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 초등 영어 : 파닉스 - 시원X혼공스쿨이 만든 초등 영어 바이블 시원스쿨 초등 영어
허준석.최민정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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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영어 공부에서 파닉스를 배우는 게 너무나 당연시되는 시대가 됐다. 요즘 영어 학원을 가면 파닉스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파닉스가 뭐길래? 초등 영어를 배울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걸까? 아직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와 방학 중 함께 공부해 보기 위해 『시원스쿨 초등 영어 - 파닉스』편을 보게 되었다.


파닉스란? 철자와 소리의 연관성을 배우는 과정이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영어 단어의 80% 이상이 파닉스 규칙을 따라 소리가 난다고 하니 영단어를 읽기 위해 파닉스 공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파닉스를 공부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규칙을 통해 모르는 단어를 읽을 수 있게 되고, 기초가 탄탄해지면 소리만 듣고도 철자를 쉽게 떠올릴 수 있어 철자를 외우는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의 머리말에서 소개하고 있다.


『시원스쿨 초등 영어 - 파닉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이 책의 구성과 목차가 나와 있다. 이 책은 알파벳 첫소리, 단모음, 장모음, 이중자음, 이중모음 이렇게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하루에 공부할 양은 2장(4쪽)이다. 매일 한 쪽씩 총 4단계를 공부하게 되는데, 1단계에서는 알파벳과 소릿값을 배운다. 페이지 오른쪽 위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원어민의 발음이 들리고, 따라 하면서 어떤 철자가 어떤 발음이 나는지 알아보게 되어 있다.


1단계를 마치고 2단계로 넘어가면 알파벳 소리를 익힐 수 있는 문제가 나오고, 단어의 빈칸에 어떤 소리의 알파벳이 들어가는지 써 보는 활동을 한다.


3단계에서는 2단계보다 더 많은 단어가 나오고, 문자를 써보는 활동과 그림과 단어를 잇는 활동을 한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단어를 큰 소리로 읽고 따라 써 보게 되어 있다.


하루에 총 6개의 단어를 40일 동안 공부해 이 책이 끝나면 240개의 단어를 알 수 있고, 알파벳 26개, 단모음 5개, 이중자음 24개, 이중모음 14개와 장모음의 파닉스를 알 수 있다.


시원스쿨에서 나온 책이라 시원펜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시원펜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시원펜이 없는 친구도 QR코드를 이용해 불편함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렇게 4일을 공부하고 나면 5일째는 그동안 배운 것을 복습할 수 있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가위로 오려서 활용 가능한 파닉스 그림 낱말 카드가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찬찬히 보니 왜 파닉스가 중요한지, 서점에 왜 그렇게 많은 파닉스 책이 나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 책이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겠지만, 『시원스쿨 초등 영어 -파닉스』는 재미있는 그림이 있고, 페이지를 꽉꽉 채우지 않아 눈으로 보기에 공간적 여유가 있어 아이들이 공부하기에 부담이 적어 보인다.


