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생각하는 너에게 누군가는 이민을 권유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뜯어말릴 수도 있어.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도 네 이야기와 같을 순 없다는 걸 명심해줘.네 이민은 오롯이 너만 써 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 네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본 후 네게 맞는 결정을 내리는 것뿐이야. 붕어빵처럼 같은 틀에서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는 게 아니잖아.나처럼 조금 비스듬한 애가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다른 아이들처럼 생각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구는, 조금 이상한 모양의 붕어빵도 있을 수 있잖아.호주 워홀을 떠난 후 호주에서 식당 두 개를 운영하고 있는 앨리스의 이야기다. 한국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부정하고 이민을 생각한다. ‘내가 다른 나라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현재의 삶을 부정하거나 다른 나라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앨리스는 이를 상상으로 끝내지 않고 직접 실천한 사람이다. 처음 그의 글을 읽어 내려갈 때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무척 끌렸다. 당당해 보이고, 어디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근성이었다. 그가 한국을 비판할 때에도,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콕 집어내 참 공감도 됐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읽어갈수록 뭔지 모르는 불편함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호주 삶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녀가왠지 모르게 포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한국에서라면 불평하고 투정했을 그런 경험들을 그는 옹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예민한 건지 그가 정말 그렇게 쓴 건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의 것은 양면성이 있다. 좋은 게 있다면 나쁜 것도 분명 존재한다. 한국이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닌 것처럼 호주 역시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그가 말하는 양면성을 염두에 둔 글 같지는 않아 보였다. 뭔지 모르게 그녀의 태도는 한국에겐 무한히 적대적이고 호주에겐 무한히 관용적이다. 내가 한국을 좋아하고, 호주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