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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8월
평점 :
이 책은 타자기, 성냥, 깡통따개 등 지금은 사라지고 없거나 골동품처럼 보기 힘든 사물과 비누, 달걀, 볼펜, 뒤집개, 텀블러, 머그잔 등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도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사물에 얽힌 이야기이다. 각각의 사물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 사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소제목이 꽤 흥미롭다.
오래 전 읽은 책에서(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좋아하는 사물을 책상에 놓아 두라고 제안했던 기억이 난다. 내 책상에는 책과 음반들, 만년필과 펜이 꽂혀 있는 연필통, 쟈스민 향이 나는 캔들, 작은 화분 두 개가 놓여 있다. 매일 밤,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책상을 바라보면 오늘 하루 쌓인 마음의 피로를 그 사물들이 안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집에 가든 그 방 주인의 책상에 놓인 사물들을 보면 그의 성격과 취미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집 근처에 사는 K에게 점심 때 떡볶이와 고구마전을 만들어 주겠다고 초대 문자를 보냈다.
고구마를 손질해 놓고 요리용 나무젓가락과 수저를 꺼내다가 플라스틱 손잡이에 꽃무늬가 있는 스테인리스 뒤집개에 눈길이 간다. 나무젓가락과 수저만으로도 충분히 고구마전을 부칠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세계 작가들과 몇 달씩 체류할 때마다 뒤집개를 구입해서 채소전을 부쳐 먹곤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