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한 잔 하실까요? - 여섯 가지 음료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톰 스탠디지 지음, 차재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물을 기반으로 하는 음료일 것이다.
이 책은 여섯 가지 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맥주, 증류주, 와인, 홍차, 커피, 코카콜라.

듣기만 해도 이 음료가 얼마나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나 사건들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섯 개의 음료 중에 나는 맥주와 커피 외에는 즐겨 마시지 않는다.

빈도면에서는 단연 커피가 앞서지만

애정에 대한 밀도로는 맥주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맥주에 의해 농경사회에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농작물을 저장하지 않던 시절에 우연히 곡물이 발효된 맥주를 보고서

그 맛에 감동한 옛사람들이 정착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꽤 그럴 듯하다. 그들에게는 취하면 약간 알딸딸해지는 알콜성분이 치료제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가볍게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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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중국인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을 모은 것이다.
작가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소재 모두 중국에 대해서이다.

 이 소설 한 권만 읽어도 요즘 중국의 실상이나 자본주의로의 변화모습 등을 잘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솔직하게 중국인의 감정이나 중국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주권 - 외국돼지에 밀려 씨돼지로서의 인기를 잃어버린 토종돼지.
            이 두 돼지주인의 싸움에 상관없는 한 소년이 죽게 된다. 
            이제 중국에는 막 자본주의가 밀려들어오고 거기에 밀려사라지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 보고서 - 행진곡의 슬픈 가사 때문에 씩씩한 행진을 못한다고 생각한 상관은 대원들에게 행진곡을 그만 부르게 한다. 하지만 대원들의 울음소리와 주변의 소음 때문에 명령은 전달되지 않고 상관은 이 노래가 공산당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음모를 지닌 노래라고 생각한다.(이런 대목이 정말 체홉스럽다.)결국 상관은 행진곡의 가사를 쓴 사람이 부르조아 근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벌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상부에 올린다. 깊이 없는 신념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사보타주 - 하진은 공산당의 잔인함과 어리석음을 이 소설집에서 여러 번 꼬집어 내고 있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의 내용이다. 신혼여행에 간 남자의 평범한 행동을 사보타주로 간주해버리는 경찰. 남자는 감옥에까지 가게 되고 출감한 뒤 진짜 사보타주를 저지르게 된다. 다리오 포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와 비슷한 맥락의 소설이다.무능한 공권력 자체가 사보타주의 근원지 아닐까.

 * 한 사업가의 이야기 -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는 천민자본화의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난했던 때에는 딸과의 결혼을 반대한 장모가 사업으로 돈을 많에 벌게 되자 마치 하인처럼 행동을 한다.  사위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깔아뭉게고 나중에는 아내와 장모를 한 침대에서 데리고 놀 생각까지  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복수의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 명예나 권위 같은 것이 인정되지 않은 사회에서 복수의 수단 역시 돈 밖에 없는 걸까.
 
*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 파티 - 피아오 아저씨는 한국인이다. 그의 사랑방에서 점심을 먹게 된 대원들은 피아오 아저씨가 마침  자신의 생일이라며 같이 상을 들자고 한다. 그러나 대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거절한다. 이에 화가 난 피아오 아저씨는 역성을 내고 대원들의 대장이 나와 사과를 한다. 원칙이나 신념이 때때로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

* 백주 대낮에 - 창녀인 여자를 심판하는 홍위병. 마을 사람들 앞에서 몸을 판 남자들을 대라고 한다. 창녀는 모두 세 명의 남자와 잤다고 고백한다. 돈을 많이 주고 잔 남자, 돈을 조금 주고 잔 남자. 밤일은 제일 많이 해놓고 돈도 주지 않은 남자. 여자의 고백에 마을 사람들은 흥분하고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세 번째 남자의 직업이 홍위병이었음을 알고 오히려 돈도 받지 못하고 고생한 여자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부패한 공권력의 자화상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 부활 -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처제와 잠자리를 가진 남자가 자아비판을 하라는 당의 명령을 받게 된다. 남자는 자아비판을 하지만 당에서는 솔직하지 않다며 더 솔직한 자아비판을 요구한다. 
결국 남자는 중이 되려 절에 가보지만 중 또한 당의 허락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거지가 되보려고도 하지만 구걸 역시 당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남자는 아무리 자아비판을 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당원들 앞에서 자신의 고환을 자른다. 그로 인해 그는 죄사함을 받고 오히려 사람들의 안쓰러움을 받게 된다. 후에는 모범일꾼으로도 뽑히고 당의 입당 권유도 받는다. 언제나 용서는 지은 죄만큼의 뉘우침보다 더 큰 뉘우침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에서 요구한 솔직한 자기반성의 표현인 자아비판은 성찰에 의한 깨달음이 아니라  극단의 표현을 동반한 감정적 행동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자아비판'이 무서워졌다. 

* 신랑 - 동성애자를 병자라고 인식하는 사회. 급기야는 범죄자로 취급하고 감옥에 가두는 사회.
병이 아니므로 치료도 불가능한 동성애자. 불쌍하기 짝이 없다.

