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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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기자 출신으로 이제는 명실상부 MBC의 사장이 된 최승호씨의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용마 기자는 그저 이름 없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 분이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나왔을 때 '타성에 젖은 386세대의 그저그런 안일한 담론이 또 한 편 나왔구나....'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던 내가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어보자고 한 건 아이러니다. 이번 달은 정치/사회 분야 도서를 읽기로 했는데 후보로 나온 책들이 별로 시의성이 없어 보여서 제시했던 거였다. (최근에 나온 관련 도서들 중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제일 많이 소장하고 있었던 탓도 크다)


처음에는 내 시니컬한 생각이 적중한 듯 했다. '아 예, 그래서 존나게 잘난 시절을 보내셨군요.' 하다가 계속 읽다 보니 이사람 역시 나와 같은 반골기질, 비타협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지표현이고, 결국 이 책은 그러한 삶의 증언이다.


사실 '적폐청산'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사회적 의제가 맞다. 가장 대표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일개 세력가들이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려 드는 관행이다. 우리 지역만 해도 공무원들이 적당주의에 빠지는 건 다반사고, 힘 없고 돈 없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더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걸 보면 근대국가는 허상이고 조선은 아직도 망하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적폐청산이라는 건 정치적인 개혁만으로 바뀌지는 않을 거다. 제도개혁이 이루어지면 공무원들도 그에 발맞추어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이건 보여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실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다 오랜 기간 싸워 나가는 과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노사간 불평등, 군대문화, 기득권의 부패, 연고주의, 적당주의 등 이 사회에 뿌리 박힌 관행을 모두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그 어려운 일을 이런 사람들이 자꾸만 해내려 드는 것 또한 맞다. 슬픈 일은 이런 일이 작금의 청년 의제와는 시의성이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거다. 역시 우리는 경제성장이 더 중요한 의제랄까.


노통은 여기서도 까인다. 노통에 대한 신화화를 이제는 버릴 때다. 아마 10년 정도가 지나면 노통은 우리나라 리버럴의 흑역사 내지 볼드모트 정도로 취급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런데 참 그것도 기구한 운명이다. 리버럴의 선두주자였는데 결코 좋은 소리 듣지 못하는 운명이라는 게. 기구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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