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총 7편의 소설이 실린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단연 표제작 <기상천외한 헨리슈거 이야기>이다.
로얄드 달의 이야기꾼으로서 면모 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태도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슈거라는 돈 많고 이기적인 남자 있다.
이 사람은 우연히 눈을 가리고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책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3년 반의 노력 끝에 그 능력을 갖게 된다.
능력에 도달하는 길은 어렵고도 단순한데 그것은 바로
눈을 감고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본다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단순히 눈의 감각 현상으로 머물러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집중해서, 집중해서 보면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눈을 가리고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자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벌게 된다.
카지노계에서 불패의 도박사로 소문나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한 도박장은 일년에 한 번만 간다는 원칙까지 세워서 말이다.
나중에는 전용분장사까지 따로 두고 변장을 해가며 도박장을 누빈다.
그는 이렇게 번 돈을 고아들을 위해 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헨리 슈거가 본 책 속의 인물은
그 신비로운 능력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쓰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죽지 않은 것은 공적인 이익일 위해 썼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이야기의 재미와 더불어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뒤의 소설들도 재미있었지만 <행운>이라는 소설이 눈길을 끌었다.
로얄드 달이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로얄드 달은 2차 세계대전에 공군 중령으로 참전했다.
유명한 작가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잡지에 연재하기 위해
로얄드 달의 경험담을 들으러 왔다가 기억에 남는 것들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로얄드 달은 작가에게 줄 기록을 공들여 썼고
작가는 그 기록을 보고 바로 잡지사에 보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데뷔작이 된 셈이다.
중간에 보면 로얄드 달의 <영작문> 성적표가 나온다. 아주 형편없다.
 
작가는 어쩌면 진짜로, 타고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타고난 존재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그 많은 습작과 좌절이 함께 따라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맛>에 비해서는 조금 밋밋했지만
그래도 로얄드 달의 책은 달콤하다.
<세계 챔피언>이라는 책이 있다니 그것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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