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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ㅣ 문학동네 시인선 97
권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시집을 한권씩 더 읽어나갈 때마다 완독이라고 내가 판정(?) 하는 시간대가 점점 늦어진다. 시인의 스타일이나 시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특히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는 시선이 특이했을 뿐, 어휘들 자체는 우리네가 쓰는 일상적인 어휘들의 집합체였다. 그럼 뭘까. 뭐가 시집 읽기의 속도를 늦출까.
그건 바로 음미다. 한 문장마다, 연 마다 멈추어 그 단어가 다른 단어가 아니라 거기 들어간 것에 놀라워하고, 유추해 보고, 납득이 되는것도 아닌것 생각도 정리해보고, 소리도 내보고, 손글씨로도 써본다. 앞으로 나가는가 싶다가 공통된 주제나 시어가 보이면 다시 돌아가 이전에 읽은시를 또 음미한다.
이번 시집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회고, 후회스런 마음이 뻔할 수 있는 철쭉꽃과 노을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유하다가 표출된다. 때로는 잔치 라는 단어의 역설로서도, 허공을 살다 하는 말을 이리저리 뒤집어 깊게 생각하면서도.
불교와 불교유적지에 영감을 받은 시도 제법 보였는데 3 편에 걸쳐 표현된 벽화에 대한 상상력 (돌이 거쳐온 역사를 그야말로 의인화처럼 바라본 각도)이 꽤 신선해서 즐기며 읽었다)
시집 제목만 보면 여름이야기만 있을것 같지만 가을도, 겨울도 있다. 그리고 계절불문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고찰도 많다.
시집이니만큼 내가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몇개 나누겠다.
🔖📖 (66쪽)
투병을 하던 엄마가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세상에 들였던 자기 자리를 거두는데
어찌 안 아플 수가 있니
어떻게 흔적도 없이 갈 수가 있겠니저 노을처럼 말야
엄마의 눈가에 노을이 펄럭였다.
[노을] 중
🔖📖 (54쪽)
칠 년 만에 땅 속에서 나와 7일만 살면서오직 사랑을 찾기 위해 울던 매미. 당신은 그토록 간절하던당신을 만났는가.
등줄기에 후줄근하게 땀이 흘렀다. 나도 녹아가고 있었다. 여름의 눈사람처럼 있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 백일홍을 심었는데 백일홍도 그만 져버리고 말았다.
출근하는데 죽은 매미가 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화무십일홍] 중
🔖📖 (36쪽)
억만 톤의 돌바다를 헤엄치다.
억만 겁의 미련과 그리움을 안고
망부석이 되는 것
[벽화 2]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