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업
이상원 지음 / 니케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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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꾸준히 쓰다 보니, '잘'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글을 완성할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좋은 글, 예쁜 글, 마음을 울리는 글, 밑줄 치고 싶은 글이 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사실 좋은 글에 대한 정의 역시 모호하다. 그래서 사람마다 좋은 글이라고 평가하는 글이 다르다. 하지만 좋은 글들이라고 평가받는 글엔 모두 '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문체가 아닌 작가 자신만의 문체가 좋은 글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또 누군가의,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글이 좋은 글 아닐까? 아마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런 글이고, 앞으로도 이런 글을 쓰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 성실한 독자와 청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하는 선생 역할이다. 성실한 독자와 청자는 글과 말을 그저 한 번 접하고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래 글과 말의 본질은 공허한 울림이 아닌, 독자와 청자에게 미치는 파장이자 영향이기 때문이다. 좋은 독자와 청자는 새로 접한 내용을 곱씹어 생각하고 자기 삶에 반영한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 글과 말은 생명력을 얻는다.

제목이 요즘 갖고 있는 나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다. 하지만 글쓰기의 방법이 아니라 저자의 '글쓰기 수업' 일지를 다룬 책이다. '글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배울 거라 기대했지만, 짤막한 학생들의 글과 이에 대한 작가의 평과 생각이 담긴 책이었다. 책의 제목만 보고 책을 선택했을 때 일어나는 문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책이 흐르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때 당혹감은 책에 대한 흥미도 줄이는 것 같다.



서울대생들이 작가의 글쓰기 수업에서 쓴 글들을 짤막하게 만날 수 있다.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와 비슷한 형식이다. 하지만 매우 사적인 글쓰기 수업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학생들의 글은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짧았다. 글은 무엇보다 맥락과 완결성이 필요다고 생각하는데 이 둘이 제시된 글들에는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소통의 창구로서 쓴 글이기에 그들이 사용한 글의 소재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소재들이다. 말로는 하기 힘들지만 글이기에 가능했던 고민들,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형식으로 책을 풀어 넣어 그들의 글이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나와 같은 20대 대학생들이 하는 고민과 생각을 글을 통해 나눌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그들이 어떻게 풀어내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작가가 하는 글쓰기와 토론식 수업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고민, 능력과 성실성의 고민 등 교수자들이라면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고민이다. 작가가 글에서 다룬 이 주제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내가 만약 글쓰기와 토론식 수업을 한다면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모여 좋은 수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책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의 수업은 꼭 들어보고 싶다.

출판사가 제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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