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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데 왜 철학자를 만날까 - 철학은 답을 알고 있다
레베카 라인하르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예문 / 2011년 7월
평점 :
이 책은 저항지식, 어용지식과 구별되는 실천지식을 제공한다. 철학자의 경구는 아주 제한적으로 인용되고, 서구식 텍스트 특유의 '사례들'의 서술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분석하는 데만 힘써왔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다.' 라는 마르크스의 테제를 다시금 곱씹는다. 하지만 그 실천의 강조로 인해 이 책은 얼핏 '자기계발서'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좋은 말 투성이인데, 좋은 말이 계속되면 잔소리처럼 들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말을 듣고, 그 가치가 소진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을 장려하며, 그래도 위기감을 갖지는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정말 평생에 걸친 연습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왜 책읽기나 글쓰기는 내가 억지로 해야만 하는 행동이 되어야 하는가. 이게 아주 몸에 배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될 수는 없는가. 그러니까 나는 능수능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고 싶어하면서도, 그에 도달하는 과정은 무시하려 했던 거다. 분별력있고 지성을 갖춘 주체가 되는 것은 결코 공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게 되고 싶다면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노력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그저 꾸준히 완벽한 모습들만 보여주려 애쓴다. 백조는 우아하기 위해 쉴 새없이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노력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타락한 시대에 살고 있는 탓이다.
오늘날 개인을 개발하기 위한 논리는 국가, 제도 단위에서 개인을 착취하는 데 쓰이고 있다. 좋은 사회제도를 구축하는 대신 그 편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력'이나 '열정', '희망'이 개인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데도, 그것은 불신으로 가득찬 언어가 되어버렸다. 참담한 일이다. 그리고 마음수련이나 철학실천은 우리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졌을 때 필요해지는 개념이 맞다. 당장 궁핍한, 그리고 갈수록 더 궁핍해지는 현실에서는 노력이니 열정이니 하는 것들이 희박한 관념이라는 소리다. 따라서 개인을 구원하면서 동시에 세상을 변혁할 수 있는, 양자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지식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느꼈다. 이른바 자기계발, 노력, 열정, 희망 등의 재의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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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라는 말을 되새긴다. 나는 주체적 인간이 되자면서 너무 많은 선택에 놓여있었다. 이제 나는 선택하지 않는 법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좋은 선택을 하는 법이겠다. 너무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페북이 빈곤한 공간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 생각에 대한 확증을 더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다시금 인정한다. 공부란, 하나의 관점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수한 무의미 속에서 더 분명하게 의미들을 분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석과 실천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느껴진다. 새가 죄우의 날개로 나는 것처럼 말이다.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는 칸트의 말마따나 지식은 우선 내 행동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주는 쪽으로 개발될 필요가 있겠다. 나는 한꺼번에 다양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건전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을 담지해야 하는 것이다. 얼치기 말고 혼모노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