이 책은 40일에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겨울 방학 동안 파닉스를 공부하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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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초등 영어 : 영단어 - 시원X혼공스쿨이 만든 초등 영어 바이블 시원스쿨 초등 영어
허준석.이재영 지음, 김수정 검토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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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영어 교육과정에서 필수로 알아야 할 영단어는 800개다. 성인인 내가 느끼기에 800개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다. 초등 3학년부터 6학년까지 4년 동안 영어를 배운다고 할 때 1년에 200개는 할 만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5학년 아이는 영어 단어 외우는 걸 너무나 힘들어한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와 5학년 2학기부터 하루에 다섯 개 영어 단어 외우기를 했었다. 일주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 이틀을 제외하고, 5일 동안 5개씩 일주일에 25개의 단어를 외우는 것도 힘들어했던 아이는 한 학기가 지나자 외우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게 되었다. 하던 책을 끝내고 다른 단어장을 찾던 중 시원스쿨과 혼공 선생님이 만든 영단어 책이 나온 걸 알게 되어 이번 방학에는 그 책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책에는 초등 영어 필수 영단어 800개와 일상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200개, 총 1,000개의 단어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하루 20개의 단어를 50일 동안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 플랜을 짜 놓았다. 책은 알파벳 순서가 아닌 주제별로 묶여 있어 어려운 단어와 쉬운 단어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하루에 공부할 양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는 '그림으로 단어 이해하기'로 그림 밑에 영단어와 발음 그리고 뜻이 쓰여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오늘의 문장이 있어 배운 단어를 문장으로 만들어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단계는 '뜻으로 단어 이해하기'로 QR코드를 이용해 원어민의 소리를 듣고 뜻과 맞으면 O, 그렇지 않으면 X를 고르는 것과 1단계에서 했던 그림과 단어를 매치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3단계는 '문장으로 단어 이해하기'로 뜻과 그림을 보며 문장을 완성하고, 우리말 뜻에 알맞은 문장이 되도록 빈칸을 채우는 활동을 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5일 동안 총 100개의 단어를 공부하고 나면 6일째는 복습을 하는 활동으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그림도 많고, 아직은 시작 단계라 단어도 어렵지 않아 하루 20개의 단어를 공부하고 있는 우리 집 5학년 아이지만, 뒤로 갈수록 어려운 단어가 많아지면 하루 20개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에서 정한 분량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씩 공부하다 보면 이 책도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라면 집에서도 충분히 단어 공부를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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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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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의 작가 엘리 그리피스의 본명은 도메니카 데 로사다. 그녀는 1963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도메니카 데 로사는 이탈리아 혈통이 섞인 자신의 삶을 반영한 소설로 데뷔했고,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시리즈 4권을 썼다.


이후 그녀는 이름을 엘리 그리피스라고 바꾸고 범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탐정인 법의학 고고학자 루스 갤로웨이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는 영국에서만 1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13개 언어권으로 번역 출간되며 엘리 그리피스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살인 플롯 짜는 노파』는 2021년 골드 대거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 책은 영국에서 우크라이나인으로 간병 일을 하고 있는 나탈카가 페기 스미스 부인이 의자에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90세의 노부인은 협심증을 앓고 있었기에 자연사로 보기에 이상하지 않았지만, 평소 그녀를 돌보고 있던 간병인 나탈카는 그녀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리던 나탈카는 페기의 집에서 '살인 컨설턴트'라고 쓰인 명함을 발견한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나탈카는 페기가 읽던 다른 책 속에서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고, 페기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탈카는 경찰서에 찾아가 자신이 발견한 쪽지를 내밀며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다시 페기의 집으로 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침입자와 마주친다. 총을 든 침입자는 페기의 집에서 책 단 한 권만을 챙겨 도망갔고, 나탈카는 페기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녀는 수도사로 살다가 지금은 동네에서 오두막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베네딕트와 페기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동성애자 에드윈, 신고를 받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인도인 부모를 둔 이민 2세대이자 동성애자인 하빈더 경사와 사건을 풀어나간다.


하빈더 경사를 제외한 나탈카, 에드윈, 베네딕트 3 사람은 사설탐정처럼 한 팀이 되어 자동차를 타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선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연상됐다. 여행지 에버딘에서 그들은 또 다른 살인을 목격하고, 페기 스미스와의 연관성을 확신하며 사건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이도 성 정체성도 직업도 출신도 다른 이 네 사람의 케미가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에버딘으로 세 사람이 떠나며 그곳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극적인 긴장감을 느끼진 못했는데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갔다.


특히 하빈더 경사의 어머니가 위험에 빠졌을 때의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에서 클라이맥스를 보는 것처럼 심장이 쫄깃해지는 게 느껴졌다.


