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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장미의 이름 (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8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려 2년에 걸쳐 장미의 이름을 완독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올 겨울 오랜만에 거대하고 황홀해서 숭고하기까지 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그동안 읽으리라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읽지 못하고 있던 중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이 책에 대한 중대한 스포일러(?)가 있는 바람에
궁금증이 생겨 읽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까지 몇개의 책을 거쳐온 셈이다.
'서평쓰는 법'에서 언급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읽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 언급된 '장미의 이름'을 읽었으니
연쇄독서의 좋은 본보기였다.
이 소설은 1327년 11월 북부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여드레동안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수도사와 수련사의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적고있다.
저자인 고 움베르토 에코의 첫소설이라고 하는데 과연 첫 소설인지 의심할 정도로
중세수도원의 일주일간의 한정된 공간과 시간안에
기독교에 대한 여러 알레고리들, 묵시록적 암시, 중세암흑기의 여러 인간군상들의 모습,
이단과 정통의 차이,중세수도원의 모습,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추리와 반전등을
능숙하고 재미있고 깊이있게 그리고 있다.
군데군데 해박한 저자의 지식이 드러나는 등장인물들간의 심오한 길고 긴 대화와 종교적 논쟁등이 약간 어려웠지만 장르적 추리소설의 문법에 잘 맞춘 흥미로운 내용은 계속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해주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과연 진리란 무었인가?,
진리에 지나치게 집착할때 나오는 인간의 추악함,
신앙과 이단을 가르는 기준, 영성과 청빈, 성스러움과 세속등
여러 대비되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개념들에
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눈에 선한 마지막 장면의 수도원이 허망하게 불타는 모습을 뒤로하고
두 주인공이 떠나가는 모습은 중세암흑기가 쇠퇴하고 인간중심주의의 근세가 도래하는
모습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다.
강유원님의 300여개의 부적절한 번역에 대한 지적으로 더 완벽한 번역이 가능했다는
역자인 고 이윤기님의 마지막 언급은 이 훌륭한 저작을 더 올바르게 음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훌륭한 선례를 남기었다.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 작품은 평생동안 나에게 인상깊었던 걸작중의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