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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평점 :
『살인 플롯 짜는 노파』의 작가 엘리 그리피스의 본명은 도메니카 데 로사다. 그녀는 1963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도메니카 데 로사는 이탈리아 혈통이 섞인 자신의 삶을 반영한 소설로 데뷔했고,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시리즈 4권을 썼다.
이후 그녀는 이름을 엘리 그리피스라고 바꾸고 범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탐정인 법의학 고고학자 루스 갤로웨이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는 영국에서만 1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13개 언어권으로 번역 출간되며 엘리 그리피스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살인 플롯 짜는 노파』는 2021년 골드 대거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 책은 영국에서 우크라이나인으로 간병 일을 하고 있는 나탈카가 페기 스미스 부인이 의자에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90세의 노부인은 협심증을 앓고 있었기에 자연사로 보기에 이상하지 않았지만, 평소 그녀를 돌보고 있던 간병인 나탈카는 그녀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리던 나탈카는 페기의 집에서 '살인 컨설턴트'라고 쓰인 명함을 발견한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나탈카는 페기가 읽던 다른 책 속에서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고, 페기의 죽음이 자연사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탈카는 경찰서에 찾아가 자신이 발견한 쪽지를 내밀며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다시 페기의 집으로 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침입자와 마주친다. 총을 든 침입자는 페기의 집에서 책 단 한 권만을 챙겨 도망갔고, 나탈카는 페기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녀는 수도사로 살다가 지금은 동네에서 오두막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베네딕트와 페기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동성애자 에드윈, 신고를 받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인도인 부모를 둔 이민 2세대이자 동성애자인 하빈더 경사와 사건을 풀어나간다.
하빈더 경사를 제외한 나탈카, 에드윈, 베네딕트 3 사람은 사설탐정처럼 한 팀이 되어 자동차를 타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선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연상됐다. 여행지 에버딘에서 그들은 또 다른 살인을 목격하고, 페기 스미스와의 연관성을 확신하며 사건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이도 성 정체성도 직업도 출신도 다른 이 네 사람의 케미가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에버딘으로 세 사람이 떠나며 그곳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극적인 긴장감을 느끼진 못했는데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끌어갔다.
특히 하빈더 경사의 어머니가 위험에 빠졌을 때의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영화에서 클라이맥스를 보는 것처럼 심장이 쫄깃해지는 게 느껴졌다.
『살인 플롯 짜는 노파』는 470쪽이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책을 읽었다기보다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았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