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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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페북에서 문유석 판사의 추천평을 보고 읽게 됐다. 그는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쓴 천종호 판사과 더불어 내가 존경하는 국내의 법조인이다. 원래는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런 자기계발서 부류의 책은 내 돈 주고 사기 아까워서 틈틈히 도서관 대출을 노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인기가 상당히 많던 탓인지, 요 몇 달 간 좀처럼 대출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그저께,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대출하고 나서 바로 읽어내렸다.


우리 세대는 자기계발담론에 대한 대대적인 환멸에 빠져 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건 내가 노력을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부조리로 가득차서인데, 언론, 매체에서는 허구헌 날 '개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식으로 닦달을 해대니, 신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개소리고, 천 번을 흔들리면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에 시달려 죽는다. 하지만 살아 남기는 해야 하지 않는가. 더구나 이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어른'이 추천해준 책이니, 속는 셈 쳤다.


꽤나 좋은 책이다. 영어공부 꿀팁 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기술(art), 저자의 긍정적인 면모들을 얻어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자 김민석PD는 어렸을 때부터 다독가였다는데, 울산에서 방위(지금의 사회복무요원)로 근무할 때는 지역 도서관에서 1년에 200권에 육박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올해로 이제 딱 40권 읽어낸 나로서는 낯뜨거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성공한 사람들은 뭔가 다르구나... 싶어도 이제 그런 빈곤 코스프레는 집어 던지기로 했다. 내가 잘해내면 그만이다.


또한 이 책이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읽히는 이유는 첫째, 자신의 재능을 공공에 기여한다는 저자의 진심을 읽을 수가 있어서겠고, 둘째, 내가 그 진심을 읽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탓이겠다. 그러니까 이런 부류의 텍스트는 텍스트 자체보다는 컨텍스트가 중요하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라', '즐거운 꿈을 가져라',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하라'같은 말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자칫 본래의 의미가 결여되고 그 가치가 소진될 수도 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 노력이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다. 나로서는 텍스트 이상의 컨텍스트를 가꾸는 일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두고볼 일이다.


언젠가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건 만년째인데, 무척 좋은 동기부여를 얻은 것 같다. 역시 공부에 왕도는 없다. 끈기가 있을 뿐. (그리고 나도 책에 나오는 문구를 하나 외운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개념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인용된다. 대체 안 인용되는 데가 어디일까 이 양반은... (그렇게 또 하나의 책을 알라딘 장바구니에 주워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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