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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원재훈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평점 :
제목 : 연애 감정
지은이:
저자 원재훈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가을 《세계의 문학》에서 시 〈공룡 시대〉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낙타의 사랑》 《그리운102》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 하네》 《딸기》, 소설 《만남, 은어와 보낸 하루》 《미트라》 《모닝커피》 《바다와 커피》 《망치》, 산문집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꿈길까지도 함께 가는 가족》 《내 인생의 밥상》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여행》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착한 책》 《소주 한 잔》 《고독의 힘》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등을 펴냈다. 이 외에도 동화에서부터 인물론, 번역, 영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며 쌓아온 작가의 내공과 연륜이 장편소설 《연애 감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출처: 교보문고
http://book.naver.com/product/go.nhn?bid=11305464&cpName=kyobo&url=http%3A%2F%2Fwww.kyobobook.co.kr%2Fcooper%2Fredirect_over.jsp%3FLINK%3DNVB%26next_url%3Dhttp%3A%2F%2Fwww.kyobobook.co.kr%2Fproduct%2FdetailViewKor.laf%3FmallGb%3DKOR%26ejkGb%3DKOR%26linkClass%3D%26barcode%3D9791195823079
내용:
작가 원재훈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구름바지를 입은 시인의 말처럼, 그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바치고 싶었다. 비단 중년이라는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 아니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연애 감정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인생이 덜 비참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쓰고 싶었던 연애 감정의 속살이다. 피부와 달리 속살은 만지면 아프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피부가 벗겨진 살처럼 추하고 더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품었던 감정은 더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 용기를 주는 순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춘의 피부 위에 우리는 미당의 푸른 꽃과 붉은 꽃을 문지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모든 것이 말라비틀어진 중년의 남자 '서문'이 죽기 전에 청춘시절의 사랑을 다시 기억해 내고 행복하게 인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입니다.
P16
타인을 배려하는 데는 의외로 침묵이 큰 역할을 한다. 침묵이 영혼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작가가 시인이기도 하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문장입니다.
P26
"그때가 너 2학년 때였나? 내가 졸업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신입생이었어요. 스무 살이었요. 스무 살. 그리고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오빠, 왜 날 버린 거예요. 도대체 왜 날 버린 거예요."
일상적인 이야기로 말을 돌리려던 나의 의도는 산사조각이 났다. 그녀의 사나운 목소리를 듣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말투로 바뀌었다. 당황스러웠다. 사과를 깎다가 칼에 손가락이 벤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나영아. 글쎄 좀 당황스럽구나. 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자신의 발자국을 보고 도둑의 발자국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말라 비틀어진 서문에게 갑자기 전화 한통이 옵니다. 전화를 건 여자는 서문이 대학시절 복학을 하고 나서 만난 신입생 여자 후배였습니다. 그녀는 젊어서 억울한 이혼을 당하고 딸하나를 어렵게 키웠지만 지금은 암환자로 투병중입니다.
P46
하필이면 1980년 5월에 나는 광주에 있었다. 1980년 광주는 처녀 귀신이 살고 있던 흉가보다 더 끔찍한 곳이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도시 전체가 흉가가 되어버렸다.
-주인공 서문은 광주에서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진압군들의 총검이 지니간 상처를 깊게 갖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선후배들과의 무사귀환 축하 술자리에서 이리 외칩니다. "도대체. 너희들은 어디에 있었던 거야.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이 외침은 그 시대를 함께 산 사람들에게 외치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2016년, 현재의 우리들에게 외치는 소리로도 들렸습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구해주지 않아 수장될 때 우리들은 뭘 하고 있었냐고, 광화문에서 꼬꼬마 유치원생들이, 고등학생들이, 주부들이 촛불을 들때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디에 있었냐고요.
P57
청춘은 새를 닮았다. 모래사장에 난 새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쫓아가도 결국에는 새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새의 발자국이 지상에서 끊어지는 이유는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날개가 있어 지상에서 끊어지는 이유는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날개기 있어 지상에서 계속 이어지지 않는 발자국.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새의 발자국은 계속 하늘로 이어진다. 바로 저기 저 하늘이다.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별이 빛나서가 아니라, 새가 있어서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러했다. 그녀는 새의 발자국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인연이 되지 못한 것이다.식사를 마치고 나영이 말했다.
-청춘이 순식간에 호르륵 사라져 버렸는데 이래서 그런 거였군요.
P89
"그래, 그렇다면 그 아이의 이름이 뭔지 물어볼 수 있겠니?"
"궁금하세요?"
"누구라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궁금라지 않겠니?"
"그래요. 그런데 저도 사실 오랜만에 본 거에요. 이름은 ... 경자라고 하네요. 신, 경, 자. 반갑다고....너무 오랜만에 자신을 알아봐서 반갑다고 하네요."
