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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월기
나카지마 아쓰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제목 : 산월기
지은이:
저자 나카지마 아쓰시(中島敦, 1909~1942)는 1909년 도쿄 출생. 1920년에 용산중학 한문 교사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경성으로 건너와 용산소학교를 거쳐 경성중학에 입학, 4학년 수료 후 1926년 도쿄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경성을 떠났다. 1933년 도쿄제국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요코하마 고등여학교의 교사를 거쳐 일본 식민지 팔라우 남양청에서 서기로 교과서 편찬 작업을 했다. 1942년 귀국하여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나 지병인 기관지천식으로 33세로 요절했다. 대표작 〈산월기〉는 전후부터 지금까지 일본 교과서에 늘 실리는 ‘국민교재’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번뜩이는 지성으로 빚어낸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소년기를 조선에서 보낸 경험에서 나온 〈범 사냥〉을 비롯한 세 작품은 우리에게는 필독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역자 김영식은 작가·번역가. 중앙대 일문과를 졸업했다. 200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수필)을 받았고 블로그 ‘일본문학취미’는 2003년 문예진흥원 선정 우수문학사이트로 선정되었다. 역서로는 《라쇼몽》(아쿠타가와 류노스케, 2008),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2011), 《기러기》(모리 오가이, 2012, 이상 문예출판사), 《무사시노 외》(구니키다 돗포, 을유, 2011), 《조선》(다카하마 교시, 소명, 2015) 등이 있고, 저서로는 《그와 나 사이를 걷다-망우리 사잇길에서 읽는 인문학》(호메로스, 문광부 우수교양도서)가 있다. 산림청장상(2012,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리토피아문학상(2013, 계간 리토피아), 서울스토리텔러 대상(2013, 서울연구원) 등을 수상했다.
블로그: blog.naver.com/japanliter
출처: 교보문고
http://book.naver.com/product/go.nhn?bid=11195546&cpName=kyobo&url=http%3A%2F%2Fwww.kyobobook.co.kr%2Fcooper%2Fredirect_over.jsp%3FLINK%3DNVB%26next_url%3Dhttp%3A%2F%2Fwww.kyobobook.co.kr%2Fproduct%2FdetailViewKor.laf%3FmallGb%3DKOR%26ejkGb%3DKOR%26linkClass%3D%26barcode%3D9788931010152
내용:
책은 제목이 [산월기]이고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단편 모음집입니다.
첫번째는 중국의 고담들을 모아 놓은 부분입니다. 중국의 고담 부분에는 당 현종 때인 천보 말년 호랑이로 변해버린 이징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인 [산월기]를 시작으로 오랑캐에게 투항한 중국의 장군 이릉의 이야기인 [이릉], 공자의 제자이며 끝내 젓갈이 되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자로의 이야기인 [제자], 위나라 장공이 되어 비극적인 죽음을 당하게 되는 태자 괴외의 이야기인[영허],화살을 정말 잘 쐈다는 조나라 사람 기창의 이야기인 [ 명인전],자신의 아들에게 죽음을 당하는 노나라 대부 손숙표의 이야기인 [우인], 나라를 뒤흔드는 요녀인 하희의 이야기 [요분록],아시리아의 앗수르바니팔(기원전 668-627년) 대왕의 치세 20년경 니네베 궁정의 에리바박사의 문자의 정령이야기인 [ 문자화 ], 부족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잡아먹히게 되는 인류 최초의 음유시인 네우리 부락의 샤크의 이야기인[ 호빙 ] .
책의 두번째 부분은 [식민지 조선의 풍경]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대한제국때의 양반의 자식과 범사냥을 가는 일본 소년이 보는 조선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 범 사냥 ], 일본 앞잡이 순사 조교영의 이야기가 나오는 [순사가 있는 풍경 -1923년의 한 스케치], 식민지에서 자라난 소년의 이야기인 [풀장 옆에서]. 이렇게 세가지의 이야기가 일제 강점기 때의 한반도의 모습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p17[산월기 중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 나는 내가 가진 약간의 재능을 다 허비해버렸던 셈이다. 인생이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지만 무언가 이루기에는 너무나 짧다는 둥 입에 발린 경구를 지껄이면서도, 사실은 부족한 재능이 폭로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각고의 노력을 꺼린 나태함이 나의 모든 것이었다. 나보다 훨씬 재능이 부족한데도 오로지 그것을 열심히 갈고 닦아서 이제는 당당한 시인이 된 자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호랑이가 되어버린 지금에야 나는 겨우 그것을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후회를 느낀다.
