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떠나고 싶다. 익숙한 이곳을 떠나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나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이곳이 싫어서가 아니다. 그냥 떠나보고 싶은 거다. 나도 이유를 모르고 너는 더욱이 모른다. 그냥 내 마음이 시키니 떠날 뿐이다.우리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터전을 떠난다. 일상에서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을 훌훌 털고 그것들을 여행지에서만큼은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행은 영영 떠나가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되돌아옴’을 내포한다.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닌 다시 돌아옴을 염두에 두는 것이 여행이다.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내가 떠나온 터전에 대해 더 그리울 때가 있다. 나 역시 종종 몸은 여행지에 있지만 마음이 나의 고향으로 향하기도 한다. 낯선 것이 신선함, 새로움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다가올 때 나의 마음이 더욱 그러한 것 같다.이 책은 동물들의 시선으로 떠난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각자만의 이유로 떠나는 동물들. 모두 다른 이유로 집을 나선다. 무엇을 바래서, 단지 이곳을 떠나고 싶어... 갖가지 생각들은 그들을 집에서 나서게 한다.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동물들은 온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들의 기대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자신이 구하던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실망에 빠지기도 한다. 또 자신이 생각한 모습과 다른 그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히 원해서 온 곳인데 막상 와보니 완벽한 곳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이에 대한 동물들의 반응 역시 다양하다. 다시 내가 살던 터전으로 되돌아가거나 그냥 그곳에 적응해 살기도 한다. 또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동물도 있다. 동물들의 모습이 다르듯이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우리가 삶이라는 여정을 우리의 색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동물들은 우리에게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출발을 맞출 필요도, 똑같은 길을 갈 필요도 없어!” 마음이 맞을 땐 같이 가지만 그게 아니라면 서로의 길을 응원할 수 있다.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의 여정을 떠난다는 사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