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드 THAAD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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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역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됐다. 아마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평생 읽지 않고 넘어갔을 지도 모른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 소중한 인연들, 책 한 권. 고마운 마음이다.





 김진명은 한국 문학이 망해가고 있는 오늘날에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일변도를 걷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다. 지난 2016년에도 김진명의 ‘글자전쟁’과 ‘싸드 Thaad’는 서울시민들이 가장 많이 대출한 책으로(각각 1위, 4위) 기록된 바 있다. (뉴시스. 지난해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빌려간 책은?. 2017.01.01) 고로 대중성을 척도로 본다면 김진명은 대단히 공신력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각종 시사 이슈들에 대한 코멘트를 던지는 데서 그가 대중에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시사문학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줄거리는 전체적으로 김성모나 박인권 같은 극화작가들의 그것과 흡사한 느낌이다. 소위  ‘아재 냄새’가 난다. 자신의 오너캐(해당 인물의 아바타나 페르소나 등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캐릭터. 오너 캐릭터Owner character의 줄임말)가 등장하고, 충북 제천(그의 작품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이라는 지명이 나오며, 개연성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경도되어 있는 서술 또한 특징이다. 굉장히 술술 읽히면서도 작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달리 말하면 줄거리와 인물관계는 결국 자신의 주장에 복무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할 뿐, 그야말로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그리고 김진명은 작품에서 사드 배치=전쟁이라는 등식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실상 서론에 집약되어 있다. 달러가 꾸준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오늘날, 미국은 그들의 본토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시점은 바로 한반도에 사드(언제부터인가 Thaad의 표기는 '싸드'보다는 '사드'가 일반화된 관계로 '사드'로 표기한다)가 배치된 이후부터일 것이라고. 작품의 주인공 ‘최어민’(작가의 오너캐로 사료된다)과 그의 조력자 ‘김윤후’는 각각 사드배치반대론과 찬성론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주인공 최어민은 사드배치를 막지 않으면 한반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것이라는 엄청난 진실을 목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개인들을 대변한다. 그야말로 미국은 신(Deus)이고, 개인들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에 사로잡힌 듯 보인다. 반면 김윤후는 “중국은 나라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반反인권적 현실에 분노하는, 그리고 미국의 패권주의가 이를 타개할 수단이라고 판단하는 지식인으로 상징된다. 그들의 견해야 어쨌든, 줄거리를 따라가노라면 한반도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보여진다. 통탄할 일이긴 하지만 2017년 현재, 동북아 정세는 어떠한가. 그리고 사드의 현안은 어디로 가고 있나.






 김진명이 지적한 대로 전쟁은 달러의 약세가 그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달러의 약세’라는 것은 지극히 필연적인 현상이다. 달러는 국제 거래의 기준이 되는 통화, 즉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밖으로 나가는 돈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다시 말해 태생적으로 무역 적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미국이 고도로 발달된 금융업과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그 많은 무역 적자를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 안정적인 체제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은 빚으로 순환하는 딜레마를 떠안은 국가이기도 하다. 돈이 부족할 때마다 돈을 찍어내어 유지되는 체제는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빚을 탕감할 만한 유일한 방책으로 전쟁이 지목되는 것이 바로 작금의 문제의식이다. 미국 국방예산은 심각한 수지 불균형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결코 감축되지 않고, 오히려 매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통해 유지되는 국가라는 점은 비단 책의 서론에 언급된 폴 크루그먼 뿐만이 아니라 노엄 촘스키, 슬라보예 지젝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들이라면 하나같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다. 소위 불량국가,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그들의 엄청난 군비증강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런데 미국이 망하면 그 막대한 혼란은 어떻게 떠맡을 것인가.




 중국은 얼핏 미국의 아성을 넘볼만 한 신흥 패권국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 1)안정된 체제를 가져야 하고, 2)자본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 중국이 아무리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부 개방된 도시들에 한해서일 뿐이며, 시진핑 일당 독재체제의 공포정치와 불안정은 미국 금융 체제의 불안정에 비해 결코 나을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극복되기 요원한 위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한 수 멀었다. 김윤후가 일갈했듯 지금의 중국은 “나라 같지도 않은 나라”다.




 작품 중간마다 ‘태프트 리포트’라는 막간이 나와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태프트라는 익명의 유력자가 2010년대 한국의 권력실세들을 분석, 정세를 전망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태프트 리포트는 딱 두 챕터, 즉 채동욱과 안철수까지만 그나마 납득할 만하다. 태프트는 아주 결정적인 변수를 간과함으로써 그 모든 논의들을 무용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은 바로 박근혜의 비선실세다. (...) 이 엄청난 변수 때문에 새누리당을 위시한 보수 여당 세력은 하루아침에 폭삭 망해버렸고, 10년 만에 민주당 세력이 다시 집권하게 됐다. 그리고 정권을 획득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에게 불편한 지도자일 것이라는 태프트의 예상과는 반대로 자신들의 우방으로서 전략적인 기조를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사드 배치는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허완. 2017. 09.19) 문 대통령은 8일 ‘입장문’ 형태로 밝힌 글에서 “우리의 안보 상황이 과거 어느때보다 엄중해졌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북한의 도발을 언급하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방어능력을 최대한 높여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임 박근혜가 사드배치에 대해 이도저도 아닌 입장으로 불안정한 태도를 취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과 중국 중에서 확실하게 미국을 위시한 외교라고 볼 수 있겠다.






 냉전 이후 한반도는 세계3차대전이 일어나기 유력한 전장戰場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그것은 오랜 기간 기우에 지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그야말로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북한의 도발이나 핵실험 등은 지금도 다수 민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렇더라도 전쟁에 대한 불안을 피해갈 수 없도록 하는 주지의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다. 역사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했고, 때문에 반공-군부독재 정권이 오랜 기간 권력의 정점에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본질적인 요인은 북한 자체보다는 국제 정세의 불안정이다. 이렇게 보면 ‘휴전국’이란, 비단 38선 너머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정황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 상황을 은유하는 것이리라.






 따라서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때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느 쪽 기로에 서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국군은 ‘우리의 주적이 북한’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장하지만, 그것은 다른 북한 외 다른 강대국들과는 대적이 안 되는 국군의 한계를 드러내는 말일 뿐, 사실상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위협적인 존재인 것이 더욱 적절한 현실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세계 제일의 패권국으로 군림했고, 우리나라가 현재까지도 이들 군사력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 미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나라 같지도 않은” 중국과 천덕꾸러기 북한 사이에서 최선이 아니라 그나마 차악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과 사드의 현 주소다. 국제, 외교적으로 힘이 약한 나라라는 현실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싸드”가 대중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의의와 한계는 몹시 분명해진다. 지금이야 사드가 시사상식용어가 된지 오래지만 이 책이 초판된 2014년 당시만 해도 사드는 지극히 알려져 있지 않은 주제였다. 만약 이 소설이 대중 일반에 사드의 존재와 그 의의를 알리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면 김진명은 충분히 이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7년 현재, 김진명이 지적한 바가 과연 타당한가는 또다른 문제이다. 선술한 대로, 그는 전문성을 갖추었다기 보다는 다만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 중에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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