-굉장히 오래전에 본 영화중에 [빠삐용]이란 영화의 한 부분이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꿈속에서 자신에게 왜 이리 가혹한 형벌이 내리냐고 재판관들에게 따지자 재판관들이 주인공의 죄는 인생을 허비한 죄라고 하던 부분이 말입니다. 스스로의 교만과 거만한 수치심이 호랑이가 되어 스스로를 해치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의 정답은 없습니다. 까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p102[제자 중에서]
자공은 불만스러워 이 말을 자로에게 전했다. 자로는 별로 그런 문제에 대한 흥미가 없었으나, 죽음 그 자체보다는 스승의 사생관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죽음에 관해 물어보았다.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이것이 공자의 답이었다.
- 맞는 말입니다. 죽은 자와 소통을 한다고 사악한 거짓말로 사람의 영과 육을 지배하여 나라를 흔들거리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걸 믿고 싶어 믿은 사람이나 그렇게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삶에 대해서도 다 모르면서 삶이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희극입니다.
p142-143 [명인전 중에서]
한 달 후, 백 개의 화살을 가지고 속사를 시도한바, 제1시가 과녁에 명중하면 이어서 날아온 제2시가 제1시의 꽁무니에 꽂히고, 다시 간발의 차 없이 제3시의 화살촉이 제2시의 꽁무니에 꽂혔다. 화살은 계속 쏠 때마다 뒤 화살의 화살촉이 반드시 앞 화살의 꽁무니에 꽂히므로, 한 번도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백 개의 화살은 하나처럼 연결되어, 과녁에서 일직선으로 연결된 마지막 꽁무니는 아직 시위에 메겨진 것처럼 팽팽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스승 비위도 블현듯 '훌륭하도다!"라고 말했다.
-중국쪽 이야기의 과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웃음이 나올 정도로 과장이 심하네요.
p154 [우인중에서]
노나라 양공이 죽고 젊은 소공의 시대가 된 때부터 숙손표의 건강이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구유라는 곳에 사냥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오한을 느껴 자리에 누운 뒤로는 계속 일어나지 못했다. 병중의 간호부터 병상에서의 명령 전달에 이르기까지 일체 수우 한 사람에게 맡겨졌다.
-이런 짓은 상당히 위험한 짓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상호 확인과 견제를 시키는 것은 지도자로써 당연히 해야하는 일입니다. 십상시에게 정사를 맡기면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공은 결국 이런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굶어 죽습니다.
p209[범사냥 중에서]
아직 울고 있었으므로 목소리는 흐느낌 때문에 때떄로 끊겼으나, 그는 마치 나를 꾸짖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도대체 뭐지? 강한게 뭐고 약한게 뭐란 말이지?"
- 조대환이 고학년인 5학년 선배로부터 두들겨 맞고 나서 뱉어내는 말이 일제의 강제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식민지 백성의 절규로 들립니다. 저자 나카지마 아쓰시가 그런 의도였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쓸 당시 아무리 일본인이라도 탄압을 당할 수도 있는 구절인데 말입니다.
p225[범사냥 중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때 조대환의 태도였다. 그는 기절하여 쓰러져 있는 남자 쪽으로 가더니 , 발로 거칠게 몸뚱이를 툭툭 차면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쳇! 안 다쳤잖아."
그것이 결코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자못 이 남자의 무사함을 분해하는 , 즉 자신이 전부터 기대하던 비극의 희생자가 되지 않은 데 대해 호를 내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옆에서 보고 있는 그의 부친도,아들이 몰이꾼을 발로 툭툭 치는 것을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문득 나는 그들 몸에 흐르고 있는 이 땅의 호족의 피를 본 듯했다.
- 아닙니다. 조대환의 아버지는 대한제국 시대때 고위관료를 하다가 일본에 협조하여 부귀영화를 그대로 유지한 매국노 양반입니다. 그렇지 않은 양반도 있었습니다. 마치 대한제국의 모든 지배계층이 모두 이러하니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게 차라리 나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참 기분이 좋지 않네요. 하지만 이런 매국노들도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21세기인 지금도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있습니다.이건 참 비극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나쁜 공직자들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지고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감상:
일본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풍경이 어떨지 궁금해서 펼치게 된 책입니다. 상당히 담담하게 묘사했지만 부분 부분 일본 제국주의의 시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면 안되겠지만 어린 생명 수백이 어이없이 죽고, 역병이 돌고, 외국의 군대에서 사용하는 전쟁설비가 우리 국민들을 겁박하고, 국민을 개돼지라 서슴없이 칭하고, 무당이 나라 일을 운영하는 이 흉흉한 세태가 너무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