* 남자가 되려는 사람 - 결혼을 앞두로 마을 어른의 부탁으로 그의 아내와 자려던 남자가 성적 능력을 잃게 되는 이야기.  마을 어른은 자신의 아내가 바람둥이라고 생각해 남자와 남자를 비롯한 그의 친구 셋에게  자신의 아내와 자달라고 한다. 그래서 버릇을 고치고 싶다는 것이다. 모두 흔쾌히 부탁을 받고 실행에 옮기지만 남자는 무섭게 짖어대는 개 때문에 실패해고  그 이후로 성적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주 간단한 권선징악. 이미 스스로 잘못이라 생각한 일을 저지르는 것만큼 중죄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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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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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운동권 후일담을 유쾌하게 그린 소설이다.
 
한때 운동권 과격파였던 아버지. 그러나 현재는 무정부주의자가 되어
국가가 행사하는 모든 권력과 폭력에 대항한다.
세금도 내겠다고 하지 않고 아들에게 학교도 가지 말라고 하고
미 제국주의가 싫어 콜라도 마시지 말라고 한다.
당연히 일은 하지 않는다. 그는 자본주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버지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열두살 자기보다 더 어리게 느껴지는 아들 지로.
 
아이의 시선에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이 소설은 유쾌하다.
철없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더 철없이 보이니까.
 
그들은 도쿄를 떠나 남쪽 섬으로 이주하지만 이곳에서 다시 더 남쪽으로 떠나 살게 될 것 같으다.
왜냐하면 이주한 섬이 관광지로 개발되는 바람에 아버지가 다시 한 번
국가와 자본가와 싸우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지로.
이 소설은 운동권 후일담이면서도 성장소설이다.
 
속물적인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어른이 되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혁명하고 싶은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어른이 될 수 있다면,
그것 참 행복한 삶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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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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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편의 소설이 실린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단연 표제작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이다.
로얄드 달의 이야기꾼으로서 면모 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태도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슈거라는 돈 많고 이기적인 남자 있다.
이 사람은 우연히 눈을 가리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책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3년 반의 노력 끝에 그 능력을 갖게 된다.
능력에 도달하는 길은 어렵고도 단순한데 그것은 바로
눈을 감고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본다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단순히 눈의 감각 현상으로 머물러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집중해서, 집중해서 보면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눈을 가리고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자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카지노계에서 불패의 도박사로 소문나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한 도박장은 일년에 한 번만 간다는 원칙까지 세워서 말이다.
나중에는 전용분장사까지 따로 두고 변장을 해가며 도박장을 누빈다.
그는 이렇게 번 돈을 고아들을 위해 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헨리 슈거가 본 책 속의 인물은
그 신비로운 능력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쓰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죽지 않은 것은 공적인 이익일 위해 썼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뒤의 소설들도 재미있었지만 <행운>이라는 소설이 눈길을 끌었다.
로얄드 달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로얄드 달은 2차 세계대전에 공군 중령으로 참전했다.
유명한 작가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잡지에 연재하기 위해
로얄드 달의 경험담을 들으러 왔다가 기억에 남는 것들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로얄드 달은 작가에게 줄 기록을 공들여 썼고
작가는 그 기록을 보고 바로 잡지사에 보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데뷔작이 된 셈이다.
중간에 보면 로얄드 달의 <영작문> 성적표가 나온다. 아주 형편없다.
 
작가는 어쩌면 진짜로, 타고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타고난 존재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그 많은 습작과 좌절이 함께 따라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맛>에 비해서는 조금 밋밋했지만
그래도 로얄드 달의 책은 달콤하다.
<세계 챔피언>이라는 책이 있다니 그것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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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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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가 쓴 논픽션 소설이다.
미국의 평화로운 마을의 일가족 네 명이 살해당한 이야기.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작가는 맨 처음 이 소설을 신문을 보고 구상했다. 호기심이 생긴 작가는 <앵무새 죽이기>를 쓴 친구와
살인이 일어난 마을에 내려가 취재를 했다. 취재를 오래 하던 중 범인이 잡혔고 작가는 소설을 위해
범인과도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나중에는 그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범인은 두 명의 남자 였는데
작가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두 명의 범인 중 인디언의 피를 받은 페리라는 작고 여린 남자의 이야기가
소설에도 많이 나와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취재를 했다는 것이 소설 전체에 매력으로 발산되었다.
그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한 섬세한 묘사, 다양한 인물들의 말, 범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실에 대한 시선.
나는 꽤 작가가 냉정심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아주 밉거나 옹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살인이 일어난 후 그 주변인물들의 변화도 굉장히 잘 그려졌다.
자기에게는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안도감, 우리 중에 살인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죽인 이에 대한 애도.
죽은 이들을 불쌍해 하는 범인, 그러나 죽인 후에도 절절히 반성하지는 않는 범인.
 
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공포영화와 공포소설이 인기있는 미국은
그런 식으로나마 공포에 대한 감정을 소비하지 않으면 유지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가.
 
왠지 이 사건은 개인의 선과 악을 떠나 사회와 구조가 빚어낸 범죄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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