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뇌 - 당신의 뇌가 정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
토르켈 클링베르그 지음, 한태영 옮김, 정갑수 감수 / 윌컴퍼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나 자신과 싸움으로써 내가 꽤나 강하다고 느끼곤 한다. 그래서 책을 꾸준히 읽자고 노력했으나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나를 자극하고 주의력을 빼앗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 책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고. 현대인이 겪는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는 실상 정보의 과잉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끌린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내가 만족할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이 책은 과학 대중서적이고, 뇌, 그것도 작업기억의 중요성을 어필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중립적 사실로부터 자의적으로 논지들을 배치했음을 알 수가 있다. 제일 아쉬웠던 부분은 그거였다. 본문에서는 인간이(혹은 침팬지를 비롯한 전반 피험자가) 디지털 매체에 대해 반응했던 예만 다루고 있는데, 내가 알고 싶은 건 아날로그에 대한 반응이었던 거다. GTA를 하는 게 작업기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일면 게임을 잘 하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다는 비약으로 이어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고.


한 마디로 얘기하면 이 책은 내가 왜 책에 집중을 못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적어도 통제주의력의 결여라는 관점에서는 설명할 부분이 많은데, 이 책이 주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작업기억'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서의 역할이자 한계는 자잘한 정보의 습득에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두뇌 가소성 개념이라든지 배웠으나 헷갈리던 두뇌의 위치라든지(전두엽,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 하는 것들 말이다.그리고 이 책이 주장하는 덕목이 '꾸준함'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듯 두뇌 역시 한계치에 가깝게 꾸준히 파야 한다고.... 그거 내가 제일 못하는 건데 슬프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스티븐 핑커 계통의 진화심리학을 깔 때랑 명상이 통제주의력에 영향을 준다는 대목이었다. 전자는 내가 답답했던 부분을 사이다처럼 해소시켜주었고, 후자는 그동안 등한시해왔던 개념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역시 괜히 하는 게 아니라니까.



하지만 이 책은 대중서의 한계를 지울 수가 없었는데, 결국에는 우리가 플린 효과(시대가 변하면서 평균 아이큐가 증가하는 현상)를 통해 평균 지능이 상승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며, 이걸 잘만 활용하면 자신의 작업기억 능력을 키울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낙관론과 약팔이인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 개념을 언급하는데, 이건 뭐 거의 전가의 보도다. 아니 그래서 작업기억을 늘리고 주어진 환경에 노오오오오력을 해서 잘 바꾸자는 결론인데, 이게 또 약을 팔지 않으면 대중서가 아닌지라... 학자의 딜레마라고 하겠다.



정준이형이랑 대화하면서 '선순환'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다. 예컨대 게임을 만들다가 흥미를 느껴서 피드백을 받고, 실력이 늘어서 다시 게임을 만들고, 흥미를 느끼는 일련 과정들 말이다. 본문에서는 이걸 '양성 피드백'이라고 표현하는데,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고 한다. 나도 좀 받아보고 싶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이 양성 피드백이다. 


그런데 책 진짜 억지로 읽으면 탈난다. 3주 넘게 걸렸다. 별로 그럴만한 책은 아닌데, 어지간히 읽기 싫었나 보다 (...) 사실 나는 그냥 책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아 이거 봐야징ㅎㅎ' 이런 개념인데, 책은 '아.... 이거 읽어야 하는데' 개념으로 시작하니까. 그러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재밌으면 계속 파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틀렸음을 이제야 인정한다. 나는 '내가 맞았다'는 걸 확인하는 확증편향 강화식의 책읽기보다는 '이건 아니네.' 라고 생각되는 책읽기를 더 선호한다. 후자는 어쨌든 다른 걸 파 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지니까. 하, 부담을 좀 떨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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