경자라는 이름을 듣고 나는 탄산음료를 그 자리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깡똥에서 거품이 흘러나오자 아이는 걸어 나와 그 자리를 치우고 있었다. 소년는 누구이기에 타인의 삼십 년 전 사람을 본단 말인가? 그렇게 우리는 타자기를 통하여 만났다.
-주인공 서문이 우연히 골동품 타자기를 구매하다가 만나게 된 타자기를 사용하는 소녀가 귀신을 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거 이야기가 어째 제목과는 다른 걸 하고 느꼈습니다.
P65
계절은 천천히 변화하는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바뀌어버린다. 겨울에서 봄도 그러하다. 나영은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변하는 계절처럼 여겨진다. 나에게 갑자기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응달에 떨어진 한 줌 햇볕 같기도 하고,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같기도 한 사람으로 기억된다.하긴 적어도 내 삶에서 대학 시절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랑도 청춘도 이렇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P204
나는 그 여학생의 이름을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소미 누나와의 대화들을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이름이 떠올랐다. 경자는 소미 누나의 말대로 무서운 일을 저질렀다. 그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경자는 그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올 무렵에 자신의 집 뒷산에 있는 놀이터에서 철봉에 목을 매고 자살을 해버렸다. 새벽에 운동을 하러 가던 동네 주민이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즈음에 나느 신춘문예에 당선했다는 소식을 받고 약간 들떠 있었다. 원하던 대학에 입학도 했으니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축복처럼 여겨지는 즐거운 시절이었다. 문단의 큰 선배들이 내 시를 인정해 주었다는 사실에 달뜬 마름으로 한동안을 보냈다.
- 주인공과 같은 고교 문학반의 경자는 자살을 하였고 주인공은 경자의 연적이었던 소미 누나를 사랑하게 됩니다.
P205
그리고 독서와 여가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티브이는 편하게 볼 수 있어. 하지만 몸이 편해지면 정신이 무기력해지지. 반대로 독서는 힘들다. 힘들게 책을 읽으면 충만감이 생겨. 이것이 두뇌의 작용인지는 모르겠다. 독서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 생각으로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준다는 거야. 이것이 티브이와 독서가 다른 점이지.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야. 사람을 티브이처럼 보지 말기 바란다. 아주 소중한 책 한권을 다루듯이 그 사람을 보기 바란다는 거지. 그것이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이 힘들지라도 말이야."
-좋은 말입니다. 사람을 티브이처럼 보지 말라는 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P295
아무리 천천히 운전을 해도 사고는 나는 법이다. 졸음 운전을 하던 대형 트럭이 아내의 벤츠를 덮쳤고, 아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나에게 도로는 묘지로 가는 길목처럼 여겨진다. 아내와 사별을 하고 만난 사진가인 서정희도 도로 위에서 죽었다. 가끔 운전을 하다가 '사망사고가 난 지점'이라는 표지를 보곤 한다. 그땐 가슴이 철렁하고 가끔은 현기증을 느낀다.
-주인공 서문의 여자들중 경희는 자살, 나영은 암, 정희는 교통사고, 아내도 교통사고를 당해 죽습니다. 소설이라는 걸 감안해도 참 평탄치 않은 여자관계입니다.
P302-303
그날을 너도 기억할 거다. 태양이 있어 화창한 날에 눈이 내리던 날 나는 그에게 무척 화를 내고 있었다.
-역시 저자는 시인입니다. 저자의 시 하나를 소개합니다.
임진강가에 서서
원재훈
누군가 미워지면 ...
그대여, 임진강가에 선다
아주 잠깐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강물을 바라본다. 미워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얼굴
내 마음엔 어느새 강물이 흘러들어와
그 사람의 얼굴을 말갛게 씻어준다
그래, 내가 미워했던 건 어쩌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고단한 먼지, 때,
얼룩이 아니었을까?
그래, 그 사람의 아픔이 아니었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한 나의 상처가 아니었을까?
임진강가에 서면
막 세수를 한 아이의 얼굴 같은 강물만,
강물만 반짝이면서 내 마음의 빈틈에 스며들어 온다.
내가 미워한 것은
내가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면
그대여 임진강가에 서서
새벽 강물로 세수를 하라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치욕스러운 삶의 눈물을 보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강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라
p245
나영이 말했다
"우리 젊은 시절, 오빠가 나에게 글 제목을 하나 준 적이 있어요. 기억나요?"
"그럼 기억하지. 연애 감정이라는 제목이었지."
"아직 나는 숙제를 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때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는데 오빠가 오지 않았지. 왜 돌아오지 않았어요? 돌아온다고 했잖아요."