『살인 플롯 짜는 노파』는 47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책을 읽었다기보다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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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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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에 활동했던 장 라신, 피에르 코르네유, 몰리에르 이 세 명은 프랑스 3대 고전 극작가다. 그중 몰리에르는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할 만큼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극작가이며, 그는 프랑스 고전 희곡의 완성자라 불린다.

당시 희극은 오락거리로 취급되던 하위 장르였지만, 몰리에르는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만들어냄으로써 희극의 위치를 끌어올렸다.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파격과 논란을 몰고 다니는 문제적 작가로 찍히기도 했었다. 『인간혐오자』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희극이라 느껴진다.

1966년에 초연 된 『인간혐오자』는 인간 본성에 대해 지나친 불신과 혐오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절대로 선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알세스트가 주인공이다.

알세스트 내가 바라는 거? 나는 이성과 정당성 그리고 공정을 원한다니까! p.20

알세스트 생각하는 걸 숨기지 못하는 사람은 궁정에서 견딜 재간이 없어요. p.90

알세스트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진짜 늑대로 살아야 하거든. p.120

셀러멘 도움이 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굳이 불이익을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도움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을 수 있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과 사이가 틀어지면 문제가 생겨요. p.47

필랭트 모두가 정직으로 무장되어 있다면, 모두가 정직하고 정의롭고 온순하다면 대부분의 미덕은 쓸데없겠지. 왜냐하면 미덕이라는 건 타인의 불의가 우리의 권리를 파고들 때 우리가 꼿꼿하게 감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거거든. p.122

알세스트는 이성과 정당성, 공정을 외치며 마음에 없는 소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알세스트의 대사를 읽으면 어떤 면에서 불편한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요즘 말하는 사이다 같은 표현을 쓰지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교만함이 느껴진다.

셀러멘은 자신에게 구애를 하는 남자에게 친절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사랑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는 알세스트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상이다. 셀러멘은 자기 앞에 없는 사람에 대해선 거침없이 험담을 한다. 여기에 나오는 모든 사람에 대해 험담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녀의 캐릭터가 참 놀랍다.

알세스트는 그런 셀러멘을 사랑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장 싫어하는 인물상을 사랑하는 자신에게 사랑은 그럴 수 있다는 모순된 잣대를 들이댄다.

알세스트의 친구 필랭트는 상황에 따라 하얀 거짓말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둥글게 살려고 하는 입장이다. 필랭트는 지금 태어났어도 사회생활을 참 잘 해나갈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혐오자』는 대사에서 인물의 성격을 굉장히 세심하게 묘사했다.

이 희곡을 극장에 올렸을 때 장소의 변화는 거의 없이 인물의 대사만으로도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세기 프랑스 사회는 귀족 계급의 사교계가 '살롱'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던 시기다. '살롱'에 모인 귀족이 모두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교계에 모인 사람은 없는 다른 사람을 헐뜯으며, 공감을 한다. 몰리에르는 사교계 모임에 오는 귀족들을 풍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참 재미있게 읽은 희곡이다.

읽으며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이 책으로 독서 토론을 한다면 참 재미있는 토론이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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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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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의 작가 단요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사람 한 명과 함께 강원도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이라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즐겨 쓴다. 청소년 성장소설 『다이브』를 썼다.

인버스(inverse)의 사전적 의미는 논리학의 '이', 함수에서의 역원 또는 역함수의 뜻을 갖는다.

뭔가 반대라는 의미를 갖는데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인버스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의 행복이 누군가의 불행이 된다면 내 행복은 나쁜 걸까?"

인버스 ETF

주식 관련 장내 외 파생상품 투자 및 증권차입매도 등을 통해 기초지수(KOSPI 200지수)의 일일 변동률(일별 수익률)을 음의 1배수 즉, 역방향으로 추적하는 ETF를 말한다. 예를 들어, KOSPI 200지수가 1% 상승할 경우 인버스 ETF는 마이너스 1% 수익률, 반대로 KOSPI 200 지수가 1% 하락 시 인버스 ETF는 플러스 1%의 수익률을 목표로 운영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버스 ETF (매일경제, 매경닷컴)

소설 『인버스』의 주인공은 스물세 살의 여자다.

