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의 비밀 - 나이에 상관없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개리 마커스 지음, 김혜림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음악은 우리 뇌에서 언어보다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한다.

-올리버 색스-

NATURE와 NURTURE 논쟁은 교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둘을 양자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 사이에서 인간은 살아간다. 인간 이 둘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 사이가 어느 지점인지다. 이 논쟁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지난 학기 노경희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언어 습득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를 인정한다. 나 역시 언어는 빨리 배울수록 좋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증명되지 않았다. 발음 부문에선 아이들이 습득이 빠를 수 있지만 문법이나 Syntax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욱 잘 습득한다. 또한 어른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고, 언어를 체계화하는데 능숙하다.



또한 집안에 오랫동안 갇혀 지내온 아이가 언어 발달이 안 된 점, 다른 언어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NURTURE와 NATURE을 양자택일할 수 없다는 걸 알려준다. 이 책은 음악적 능력에 대한 개리 마커스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글이다. 난 예술 영역에 대해선 유전/재능의 영향이 압도적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항상 부족했고, 노력을 해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쉽게 하는 것을 나는 어렵게 한다는 걸 느끼면서 예술은 재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개리 마커스 역시 어렸을 때부터 박자감, 음감이 부족했던 사람이다. 그에게 악기란 먼 존재에 불과했다. 그는 음악적 재능이 음악 실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이 책을 썼다. 정말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족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자신의 부족한 음악적 역량을 과연 보충할 수 있을지. 극복할 수 있을지.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악기를 배우고 조그만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실력이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왜 어린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잘 배운다고 여겨지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그들은 기회비용이 적다. 즉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적다. 성인이 돼선 무엇을 배워도 그것에만 집중할 수 없다. 생계를 위해서라도 다른 것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흥미만 있다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것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타율적인 것에 익숙하다. 성인들은 누군가의 말에 따라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에 따라 어린이와 성인들의 연습량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내가 피아노에 대해 많은 노력을 투자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남들 보다 못하는데 과연 내가 노력을 했다면 그 벽을 깰 수 없었을까?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재능이 없다고, 재미없다고,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변명을 하며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작가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노력을 내가 했다면 나 역시 그 벽을 깰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음악가들 역시 다 같은 뇌를 가지지도 않았다. 모두 다른 뇌를 지니고 있으며, 악기마다도 음악가의 뇌가 달랐다. 이는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다른 악기 연주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피아노를 못 치더라도 다른 악기는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교육에서 우리가 염두에 둘 부분이다. 개별화. 개인, 음악 분야, 악기 모두 다르다. 과거의 음악교육이 하나의 방식, 한 악기, 한 장르에 치우쳐졌다면 이젠 아이들 각각에 맞는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느린 것은 불가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느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결과를 모르기에 느린 것이 불가능으로 보일 때가 있다. 교육 현장에서 우린 느린 학습자를 만날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들이 자신의 능력에 좌절하지 않고, 학습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할 것이다. 교육에선 유전자를 믿는 것보다 환경의 영향을 믿어야 한다. 우리가 아이들의 유전자를 바꿀 순 없지만 환경은 충분히 바꿀 수 있기에.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제공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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