"잘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건지.정말 미안한데 잘 모르겠어."
-나영이 숙제를 하기 위해 미당에게 고견을 청하자 미당이 권한 자신의 시가 있습니다.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서정주-
아조 할수 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 같이 스러진 것들의 형상을 불러일으킨다. 귓가에 와서 아스라히 속삭이고는, 스쳐가는 소리들. 머언 유명에서처럼 그 소리는 들려오는 것이나, 한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느끼는건 너희들의 숨소리. 소녀여, 어디에들 안재(安在)하는지.
너희들의 호흡의 훈김으로써 다시금 돌아오는 내 청춘을 느낄 따름인 것이다.
소녀여 뭐라고 내게 말하였던 것인가? 오히려 처음과 같은 하늘 위에선 한 마리의 종다리가
가느다란 핏줄을 그리며 구름에 묻혀 흐를 뿐, 오늘도 굳이 닫힌 내 전정의 석문 앞에서
마음대로는 처리 할 수 없는 내 생명의 환희를 이해할 따름인 것이다.
*
섭섭이와 서운이와 푸접이와 순녜라 하는 네명의 소녀의 뒤를 따라서,
하오의 산 그리메가 밟히우는 보리밭 사이 언덕길 위에 나는 서서 있었다.
붉고 푸르고, 흰, 전설속의 네 개의 바다와 같이 네 소녀는 네 빛깔의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하늘위에선 아득한 고동소리......순녜가 아르켜준 상제님의 고동소리......
네 명의 소녀는 제마다 한 개씩의 바구니를 들고, 허리를 구부리고, 차라리 무슨 나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씬나물이나 머슴둘레 , 그런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머언 머언 고동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후회와 같은 표정으로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잡히지 아니하는 것이었다. 발 자취 소리를 아조 숨기고 가도,
나에게는 붙잡히지 아니하는 것이다.
담담히도 오래가는 내음새를 풍기우며, 머슴둘레 꽃포기가 발길에 채일 뿐, 쌍끗한 찔레 덤불이 앞을 가리 울 뿐 나보다는 더 빨리 달아나는 것이었다. 나의 부르는 소리가 크면 클수록 더 멀리 더 멀리 달아나는 것이었다.
여긴 오지마...... 여긴 오지마......
애살포오시 웃음 지으며, 수류(水流)와 같이 네 개의 수류와 같이 차라리 흘러가는 것이 었다.
한 줄기의 추억과 치켜든 나의 두 손, 역시 하늘에는 종다리새 한 마리, -------- 이런 것만 남기고는 조용히 흘러가며 속삭이는 것이었다. 여긴 오지마...... 여긴 오지마......
*
소녀여. 내가 가는 날은 돌아오련가. 내가 아조 가는 날은 돌아오련가. 막달라의 마리아처럼 두 눈에는 반가운 눈물로 어리어서, 머리털로 내 손끝을 스치이련가.
*
그러나 내가 가시에 찔려 아퍼할 때는, 네명의 소녀는 내 곁에 와 서는 것이었다. 내가 찔레가시나 새금팔에 베어 아퍼할 때는, 어머니와 같은 손가락으로 나를 나시우러 오는 것이었다
손가락 끝에 나의 어린 핏방울을 적시우며, 한 명의 소녀가 걱정을 하면 세명의 소녀도 걱정을 하며, 그 노오란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얀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빠알간 꽃송이로 문지르고는 하던 나의 상채기는 어찌면 그리도 잘 낫는 것이었던가.
정해정해 정도령아
원이왔다 문열어라
붉은꽃을 문지르면
붉은피가 돌아오고
푸른꽃을 문지르면
푸른숨이 돌아오고
*
소녀여. 비가 갠 날은 하늘이 왜 이리도 푸른가.
어디서 쉬는 숨소리기에 이리도 똑똑히 들리이는가.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
몇 포기의 씨커운 멈둘레꽃이 피어 있는 낭떠러지 아래 풀밭에 서서,
나는 단 하나의 정령이 되어 내 소녀들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역시 나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내속에
내리는 비가 개기만, 다시 그 언덕길 위에 돌아오기만, 어서 병이 낫기만을,
그 옛날의 보리밭길 위에서 언제나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내가 아조 가는 날을 돌아오련가?
<서 정 주>
감상:
원재훈씨는 시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소설도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중간에 귀신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책장을 덮고 가만히 생각 해보니 사랑 이야기가 맞네요.
책을 읽다가 이런 것도 읽어봤던게 기억이 나서 적어둡니다.
1944년 12월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발표.
>>송정 오장 송가 (오장 마쓰이 송가)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언덕도/산도/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몇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몇만 리련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
웃으며 가드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귀국대원
귀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몇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레이테만의 파도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