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안이한 사유와 시어들로 부리는 듯 했으나, 3부에 수록된 작품들로 하여금 이 책을 하나의 사회학 텍스트로 읽도록 하는 전거가 마련되고 있다. 나는 이 시집에서 예술이라는 자위 내지 자족에 매달리는 신자유주의 청년들의 자화상을 보며, 아름다움을 자아의 것으로 한계짓(게 되)는 심미적 프롤레타리아트의 생활세계적 현실을 본다. 시인이 시도한, 어쨌든 시도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이 컨셉아트적 기획은 젊은 예술적 자아의 포부라는 형식과 그것의 태생적 위태로움이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