넉넉지 못한 형편의 주인공은 수능을 치고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첫 월급으로 130만 원을 받는다. 부모님께 10만 원씩을 드리고 나자 남은 돈은 110만 원. 3월까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대학 등록금과 원룸 보증금을 충당하기엔 빠듯하다. 돈이 필요했던 그녀는 고액 알바 게시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 갔지만 그곳은 성매매 업소였다.

면접 장소를 돌아 나오며, 스무 살짜리 여자애가 큰돈을 벌려면 위험을 무릅써야만 한다는 새삼스러운 진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감당하기에 벅찬 위험이 필요한 일 말고, 합법적이면서 객관적인 지표와 흐름이 있어 보이는 그것, 주식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해외선물 계좌를 만들었다. 선물은 초고위험 파생상품이었지만, 주식과는 달리 오르든 내리든 돈 나올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고, 처음에는 꽤 잘 벌었다.

500만 원으로 적응 기간 동안 3000만 원을 만들었고, 일 학년 중간고사를 마치자마자 학교엔 가지고 않고, 원룸에서 해외선물 매매에 매달렸다.

경제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었지만, 신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기막히게 잘 맞췄고, 특유의 재치와 글솜씨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하며 유명세를 끌기도 했다. 500만 원으로 시작한 계좌는 4억 8,000만 원까지 불어나 있었다. 하지만, 4억 8,000만 원이 1억 원이 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다섯 시간.

사람은 환희에 매혹되는 만큼 분노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한껏 불타오른 뒤에 찾아오는 소강상태는 더없이 절망적이면서도 평안하기 때문이다. p.78

파멸이 내 머리 위를 스쳐 가서 다른 누군가를 겨누는 순간, 불안과 희열이 뒤섞이고 분노는 스릴의 다른 이름이 된다. p.79

그러니 셋이다.

불행을 천벌이라 믿고 함께 죄인을 벌하려는 부류, 그걸 가십으로만 대하는 부류, 남이야 어떻건 돈 생각만 앞세우는 부류, 그 셋 사이에 어떤 도덕적 우열이 있을지가 궁금했다. p.85

가리키는 대로 세계가 움직여 가는 상황은 효능감 이상의 전능감을 가져다줬다. 하늘에 떠올라 저 아래의 나라들을 조감하는 느낌. p.93

선물에서 나의 수익은 남의 손해라는 걸 알지만, 내가 수익을 내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자신과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자신의 사이에 묘한 괴리감을 느낀다.

전능감을 느끼며 돈을 벌어보기도 했던 그녀는 돈을 다 잃고 집으로 들어와 생각한다. 스물셋의 나이에 퇴학을 당했고, 돈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그녀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먼 옛날 사람들이 천국에 닿는 탑을 지으려 하자 천벌이 내려와 탑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각각의 삶이 거기서 끝났을 것 같지는 않다. 누군가는 폐허에 남은 벽돌을 주워 그럭저럭 안락한 집을 세웠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계속 탑을 쌓았을 것이다. 무너지고 무너지더라도, 혼자만 남아도, 얼간이 취급을 받아도, 계속.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처음에 바란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잊은 채 벽돌만을 옮기다 그만 죽어 버렸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삶을 잘 안다.

intro p.7

그녀는 생각했다. 처음에 바라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바라왔던 건 지방 신도시에 어머니를 모시고 살 아파트 하나였다.

25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좋아 언제 읽었는지도 모르게 끝이 나는 소설이다.

다만, 롤러코스터와 같은 주인공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부분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져 '정말 이게 끝인가?'라고 생각하며 남은 책장을 다시 보게 됐다. 끝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몰입감 만큼은 최고였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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