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했다. 악이 머무는 곳을 찾고 싶었으며,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까? 악이란 왜곡된 인간의지의 결과물일까? 그게 아니라면 악마에게서 비롯되어 악마가 생각하기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에게 침투시키는 걸까. 우수에 가득 찬 눈을 가진 마티아스 알패르츠 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악이란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이시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아브라함의 엄격한 신, 예수의 설명할 수 없는 신, 잔인하지만 사랑이 넘치기도 하는 알라…………. 어떠한 형태든 잘못된 행위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악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 앞에서 냉담한 그의 태도는 논란이 될 만하다. 신학자들은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을 더욱 아름다운 말로 치장할수록 본질적으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절대 악, 상대 악, 물리적 악, 도덕적 악. 죄책감이라는 악, 연민이라는 악…………. 신이여. 악과 함께 고통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이것은 웃을 일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연재해 또한 악인가? 다른 형태의악인가?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고통이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인가?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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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참사를 겪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글을썼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들은 참사를 기록했고, 이제 죽을 수 있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것을 쓴다는 것은 그것을 다시 살아 내는 거라는 사실도 깨달았지. 수년 동안 지옥을 다시 경험하는것은 견디기 어렵지. 그들은 이미 경험했던 비극을 쓰느라 죽었던 거야. 결국 그렇게 극심한 고통과 공포는 1000쪽 혹은2000절의 운문으로 축소되었거든. 그러한 고통을 손바닥 반정도 되는 두께의 종이 묶음에 집어넣다니 조롱에 가깝지."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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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바이올린의 표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나는 가끔 이 목재가 한창 자라는 나무였던 시절로 돌아가곤 해. 그 나무가 언젠가 바이올린, 스토리오니, 비알이 될 거라고 예상도 하지 못했던 시절 말이야.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비알은 정말 상상의 세계로 향하는 창문과도 같았다. - P215

이제 정말 내 가면을 벗을 차례군. 나는 누구를 죽인다는 게 너무나 두렵네. 정말 누굴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악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사람들이야. 그저 나 자신이 용감하길, 지나치게 겁을 먹지 않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길 바라네. - P222

"카탈루냐어, 프랑스어, 카스티야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어, 러시아어, 아람어, 라틴어, 그리스어, 네덜란드어, 루마니아어, 히브리어를 구사합니다." 베르나트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밖의 예닐곱 개 언어의 경우에 읽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요." - P246

"예술의 힘은 예술 작품 자체에서 나올까 아니면 감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나올까? 어떻게 생각해?"
"넌 그것에 대해 글을 써야 해." 며칠 후 사라가 말했다. "그럼 이해가 더 잘될 거야."
"호메로스는 왜 내 몸을 굳게 만드는 거지?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는 왜 내 호흡을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글을 쓰라고." 당장에 베르나트가 말했다. "그럼 내 부탁을하나 들어주는 셈이야, 왜냐하면 나도 답을 알고 싶거든."
"타인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으려는 내가 어째서 베토벤의「전원 교향곡」 앞에 고개를 숙이지?"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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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요한 건 이런 진실이 아니다. 객관적인 눈으로 차분히 행하는 독서가 완벽한 독서는 아니다. 그런독서가 핵심에 이르는 독서는 아니다. 그런 독서는의 검은 광맥을 건드리지 못한다. 책에 담겨 있고 당신의 눈과 삶의 저변에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반짝이는 진실의 핵을 건드리지 못한다. 당신의 눈 속, 삶의저변. 즉 근원에 가 닿는 또 다른 독서만이 당신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당신 안에 자리한 책의 뿌리로 직접 가닿는 독서, 하나의 문장이 살 속 깊은 곳을 공략하는 독서. - P48

당신은 금요일 저녁에 책을 읽기 시작해 일요일 밤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이제는 책에서 나와 세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무용한 독서에서유용한 거짓으로 건너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작을 읽은 다음이면 어김없이 왠지 모를 불안과 불편한감정에 빠진다.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속을 읽을 것만같다. 사랑하는 책이 당신의 얼굴을 투명하게-파렴치하게 만들어놓지는 않았는지. 그런 헐벗은 얼굴로는,
행복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을 하고서는 길에 나설수 없다. 잠시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중략) 몇 시간이고 책을 읽다 보면 영혼에 살며시 물이 든다. 당신 안레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것에 작은 변화가 닥친다. - P76

당신은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 비즈니스맨들, 존재감 없는 창백한 인간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기차를 기다리며이야기를 나눈다. 돈과 관련된 따분한 이야기다. 당신은그들 바로 곁에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 소리가 그것들을 집어삼킨다. 종이 위에서 시작대는펜 소리. 글 쓰는 이 무슨 일에 끝없이 몰두해 있는 듯,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약속의 땅 러시아작은 나무집 위로 내리는 눈처럼 들릴 듯 말듯 희미한 1소리다. - P79

남자들은 고통이 자신들 안에 머물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고통을 간파했다 싶으면 곧 거칠게 화를내거나 공들여 쫓아내 버린다. 반면 여자들은 굶주린고양이 같은 고통을 받아들인다. 되살아나려면 그들을파괴할 필요가 있는 고양이이다. 그들은 꼼짝하지 않는다. 되는 대로 내버려 둔다. 그리고 고통으로 정지된이 시간을 메우려고 책을, 소설을 편다. 여전히 소설이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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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말이야. 왜 너의 신이란 자는 그것을 허용하는 거야? 악을 막지 않는단 말이야. 악을 저지른 자들을 영원한 불길로 처벌하는 게 고작이잖아. 왜 악 자체를 막지 않아? 대답해 봐."
"아니… 그러니까・・・・・ 신은 인간의 자유를 존중해..?
"그건 영악한 신부들이 그렇게 믿도록 한 거야. 그들조차악 앞에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신을 설명하기란 어려 - P67

튀빙겐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몇 달 동안 나는 그 도시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풍경과 검은 숲과 그 밖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드리아는 베르나트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을 살피지 않고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갈망하며 행복을 느꼈다. 그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갔을 때 이 풍경과 멀리 떨어져 어떻게 살아갈지고민했다. - P110

아버지에게 씌었던 같은 귀신이 나에게도 씌었음을 느꼈다.
뱃속이 간질간질하고 손가락이 가렵고 입이 마르는…………. 그리고 진품 여부에 대한 내 모든 의심들, 원고가격, 그것을 소유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두려움, 바가지 쓰는 데 대한 두려움, 가격을 너무 적게 불러 물건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데 대한 두려움…………『방법서설』은 나의 모래알이 되고 말았다. - P122

최초의 모래 알갱이는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손의 가시가 되더니 뱃속에서 불덩이로 변하고, 호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기까지 하다가 좀 더 나쁜 운과 만나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한다.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삶과 이야기는, 사랑하는사라, 이처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해한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되는 거였어.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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