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는가
한승재 지음 / 어라운드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가의 에세이. 어릴적 추억으로 시작해서 공상과학같은 픽션으로 넘어가는 의식의 흐름이 기존에 익숙한 에세이와 많이 달랐다. 다름으로 인한 낯섦이 내겐 이질감있게 다가왔지만 누군가에겐 신선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심을 지키는 일은 가장 어렵다. 나무에 오르는 사람이 작은나무에 오르고 나면 큰 나무가 보인다. 기를 써서 큰 나무에 오르면 원일인지 큰 나무도 시시해 보인다. 큰 나무든 작은 나무든 높이가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은 못한다. 성장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깊어지는 일이라는 것,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는 일이란 것을 모른채 숲을 헤맨다. 성장의 비밀은 뿌리에 있다. 팔을 위로 올리고 싶으면 아래에서 반대로 당기려는 몸통과 다리가 있어야 한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별장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 날이 새고 얼마 있다 잠이 깬 나는, 좁은 침대에 누운 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선생님 기적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머리맡에 둔 손목시계를 들고 어둠 속에서 시간을 본다. 5시 5분이다.
- P9

 유리창을 열고 코를 멀리밀듯이 얼굴을 내밀고 안개 냄새를 맡는다. 안개 냄새에 색깔이있다면 그것은 하얀색이 아니라 초록색일 것이다.  - P11

연필 깎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은 기타아오야마나 여름 별장이나 같았다. 시작해보니 분명히 그것은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작업으로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끓이는 향내처럼, 연필을 깎는 냄새에 아직 어딘가 멍한 머리 심지가 천천히 눈을 뜬다.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에 제목보고 ˝뭐야 이거 작업멘트아냐?˝ 라고 생각했다. 이게 시집 제목이라고? 뭔가 제목이 확 끈건 사실이다. 그렇게 시집을 읽어나갔다.

시집은 그 두께와 글밥 (한 페이지에 적힌 활자의 밀도) 에 비해 의외로 빨리 완독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왜냐면 그 한자한자가, 행과 행 사이가 어떤 산문, 소설보다도 더 많은 뜻과 메세지를 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매우 쉬운사람(?) 얘기일 줄 알았으나 시 속 화자는 이해하는데 오래걸렸다.

주량이 약해서인지 모르겠는데 자꾸 수국을 꺾어먹는다질 않나, 관광객을 보다 물그릇이 엎어진다질 않나
자꾸 웃는데 약간 제국의 아이들 노래처럼 해맑게 <자꾸 하염없이 눈물이 나> 라 하는것처럼 앞뒤가 안맞질않나.

시는 아직은 내게 쉽지않은 장르다. 그 이유는 내가 상식적으로 아는 인과관계와 말이되는 주어-술어의 배열을 시인의 깊은 뜻을 담기위해 의도적으로 비틀기 때문이다.

이 시집을 이해하고 소화하는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난해해서 빨리 치우고싶지않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설명이 불가한데, 제주도의 자연의 언어와 화자가 동일시된 많은 문장들이 이성적으론 이해안되지만 그냥 참 이뻤다. 그리고 뜻모를 그 미로에 기꺼이 함께 헤매고 싶었다.

그리고 한참 헤매다가 뒤에 나온 신형철 평론가님의 해설을 읽으니 안개가 걷히는듯 해 좋았다.

절대 헤픈 여자 얘기 아니다.
재밌는 시집이다.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시인선 135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제목보고 "뭐야 이거 작업멘트아냐?" 라고 생각했다. 이게 시집 제목이라고? 그래도 뭔가 제목이 확 끈건 사실이다. 그렇게 시집을 읽어나갔다.

시집은 그 두께와 글밥 (한 페이지에 적힌 활자의 밀도) 에 비해 의외로 빨리 완독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왜냐면 그 한자한자가, 행과 행 사이가 어떤 산문, 소설보다도 더 많은 뜻과 메세지를 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목은 매우 쉬운사람(?) 얘기일 줄 알았으나 시 속 화자는 이해하는데 오래걸렸다.

주량이 약해서인지 모르겠는데 자꾸 수국을 꺾어먹는다질 않나, 관광객을 보다 물그릇이 엎어진다질 않나
자꾸 웃는데 약간 제국의 아이들 노래처럼 해맑게 <자꾸 하염없이 눈물이 나> 라 하는것처럼 앞뒤가 안맞질않나.

시는 아직은 내게 쉽지않은 장르다. 그 이유는 내가 상식적으로 아는 인과관계와 말이되는 주어-술어의 배열을 시인의 깊은 뜻을 담기위해 의도적으로 비틀기 때문이다.

이 시집을 이해하고 소화하는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난해해서 빨리 치우고싶지않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설명이 불가한데, 제주도의 자연의 언어와 화자가 동일시된 많은 문장들이 이성적으론 이해안되지만 그냥 참 이뻤다. 그리고 뜻모를 그 미로에 기꺼이 함께 헤매고 싶었다.

그리고 한참 헤매다가 뒤에 나온 신형철 평론가님의 해설을 읽으니 안개가 걷히는듯 해 좋았다.

절대 헤픈 여자 얘기 아니다.
재밌는 시집이다.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