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쓸 수 없는 까마득한 시공에서 기이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내가 지금의 나로서는 결코 원한 적 없는 방식으로, 원하기는커녕가장 두려워해 마지않는 방식으로 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부인할 수도 없지만 믿을 수도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런 게 놀랍지않다면 무엇이 놀라울까.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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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지는 않고, 관심을 안 가지려고 할 뿐이야. 병석씨도 나한테 관심이 없었으면 좋겠고. 아니, 병석씨만이 아니라 아무도나한테 관심이 없었으면 좋겠어. 난 세상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않아. 눈에 안 띄고 싶어.
나도? 채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반희가 말했다. 채운씨만 빼고. 그러니까 내가 채운씨는만나잖아.
그래서 외갓집에도 안 가는 거야?
외가가 아니라 내 본가.
알았어. 엄마 본가.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P75

엄마, 나 사랑하지?
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아. 엄마 보면 날 사랑하는 거 맞아. 날 사랑해서 힘든 게 보여.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서 힘들어. 근데 엄마, 내가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는 거야? 사랑하는 게 왜 좋고 기쁘지가 않아?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안 힘들어도 되는데, 미워하면 되는데, 왜 우린 사랑을 하고 있어? 왜 이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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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란 비와 같아서, 바르게 사는 사람에게도 바르지 않게 사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내린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때로는 소위 운명이라는 것을형성하기도 했다. 우연이란 난데없이 등장했다. 예상치 못하게, 기이하게 설명할 수 없게.
에를렌뒤르는 우연의 일치를 다른 것과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경험상 그는 우연의 일치가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았다. 우연은 의심 없는 개개인의 삶 속에 교묘하게 심길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명칭이야 여러가지 붙을 수 있겠지만, 에렌뒤르가 몸담은 곳에서 그런 우연을칭하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범죄.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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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엄마가 처한 삶의 조건이었다. 여기 이 부엌에서당신이 누구인지 잘 안다는 것. 또한 이 부엌에서안절부절못하고 지리멸렬해한다는 것. 이 부엌에서엄마는 누구나 존경하고 감탄할 정도로 훌륭히 기능한다. 이 부엌에서 당신이 하는 일을 혐오스러워한다. 어쩌면나중에 당신 입으로 말한 "여자로 산다는 것의 공허함에대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그러다가도 골목에서 벌어지는세상만사를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명랑하고 유쾌한 웃음을 터트린다. 아침에는 수동적이고, 오후에는 반항적이던 엄마는 매일 새로 만들어졌다가매일 풀어져버리는 사람이었다. 당신에게 주어진 유일한재료를 굶주린 사람처럼 붙들고 스스로 창조한 세계에애정을 보이다가도 일순간 어쩔 수 없이 이 생활로 끌려온부역자처럼 느끼곤 했다. 어떻게 그처럼 처절하게 분열된삶에 당신의 모든 감정을 쏟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그러니 나라고 무슨 수로 엄마의 감정에 감정을 쏟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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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는 그제야 자신이 처한 불행을 깨달았다. 앞으로 남은 평생 동안 그는 앞서 느낀 황홀경을 신을 향한 사랑을, 존재의 달콤함을 기억할 운명이었다. 그는, 비록 한순간뿐이었을지라도, 믿었던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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