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유의 충고는 줄리엣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다만 정작 현실 세계에서 세파에 시달려본 적도 없을것 같은 사람들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되었다는 점이 실망스러울 뿐이었다. 줄리엣이 자란 마을에서 똑똑한 여자는 절름발이나 육손이와 동류로 분류되기 일쑤였고 그런 부류의 여자들에게으레 나타나곤 하는 단점, 이를테면 재봉틀을 못 다룬다거나 선물 포장을 깔끔하게 못한다거나 속옷이 밖으로 드러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과 같은 단점을 보이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지적하고 나섰다. 쯧쯧, 커서 뭐가 되려고……. - P84

못생겼냐고? 물론 그랬다. 못생긴 건 맞지만 줄리엣이 생각하기에 그 나이 대 남자들 중에는 못생긴 사람이 수두룩했다. 나중이었더라면 줄리엣도 그가 유독 못생겼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86

"왔군요."
에릭이 세상에서 가장 뻔뻔하고 대담한 구경거리라도 된다는듯 의기양양하게, 감탄해 마지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다. 그가 양팔을 벌리자 마치 바람이 들이쳐 그녀의 고개를 억지로 쳐들게 한 것만 같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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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자 아빠가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아빠는 우리를 보고는 괜찮으냐고 묻더니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명희 아줌마의 말이 맞았다. 엄마는 분명 아줌마와 아빠 사이에서 당황했을 것이다. 나는 엄마를 침대에 눕힌 뒤, 밥을 먹고 가라는 아빠의 제안을거절하고 희령으로 내려갔다. 일요일 오후였고 내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 P89

- 아바이 죽어버려요. 우리 눈에 띄지 말고 죽어버리란 말입니다.
그 말에 증조부가 들고 있던 책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증조모도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봤다. 할머니는 물집이 잡힌 것처럼 부은 눈으로증조부를 쳐다봤다.
- 당신 돌아가셔도 내레흘릴 눈물은 없습니다. 아바이 산소에도걸음하지 않을 거고, 내는 아바이를 잊을 겁니다. 기러니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우리 없는 곳에서 죽으란 말입니다. - P250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진심으로 사과받지 못한 사람들의 나라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야, 그저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랄 뿐이야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를 바랄 뿐이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 연기라도 좋으니 미안한 시늉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애처롭게 바라는 사람과, 그런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상처도 주지 않았으리라고 체념하는 사람과, 다시는예전처럼 잠들 수 없는 사람과 왜 저렇게까지 자기감정을 주체하지못하고 드러내? 라는 말을 듣는 사람과,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없다는 벽을 마주한 사람과, 여럿이 모여 즐겁게 떠드는 술자리에서미친 사람처럼 울음을 쏟아내 모두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이 그 나라에 살고 있을 것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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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자기 자신의 삶에 너무나 낙담하고, 지치고, 모든 환상이 깨진 나머지, 다른 누구에게 무엇을 해서는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P72

요사이엔 문득 로버트를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나는간신히, 그에 대한 기억을 나의 가장 고통스럽고 내밀한 상실들이 저장되어 있는 마음 한편에 놓아둘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지금도 그를 우리가 함께한 짧았던 시간을 회상하노라면, 나는우리 사이의 일들이 끝나기 직전의 어느 날 저녁으로 돌아간다. 초봄의 저녁이었고,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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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포한 손놀림으로 얼굴에 화장을 하면서 아이린 피니는 자식이 남긴공허를 채워 나갔다. 그 자식은 사랑했지만 잃어버린 자식이 아니라 잃어버린 뒤에야 사랑하게 된 자식이었다. - P242

아침 식사가 나왔다. 경감은 시금치를 넣은 스크램블드에그와 브리치즈 달걀 위에 메이플 시럽에 절인 베이컨을 얹었고, 과일 샐러드 약간이 접시를 장식했다. 라코스트는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했으며 보부아르는 메뉴에서 가장 푸짐한 요리를 주문했다. 앞에 놓인 접시에 크레페, 달걀, 소시지, 돼지 엉덩이 살 베이컨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웨이터가 수제 산딸기 및 블루베리 잼과 꿀을 담은 쟁반 옆에 크루아상을 담은 바구니를 두고 갔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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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한 사람은 아무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러면서 강렬한 갈색 눈으로 가마슈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말은, 살인 사건에서 그 점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게 아니냐는 겁니다. 그러니까 닥쳐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거죠. 썩 잘 표현을 못하겠군요." 그는 머핀을 또 하나 집어 장미까지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제가 어떤 사람에게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그 사람은 알아채지도 못할 겁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 P101

그는 평생을 동반자로살아온 아내에게 어떻게 바깥일을 비밀에 부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모든 걸 말했고, 그녀는 그에게 모든 걸 말했다.지금까지 서른다섯 해의 경험으로 미루어 그건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친구들이 왔고, 그 밤은 여유롭고 평안했다. 좋은 포도주 두 병, 훌륭한 추수감사절 음식, 따뜻하고 애정 어린 분위기. 가마슈는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첫 대목이 생각났다. 올랜도가 몇 세기에 걸쳐 추구한 것은 부나 명예나 지위가 아니었다. 그렇다, 올랜도가 원한 건 단 하나, 진정한 사귐이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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