대 사회는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받으며, 확실성은 부재한다. 살아남기 어려워진 시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짓밟고 부정해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충분히 같이 살아남을 수 있고, 화합할 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와 다른 그들을 악마화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들과 우리는 함께 가야 한다. 지금의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화합이 이상적이지만 분명히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것이든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자만 봐 대상의 빛을 못 볼 수 있다. 이때 상대가 본 빛을 무시하며 배척할 수 있다. 하지만 화합은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빛과 그림자를 보는 눈은 화합을 통해 가능하다. 또한 빛과 그림자를 봄으로써 우린 화합할 수 있다. 이는 빛과 그림자를 포용하는 세상에 사는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현재의 정치적, 기술적, 사회적 변화를 생각해볼 때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직장, 공공장소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유도할 장려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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